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46 - 부정한 동물 쥐 쥐에 대한 재미있는 속담은 많이 있다. '쥐구멍으로 소를 몰라고 한다'는 말은 도저히 되지도 않을 짓을 시킨다는 뜻이다. '쥐는 개가 잡고 먹기는 고양이가 먹는다'는 애써 일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에 대한 보수는 엉뚱한 사람이 받는다는 의미다. '쥐잡을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는 말은 적을 공격할 때는 적이 모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년 전 세계 경제 수도라는 뉴욕에서 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뉴욕시가 수년간에 걸친 노력에도 쥐로 인한 피해가 증가추세를 보임에 따라 쥐를 잡는 노력과 함께 쥐의 서식환경을 차단하려는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뉴욕시는 신고가 들어오면 관계자를 보내 대응하는 소극적 방법에서 벗어나 쥐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의 구체적 정보를 컴퓨터 분석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했다. 또한 쥐의 효율적인 박멸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으며 쥐 서식환경을 차단하려는 대민 홍보활동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쥐 박멸을 위한 특별대책팀을 구성해 다양한 시도를 펼쳤으나 쥐 피해 신고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쥐 잡는 날'이 따로 있었다. 쥐는 인간에게 여러모로 골치 아픈 존재다. 집쥐는 음식물을 도적질할 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오염시키며, 가스관을 갉아서 가스중독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전기코드를 갉아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쥐는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는 동물로 남극과 뉴질랜드 이외의 세계 각 지방에 분포하고 있다. 또한 포유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형태, 몸의 구조, 서식장소 등의 변화가 많다. 들쥐는 곡물을 해친다는 말에서 생겼다고 한다. 들쥐의 천적은 매나 부엉이와 같은 맹금류와 뱀과 같은 파충류들이다. 이 들쥐의 수는 굉장히 많은데도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다리가 짧고 털이 많은 이 쥐는 숲 속을 지나가도 소리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풀잎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풀이나 나무가 없는 곳을 지나갈 때에도 다갈색 털이 땅의 색깔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쥐는 먹을 것만 눈에 띄면 굴 속으로 운반한다. 굴은 길이가 지하 90~120cm 가량 되며, 이것을 파 내려가면 보리나 콩 등을 가득 쌓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비축한 것이지만 농부들에게는 손실이 적지 않다. 성경에서 쥐는 일반적으로 부정한 동물로 등장한다. 레위기에는 쥐를 먹지 말라고 금하고 있다. "땅을 기어 다니는 것들 가운데 너희에게 부정한 것은 족제비와 쥐와 각종 큰도마뱀…"(레위11,29). 아라비아 반도에 살던 원주민들은 쥐를 잡아먹었다고 한다. 레위기나 신명기에서 쥐를 잡아먹지 말라는 금기가 기록되어있는 것은 이방인들의 이런 습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사야서에서는 쥐를 먹는 자는 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한가운데에 있는 자의 뒤를 따라 정원에 들기 위하여 자신을 거룩하게 하고 정결하게 한 뒤 돼지고기와 부정한 짐승과 쥐 고기를 먹는 자들은 자기네 행동과 생각과 함께 멸망하리라. 주님의 말씀이다"(이사 66,17). 또한 블레셋 사람들은 이 쥐를 우상으로 만들어 경배하고 그들이 농토를 황폐하게 하고 재난을 가져오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여러분은 이 땅을 파괴하고 있는 이 종기와 쥐 모양을 만들어, 그것으로 이스라엘의 하느님에게 영광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면 아마도 그가 여러분에게서, 그리고 여러분의 신들과 땅에서 자기 손을 거둘 것입니다"(1사무 6,5). 오늘날 쥐는 과학이나 의학 실험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동물이다. 인간에게 더 없이 필요한 존재로 이용된다. 세상에는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가치는 없는 셈이다. [평화신문, 2007년 4월 2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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