구약성서에서 언급되는 유기화합물 : 청동(구리)의 뱀

뱀(라틴어로는 '기어 다니다'를 의미하는 serpens)은 파충류 동물이다. 동방세계에서 뱀은 신의 세계에 통하고, 생명과 지혜를 지배한다고 하여서 신성한 동물이라고 생각되었다. 성서의 창세기에서 뱀이 이브에게 생명과 지혜를 약속하는 장면이 나온다(창세 3,4-5). 고대 오리엔트의 종교에서 뱀에는 병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졌다. 이것은 뱀이 허물을 벗음으로써 영원히 젊어진다는 신앙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뱀에 대한 신앙(기원전 15-14세기)이 민수기의 청동 뱀에 관한 이야기에서 보인다(민수 21,6-9).

이집트를 탈출할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생활 가운데서 하느님과 모세를 원망하다가 불뱀에 물려 죽게 되었다(민수 21,6). 하느님은 모세의 중재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불뱀(a fiery serpent)'과 동일하게 청동(구리)으로 모형을 만들어 깃발을 단 긴 장대 위에 매달게 했다(Mose made a serpent of bronze, and put it upon a pole). 불 뱀에 물린 사람은 이것을 쳐다보면 치유되었다(민수 21,8-9). 이는 청동(구리) 뱀 자체가 어떤 치유의 능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에게로 이끌게 함으로써 구원을 받게 하였던 것이다.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미신적이고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은 청동(구리)으로 만든 뱀을 숭배하였으며, 히즈키야 왕 시대에 그것을 우상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에서 파괴하였다(2열왕 18,4). 예수가 앞으로 다가올 그 자신의 경험을 모세가 광야에서 청동의 뱀을 든 것에 비유하였다(요한 3,13-14).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And as Moses lifted up the serpent in the wilderness, even so must the Son of man be lifted up.)

뱀은 실제로 히브리 사람들 주위의 많은 이웃 족속들에 의하여 숭배되었으며, 후기에 한 기독교 종파였던 배사교(拜蛇敎) 교도들은 뱀을 숭배하였다. 신화에서 뱀은 두 신(神)에 봉사하고 있다. 로마 신화의 아에스큘라피우스(Aesculapius)는 독에서 약을 만드는 의약과 의술의 신(神)이다(그리스 신화의 Asclepius에 해당). 그리고 두 마리의 뱀이 감겨 있는 지팡이, 카두케우스(caduceus)를 갖고 있는 신들의 심부름꾼인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 또는 로마 신화의 머큐리(Mercury)가 있다. 이 카두케우스는 의술의 상징이며, 미국 육군 의무대의 기장(記章)이기도 하다. 헤르메스와 머큐리는 연금술(鍊金術)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서에 언급되는 청동의 뱀을 주제로 한 미술작품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청동의 뱀” 액화(額畵, 1512, 이탈리아 로마). 틴토레토(Tintoretto)의 작품 “청동의 뱀” 액화(額畵,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의 작품 “모세와 청동의 뱀” 액화(額畵, 17세기, 스페인 마드리드). 루벤스(Rubens)의 작품 “청동의 뱀” 액화(額畵, 17세기, 영국 런던) 등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