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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고고하고 점잖은 사슴: 암사슴이 시냇물 그리워하듯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8 조회수5,695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65 - 고고하고 점잖은 사슴


암사슴이 시냇물 그리워하듯

 

 

은수자이자 수도원장인 성 에지디오(Aegidius)는 사슴과 관련이 깊은 인물이다. 에지디오는 중세 서방 교회에서 널리 공경을 받던 성인 중 한 명이다. 

 

10세기에 기록된 그의 전기에 의하면, 자신이 행한 기적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고향 아테네를 떠나 마르세유로 피신했다. 은수 생활을 했던 그는 사슴의 젖을 먹고 살았다고 한다. 한 번은 서고트족의 왕 왐바가 일행을 이끌고 사냥을 나갔는데, 포수가 사슴을 명중시키고 달려가 보니 에지디오가 화살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왕은 이를 애통히 여기고 그를 위해 베네딕토회 수도원을 짓고 원장으로 임명했다. 그의 높은 덕을 흠모한 국왕까지 그에게 고해성사를 받을 정도로 그의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사슴은 소목 사슴과에 속하며 발굽이 짝수로 있고 사막, 툰드라, 늪, 높은 산기슭 등 다양한 서식처에서 살고 있다.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북아프리카 등이 원산지다. 몸이 날씬하며 다리는 길고, 털의 색은 갈색이다. 대개는 무리를 지어 살며, 아침ㆍ저녁으로 풀, 나무껍질, 나무 줄기 등을 먹고 낮에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휴식한다. 위험이 닥칠 때는 궁둥이의 흰 털을 세워 다른 수컷에게 신호를 보내 경고한다. 번식기에는 수컷끼리 뿔을 맞대고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데, 이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수십 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 

 

사슴의 큰 특징인 뿔은 형태가 다양해 짧고 커다란 못처럼 생긴 것에서부터 길고 가지가 많은 것까지 다양한 모양이다. 매년 새로운 뿔이 나는데, 성장기에는 '녹용껍질'(velbet)이라는 피부에 덮여 있다. 사향노루와 고라니는 뿔이 없는 대신 윗송곳니가 발달된 엄니를 갖고 있다. 사슴의 뿔, 특히 대각은 녹용(鹿茸)이라 하는데 혈액 순환을 돕고, 심장을 강하게 한다고 해 한방에서는 강장제로 귀중하게 쓰인다. 

 

성경에서 사슴은 양과 같이 좋은 동물로 소개된다. 사슴에 대한 가장 유명한 성경 구절은 시편에 나온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시편 42,2-3). 생명의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목마른 새끼에게 먹일 물을 애타게 찾는 암사슴에 비유해 노래한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좋은 짐승으로도 소개된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베푸신 복에 따라, 너희가 원하는 대로 어느 성에서든지 짐승을 잡아 그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부정한 사람도 정결한 사람도 그것을 영양이나 사슴 고기처럼 먹을 수 있다"(신명 12,15).

 

또한 자유분방하게 뛰어노는 동물로, 장차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누리게 될 하느님의 백성을 상징한다.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이사 35,6).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였나 보다 /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 슬픈 모가지를 하고 / 먼 데 산을 쳐다본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읽었던 노천명 시인의 시 '사슴'이다. 유명한 이 시 덕분인지 사슴은 언제나 고고하고 점잖은 동물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평화신문, 2007년 9월 2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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