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40 - 힘과 권력의 상징인 악어

- 보통 열대지방의 하천이나 늪에 서식하는 악어는 성질이 사납고 포악한 동물로 현존하는 파충류 중 몸집이 가장 크다. 사진은 2002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크로커다일 헌터'의 한 장면.

마음에도 없이 흘리는 위선자의 거짓눈물을 흔히 '악어의 눈물'이라 한다. 악어의 눈물이란 표현은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전설에서 유래한다. 셰익스피어가 「햄릿」 「오셀로」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 등 여러 작품에서 이 전설을 인용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런데 악어는 실제로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 눈물이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슬퍼서 흘리는 것은 아닌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악어의 눈물'이 의학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악어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은 대개 얼굴신경 마비 후유증으로 나타난다. 환자들의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뒤얽혀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과 눈물을 함께 흘린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악어 눈물 증후군 환자들은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엉켜서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이 나올 때 눈물을 함께 흘린다. 심지어 음식 생각을 하기만 해도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악어는 뱀과 같은 무리로서 가장 진화했다. 알을 낳는 파충류 동물로 한꺼번에 20~30개 알을 낙엽이나 덤불 등이 섞여있는 모래 언덕에 낳는다. 그것이 햇볕을 쬐면 부화되는데 햇볕을 많이 쪼인 것은 수컷으로, 덜 쪼인 것은 암컷이 된다고 한다. 부화할 때 온도가 성의 분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악어는 피부가 울퉁불퉁하고 튼튼한 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물속 생활에 적응하도록 돼 있다.

보통 열대지방의 하천, 늪 등에 서식하며 성질이 사납고 포악해 닥치는대로 공격해서 잡아 먹는다. 큰 사냥감은 물속까지 끌고 들어가 몸뚱이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뜯어 먹는다. 악어는 혀가 목구멍 쪽으로 향해 있어 물속에서 먹이를 먹어도 숨이 막히지 않는다고 한다. 밤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악어 눈이 특이한데 이는 특수한 색소가 망막에 반사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집트 나일강에는 전장 7m도 넘는 악어가 살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강의 수호자로 악어를 신처럼 섬겼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나일강의 악어를 이집트 왕 파라오의 권력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팔레스타인에도 '악어의 강'이 사마리아 근처에 있으며 샤론의 들에 흘러내리고 있다. 이 강에 있는 악어는 이곳에 이주한 이집트인이 악어를 신성시해 본국에서 옮겨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방탕한 형이 자기 재산을 탕진하고 부자인 아우를 시기해 이집트 악어를 '악어의 강'에 풀어놓아 동생의 양을 잡아먹게 했다. 그 후 형이 그 강에 가서 목욕을 하다가 자기가 풀어놓은 악어의 밥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팔레스타인에서 악어는 이집트와 관련을 갖는다. 이집트인들은 악어를 신령한 동물로 귀하게 여겼다. 따라서 성경에서는 악어가 이집트의 권력을 상징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악어는 성경에서는 유일하게 레위기에 등장한다(레위 11, 29-30). 정결과 부정에 관한 가르침 중에서 육지 악어를 부정한 동물로 분류했다. 공동 번역 구약성서에서는 몇군데 더 악어가 언급되고 있다(에제 29,3; 에제 32,2). 새 성경에서는 이 구절에 나오는 악어를 용이라고 번역했다. 성경에서 가장 포악한 괴물인 레비아탄을 개신교에서는 '악어'로 번역하기도 했다(욥 3,8; 욥 40,25; 시편 74,14; 시편 104,26).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악어는 유쾌한 동물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평화신문, 2007년 3월 1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