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세계] 역대기 (2) 역대기의 역사저술 - 예루살렘 성전과 다윗 왕조를 중심으로 역대기 저자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서술함에 있는 다윗 왕조의 역사를 가장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역사해석은 그의 신학적 관점에 입각한 것으로 유배 후 이스라엘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 될 예루살렘 성전이 다윗 왕조에 의해 세워지고 보존되어져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대기 저자는 성전건축을 준비하고, 그 곳에서 거행될 전례의식을 정비한 다윗과 실제적으로 성전을 지어 봉헌한 솔로몬을 역사 서술의 중심에 두고 있다. 한편 다윗 이전의 역사는 아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족보를 통해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솔로몬 이후의 남북왕국시대 역사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의 전통을 이어간 남왕국 유다의 이야기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말미에 성전 재건을 명하는 페르샤 임금 고레스의 칙령을 첨가함으로써 유배 후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성전 제의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통치가 구현되는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야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역대기 저자의 역사서술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역대 1-9장 아담에서 사울에 이르는 족보 1역대 10장-2역대 9장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 역사 2역대 10장-36,21 남왕국 유다의 역사(남북왕국시대) 2역대 36,22-23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위한 고레스 칙령 1. 아담-사울의 족보(1역대 1-9장) 역대기 저자는 아담에서 다윗 직전까지의 역사를 모세 오경과 역사서들에서 인용한 족보에 의해 요약하고 있다. 1장의 첫 번째 족보는 아담에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인 야곱(역대기에서는 이스라엘)에 이르는 계보를 소개하고 있고, 2장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족보는 열두 지파의 계보들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역대기 저자가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 계보를 소개하고 있는 것은 세상과 인류의 창조로부터 계속 이어지는 역사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계보 가운데 특별히 유다 지파가 강조되고 있다. 왜냐하면 역대기 저자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인물인 다윗이 바로 유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두 차례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 유다 지파의 계보(2,3-55; 4,1-23) 사이에 훨씬 후대에 속하는 다윗 가문의 계보(3장)가 제시됨으로써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결국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스라엘의 역사, 나아가 인류의 시작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다윗 가문의 가장 오래된 기원을 밝히고자 하는데 저자의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예배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한 레위 지파를 중요시하여 다른 지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5,27-6,66). 한편 9,1-34은 유배에서 돌아온 지파들 가운데 역대기가 공동체의 중심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성읍 예루살렘에 자리를 잡았던 이들을 특별히 소개하고 있으며, 이어 베냐민 지파에 속하는 사울 임금의 계보를 반복함으로써(9,35-44) 역대기 두 번째 부분과 연결시키고 있다. 2.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 역사(1역대 10장-2역대 9장) 역대기 저자가 예루살렘 성전과 관련된 이상적인 인물로 제시하는 다윗과 솔로몬 임금의 이야기가 서술되어있는 핵심부분이다. 소개되는 중심 인물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1역대 10장 사울 2역대 11-29장 다윗 2역대 1-9장 솔로몬 1) 사울(1역대 10장) 이스라엘 초대 임금인 사울은 역대기 저자에 있어 관심의 주요 대상이 아닌 까닭에 간단하게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는 사울이 주님의 분부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주님을 배반하고, 영매를 찾아 문의하면서도 주님께는 문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울의 불충은 그의 왕국이 다윗에게 넘어가게 된 역사적 경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10,13-14). 2) 다윗(1역대 11-29장) 이제 “사무엘을 통하여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11,3) 다윗은 도유를 받고 온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워진다. 이것은 다윗의 왕위 등극이 다름 아닌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임을 명백히 밝혀주고 있다. 모두 19개의 장에 걸쳐 소개되는 다윗의 모습은 백성들을 잘 다스렸던 이상적인 임금으로서 뿐 아니라 신앙 공동체를 형성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역대기 저자는 다윗을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공동체의 종교 지도자로서 해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윗이 즉위한 다음 처음 시도한 것이 후에 성전이 세워지고 하느님 통치의 중심지가 될 성도(聖都) 예루살렘의 점령(11,4-9)과 그 곳에 천막을 치고 계약의 궤를 모셔온 일임을 제시하고 있다(15-16장). 나아가 비록 많은 이의 피를 흘리게 한 전쟁을 수행한 탓에 다윗에게 성전건축이 허락되지는 않았지만(22,8), 그에 의해 이미 성전건축을 위한 제반 준비와 성전에서 거행될 경신례와 관련된 사항들이 정비되었음을 서술하고 있다. 즉 레위인들 조직(23장), 사제단 조직(24장), 성전의 성가대(25장), 성전 문지기(26장), 성전건축에 필요한 예물(29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다윗은 자신의 후계자인 솔로몬에게 성전을 지어 주님께 봉헌할 것을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 있다: “내 아들 솔로몬아, 너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을 바로 알고 한결같은 마음과 기꺼운 마음으로 그분을 섬겨라... 자, 보아라, 주님께서는 이제 성소로 쓰일 집을 지으려고 너를 선택하셨다. 힘을 내어 일을 해 나가거라”(28,9-10). 3) 솔로몬(2역대 1-9장) 역대기 저자는 솔로몬을 다윗의 당부에 따라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했던 임금으로 서술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기브온에서 하느님을 뵙게 된 솔로몬이 부왕(父王)인 다윗에게 하셨던 약속을 이루어주시길 청하면서, 그분의 백성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혜와 지식”을 구했던 이야기를 서두에 제시한다(1,7-13). 그리고 역대기의 최대 관심사인 솔로몬의 성전건축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이어진다(2-7장). 주님의 이름을 위한 집을 짓기로 결심한 솔로몬은 건축에 필요한 제반 준비를 갖춘 다음(2장) 예루살렘 모리야산(성서의 다른 곳에서는 시온 산으로 불리움)에 성전을 세우고, 사용될 기물들을 만든다(3-4장). 그리고 다윗 성에 모셔져 있던 주님 계약의 궤를 성전으로 모셔온(5장)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하는 장엄한 기도를 바치자(6장),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물들을 삼키고 주님의 영광이 주님의 집에 가득 차게 된다. 하느님께서 솔로몬이 봉헌한 성전과 그의 기도를 받아주셨던 것이다. 여기서 세 차례나 반복되는 “주님의 영광이 주님의 가득 찼다”(7,1-3)는 표현은 성전 제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될 하느님 통치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전 건축을 끝낸 솔로몬이 누렸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단락은 끝을 맺는다(8-9장). 3. 남왕국 유다의 역사(2역대 10장-36,21) 솔로몬 임금 사후 시작된 남북왕국시대의 역사를 기술한 부분으로 역대기 저자는 선택된 백성의 종교적 중심인 예루살렘 성전 전통을 이어나간 남왕국 유다의 이야기만을 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왕국 이스라엘은 남북왕국이 분열된 후 독자적으로 베델과 단에 금송아지를 세우는 등 종교적 정통성에서 이탈해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시기의 역사적 사건들을 연대기 순으로 서술하면서, 특히 “인과응보”의 원칙에 입각해 남유다 왕국 임금들의 운명과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해석하고 있다(대표적인 예로 지난 호에 소개된 므나세와 요시야 임금에 관한 내용 참조). 그리고 임금들이 행한 일들 가운데 이스라엘의 원초적 구원체험을 기념하는 과월절 축제나 경신례의 개혁, 그리고 성전에 봉사하는 사제의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하여 열왕기에는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역대기는 첨가하고 때로는 보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유다 왕국이 멸망하게 된 것은 목덜미가 뻣뻣하고 마음이 굳어버린 임금과 사제, 그리고 온 백성들이 주님을 배반하고, 주님 친히 예루살렘에서 거룩하게 하신 주님의 집을 부정하게 만든 결과임을 밝히고 있다. 4.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위한 고레스 칙령(2역대 36,22-23) 역대기의 마지막 부분은 남왕국 유다를 멸망시켰던 바빌론 제국을 정복하고 새로운 패자로 등장한 페르샤 임금 고레스에 의해 이스라엘이 유배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귀환하게 될 것임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이스라엘의 귀환이 고레스의 마음을 움직이신 주님에 의한 것임을 제시하면서, 고레스의 입을 통해 주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바를 선포하게 한다: “유다의 예루살렘에 당신을 위한 집을 지을 임무를 나에게 맡기셨다”(36,23). 그것은 바로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으로써, 유배 후 이스라엘 공동체가 성전을 중심으로 살아가야함을 제시하고자 했던 역대기 저자의 의도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겠다. 다음 호에서는 동일한 고레스 칙령을 그 서두에 반복하면서 유배 이후 공동체의 삶을 전하는 에즈라서를 만나기로 한다. [월간 빛, 2002년 1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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