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52 - 중요한 식량인 잠두(蠶豆) 잠두(蠶豆)는 누에콩이라고 흔히 부른다. 중국어로 잠두는 꼬투리가 작을 때는 누에 모양을 하고 있고 누에가 고치를 지을 때쯤에 익어간다고 잠두라고 한다. 잠두는 그 원산지가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이며 재배기원이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이다. 잠두는 당질이 많아 감미롭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회분 그리고 비타민 A, B, B??, C가 골고루 함유되어 영양도가 높은 식품의 하나이다. 약용으로도 이용되는데 지혈제, 이뇨제, 해독제 등으로 쓰인다. 잠두는 지중해와 근동지역 고대 문명국가들의 공통적 식량작물이었다. 또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강낭콩류가 유럽에 도입됐는데 그 이전에는 잠두가 곡류 및 사료용으로 널리 재배됐던 유일한 콩과 작물이었다. 초기에는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로 전파됐다. 현재는 이집트가 가장 재배면적이 많고 생산량은 중국, 이디오피아, 이집트 순으로 많다. 잠두의 우리 나라 도입과 재배 내력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930년에 청과용과 종실용 등 3개 품종이 도입됐고, 제주도에서는 가을에 파종, 월동 재배해 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에 남부 해안지역을 대상으로 재배지역이 증가했으나 다시 소비가 줄어 재배면적이 감소했고 1994년부터 경남 남해군 및 사천 지역에서 일본과 수출계약체결로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잠두는 유럽의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발견될 정도로 먼 옛날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 옛 무덤의 미라의 관 속에서도 잠두가 발견된다. 일설에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의식에 쓰였다고도 한다. 잠두는 용도가 다양했다. 가루로 만들어 기장과 섞어서 죽이나 스프도 만들고, 거친 빵을 만들었으며, 삶아서 통째로 먹기도 했다. 지금도 팔레스티나에서는 성경시대와 똑같이 빵을 만드는 데 이용하며,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으로 사용했다. 잠두의 잎줄기는 사료와 비료로 쓰인다. 한때 아프리카에서 서인도 제도로 흑인을 노예 삼아 운반해 갈 때 흑인의 식량으로 사용했다. 또한 괴혈병 예방을 위한 비타민의 공급원으로 잠두를 노예선에 대량 싣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잠두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사람의 영혼에는 죽고 나서 잠두 속에 들어가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잠두를 먹지 못하게 금했다. 피타고라스가 적들에게 쫓길 때 큰 잠두밭이 나타났다. 이 잠두밭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조상의 영혼이 깃든 콩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밭을 가로질러 가지 않고 머뭇거리다 뒤쫓던 적의 손에 붙잡혀서 죽임을 당했다는 전설이 있다. 공동번역 성서에 나오는 콩과 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콩과 팥이 아니다. 성서의 콩과 팥은 어떤 것을 지칭한 것일까? 공동번역 성서에는 콩을 잠두로, 팥은 불콩(창세 25,29-34)으로 번역하고 있다. 잠두는 성서시대에 널리 재배됐고 매우 중요한 식량이었다. 예리고에서는 잠두가 신석기 지층에서 발굴됐고 이 지역에서 아직도 재배하고 있다. 잠두는 공동번역 성서에서 단 한 번 언급된다. "네가 한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백구십 일 동안 누워 있으면서 먹을 빵은 밀, 보리, 잠두, 제비콩, 조, 쌀보리를 섞어서 만들어야 한다"(에제 4,9). 새 번역 「성경」에는 잠두를 누에콩으로 번역했다. [평화신문, 2007년 6월 1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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