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50 - 유다인의 삶과 밀접한 염소 인류는 일찍부터 염소, 양 등을 거느린 유목생활을 했다. 염소는 양과 아주 비슷해 구별하기가 어려우나, 염소 수컷에는 턱수염이 있다. 꼬리 밑부분 아랫면에 고약한 냄새를 분비하는 샘이 있다. 네 다리와 목은 짧고, 코끝에는 털이 있다. 뿔 단면은 삼각형 또는 호리병박 모양이며, 뿔 앞면에는 혹처럼 생긴 것이 있거나 주름이 많다. 뿔은 소용돌이 모양 또는 나사선 모양으로 비틀려 있다. 뿔은 암수 모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염소는 보통 험준한 산에서 서식한다. 먹이는 나뭇잎, 새싹, 풀잎 등 식물성이고, 사육하는 경우에도 거친 먹이에 잘 견딘다. 염소가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사육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약 2000년 전 삼한시대 말이라고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털색이 검고 키가 작은 염소는 육용과 약용으로 현재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흑염소의 약효가 뛰어나 허약체질, 폐결핵, 위장병, 양기부족, 산후와 모든 병후에 보신ㆍ보양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소와 양 다음으로 소중한 것은 염소였다. 염소 고기, 특히 새끼염소 고기는 맛있다. 새끼염소 고기는 잡아서 곧바로 요리하면 새끼양의 고기와 맛이 비슷해 잘 분간할 수 없다. 양은 털을 깎아야 하기에 새끼를 함부로 잡지 않는다. 제사 때나 특별한 경우에 잡는다. 염소가 나오는 루카복음 탕자의 비유는 무척 인상적이다(루카 15,29-30). 성경에도 가축으로 염소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풀이 많은 들에는 양이 잘 자라고 관목이 무성한 언덕에서는 염소가 잘 자란다. 염소는 해변가나 호숫가의 풀은 물기가 많아 좋아하지 않는다. 헤브론에서 레바논에 이르는 서팔레스티나의 중부가 염소를 기르기에 적합하다. 이 지역은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염소를 키우고 있다. 양은 사철쑥 같은 지상의 풀을 먹고, 염소는 조금 높은 구릉 지대에서 관목의 어린 싹을 즐겨 먹는다. 그리고 저녁 때 우리에도 양과 염소는 따로 들어간다. 성경에서 염소에 관한 대목은 대단히 많다. 숫염소는 보통 속죄 제물로 사용했다(레위 16,7-10). 가나안에서는 옛날에는 염소를 경배했던 것 같다(2역대 11,15). 또한 에돔의 멸망을 예고한 성경 대목에서는 염소가 궁전이 황폐하고 괴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곳에서는 사막 짐승들이 늑대들과 만나고 염소 귀신들이 서로를 부르리라. 도깨비도 그곳에 쉬면서 안식을 얻으리라"(이사 34,14). 숫염소는 용기도 있고 생김도 훌륭한 동물로 묘사된다. "의젓한 수탉과 숫염소 그리고 자기 백성 앞에 선 임금이다"(잠언 30, 31). 새끼양으로는 옷을 지어 입고 숫양은 팔아서 밭을 사고 염소젖은 넉넉해서 식구와 함께 먹고 계집종들까지 먹여 살릴 수 있었다(잠언 27,26-27). 염소 젖은 날 것으로 먹기도 하고 응고시켜 버터나 치즈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털은 직물의 원료가 된다(탈출 26,7). 염소 가죽은 물과 젖, 포도주 등을 넣는 주머니를 만든다(시편 119,83). 염소는 양보다는 못하지만 유다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재산 목록이었다. [평화신문, 2007년 6월 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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