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풍속] 부활의 옷을 입은 그리스도교인 - 뷔르낭(1850~1921), 무덤으로 달려가는 사도 베드로와 요한, 1898년, 유화, 오르세미술관, 파리, 프랑스.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옷은 몸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맵시를 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옷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음식, 집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옷을 입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옷은 인류가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형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옷은 우선 신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옷은 신분이나 성별 및 민족의 특징을 구분해주기도 한다. 옷은 장식용 또는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거나 부유함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어떤 집단에 귀속되었음을 나타내는 기능을 지니기도 한다. 예컨대 제복이나 군복, 민속의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의식의 중요성을 돋보이게 하는 옷이 있다. 종교의식, 결혼식, 졸업식 등에서 입는 예복이 바로 그것이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제사장들이 입었던 옷은 종교세계와 현세의 구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이처럼 옷은 풍습과 민족에 따라 다양하며, 그 민족이 지켜온 전통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옷은 인간의 외면적 모습, 외관을 보충하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 인간의 내면적 본질을 반영해준다. 옛날 사람들은 특정한 옷을 입으면 변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면 사자 가죽을 걸치면 사자와 같은 센 힘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옷을 바꿔 입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고대 바빌론에서는 환자가 병에서 치유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입고 있는 옷을 벗어야 했다.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인간은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신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시냇물에서 목욕을 하고 새옷이나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성서에서는 태초에 인간은 전혀 옷을 입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난 후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부끄러운 곳을 가렸다(창세 3,7 참조). 그런데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가 입을 가죽 옷을 준비하셨다(창세 3,21 참조). 여기서 가죽 옷은 죄인에 대한 하느님의 지속적 호의를 의미한다. 구약성서에서 옷을 다른 사람에게 입혀 주는 것은 직무의 위탁을 의미하기도 했다. 모세는 하느님 명령대로 죽어가는 아론의 옷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잘에게 입혔다(민수 20,28 참조). 이 옷을 입히는 행동으로 대제사장 직무가 엘르아잘에게 위임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옷자락에 술을 달고 그 옷자락 술에 자주빛 끈을 달게 했다. 이 술을 볼 때마다 야훼의 모든 명령을 기억하고 지키게 하기위해서였다(민수 15,38-39 참조). 엘리사가 에언자 소명을 받을 때에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외투를 던졌다. 이처럼 외투를 던지는 행위는 야훼 하느님께서 친히 그 사람을 소유하신다는 상징이었다(1열왕 19,19-20 참조). 또한 굵은 베옷을 입는 것은 회개의 표지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베옷을 회개의 표시와 통곡의 표식으로 사용했다. 요셉의 형들이 요셉을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았을 때에 야곱은 아들을 잃은 슬픔의 표시로 굵은 베옷을 입고 애통해했다(창세 37,34 참조). 극심한 슬픔을 당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재를 뒤집어쓰고 베옷을 찢었다. 율법학자들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 옷단을 길게 하여 율법에 충실한 것을 나타내려고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셨다(마태 23,5 참조). 또한 예수님은 죄인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예복을 입지 않고 혼인잔치에 참석하려는 사람에 비유했다(마태 22,1-14 참조). "마지막 나팔 소리가 울릴 때에 순식간에 눈 깜빡할 사이도 없이 죽은 이들은 불멸의 몸으로 살아나고 우리는 모두 변화할 것입니다. "이 썩을 몸은 불멸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이 죽을 몸은 불사의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1고린 15,51-52 참조). 이처럼 사도 바오로에 의하면 마지막 날 불사의 옷은 부활, 즉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의미한다(로마 13,14 참조).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은 자는 모두 그리스도라는 옷을 입게 된다고 가르쳤다(갈라 3,27 참조). 초대교회부터 세례식 때 입었던 세례복은 부활의 영광과 옛 죄인의 모습이 변화되는 것을 상징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부활과 구원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다. [평화신문, 2004년 4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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