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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귀하고 친밀한 황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8-03 조회수3,392 추천수0

[성경 속 동식물] 57 - 귀하고 친밀한 황새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예로부터 길조로 여겼고, 1968년에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흔한 새였다는 것은 그림과 자수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황새는 황해도와 충청북도 일원에서 8ㆍ15광복 전까지 흔히 번식했던 텃새였다. 

 

유럽에서 황새는 신화나 우화에서 행복과 끈기, 그리고 인내를 상징하는 새로 묘사했다. 또한 유럽 사람들은 황새를 어린 아기를 날라다 주는 새로 여긴다. 그래서 산모의 출산을 축하하는 카드에 아기가 든 광주리를 입에 물고 나는 황새의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팔레스티나 지역에는 흑백 두 종류 황새가 산다. 성경에는 이 새의 이름이 몇 군데 나온다. 히브리 원어는 '자비'나 '친절'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미새가 새끼새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나머지, 위기에 놓인 새끼를 건져내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또한 황새 새끼는 새끼대로 언제나 어미새를 잊지 않고, 늙어서도 봉양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황새는 한 번 정한 옛 둥우리에 해마다 돌아오는데 그것이 여러 대에 걸쳐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황새는 울지 않는다. 부리를 부딪쳐 소리를 낼 뿐이다. 

 

성경에서는 예레미야 예언자가 예루살렘 백성의 배반과 완고함을 비난하는 대목에서 황새가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황새도 제철을 알고 산비둘기와 제비와 두루미도 때맞춰 돌아오는데 내 백성은 주님의 법을 알지 못하는구나"(예레 8,7). 

 

황새가 희고 큰 몸으로 날개를 퍼덕이면서 날아오르는 모습은 아름답다. 많은 철새들은 대체로 밤에 이동하는데, 황새는 낮에 떼를 지어 날아간다. 겨울에는 한 마리도 남지 않는 이 새가 3월 하순이 되면 놀랄 만큼 수많은 무리가 팔레스티나에 날아온다. 5월 초순까지 늪지대를 온통 차지하고 뱀이나 개구리, 도마뱀류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날씨가 조금 더워지면 황새 무리는 다시 갑자기 없어진다. 

 

황새 날개의 아름다움과 강한 힘을 상기하는 구절도 있다. "타조가 날개를 즐겁게 푸덕댄다고 과연 그것이 황새의 깃이며 털이 될 수 있느냐?"(욥 39,13) 

 

"거기에 새들이 깃들이고 황새는 전나무에 둥지를 트네"(시편 104,17). 이것은 황새의 습성을 잘 나타낸다. 잣나무에 둥우리를 짓는 황새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레바논에 가면 길가에서 이런 광경을 더러 목격하게 된다. 

 

레위기에서는 황새는 부정한 짐승으로 분류된다. "새들 가운데 너희가 혐오스럽게 여길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것들은 혐오스러운 것이니 먹어서는 안 된다. 황새와 각종 왜가리와 오디새와 박쥐다"(레위 11,13.19).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새는 어디서나 귀하고 친밀하게 여긴다. 황새는 우리나라의 500원 짜리 동전에 도안으로 들어있을 정도다. 또한 "뱁새가 황새 걸음을 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에도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이 친밀하게 느끼는 새다.

 

[평화신문, 2007년 7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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