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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유배시대 초기의 예언자 에제키엘: 시대적 상황과 소명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4,450 추천수0

[성서의 세계] 예언자 에제키엘 (1) - 유배 시대 초기의 예언자 '에제키엘'

- 시대적 상황과 소명

 

 

이사야서, 예레미야서와 더불어 구약의 3대 예언서를 이루는 에제키엘 예언서는 남왕국 유다가 강대국 바빌론 제국의 침공으로 멸망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배라는 민족적 비극을 겪게 되었던 시기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분의 뜻을 열정적으로 선포하였던 예언자 에제키엘의 활동을 전하고 있다. 에제키엘은 주로 환시와 상징적 행위들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는데, 그의 선포 내용은 예루살렘의 멸망(기원전 587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왕조 말엽에는 이스라엘의 죄악에 대한 심판경고가 주류를 이루다가, 왕조 멸망 후에는 유배의 시련을 겪게 된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예고가 강조되고 있다.

 

 

1. 에제키엘의 생애와 시대적 상황

 

남왕국 유다의 요시야 임금(기원전 640-609년)이 신명기 정신을 바탕으로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종교개혁(2열왕 22,3-23,25)을 본격적으로 단행하던 기원전 622년경 에제키엘은 부지라는 사제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러나 그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7세기 말엽은 바빌론 제국의 부상(浮上)과 함께 고대 근동지방의 세력판도가 바뀌는 격동의 시기였다.

 

기원전 612년 강대국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가 바빌론과 메대의 동맹군에게 함락되자 위협을 느낀 이집트의 파라오 느고(기원전 610-594년)는 바빌론을 견제하기 위해 남왕국 유다의 팔레스티나 지방으로 진출하게 된다. 이에 요시야 임금은 기원전 609년 북진하는 이집트을 맞아 므기또에서 전투를 벌이나 전사하고 만다.(2열왕 23,29-30) 그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된 여호아하즈는 재위 삼 개월만에 이집트에 의해 폐위되고 여호야킴 임금(기원전 609-597년)이 남왕국 유다를 다스리게 된다. 그는 파라오 느고에 의해 임금으로 옹립된 까닭에 이집트의 세력 하에 안주하였으며, 당시 예언자로 활동하던 예레미야를 박해하기도 했던 포악하고 하느님께 불충한 군주였다.

 

그 후 기원전 605년 가르그미스에서 대세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는데, 여기서 바빌론의 느부갓네살은 이집트 군을 격파하고 고대 근동지방의 패권을 차지한다. 이때 남왕국 유다 역시 바빌론의 종속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원전 601년 여호야킴은 바빌론 군이 본국으로 철수한 틈을 타 반기를 드는 무모한 모험을 감행하였다가 결국 전사하고(2열왕 24,1-4) 그의 아들 여호야긴이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기원전 597년 바빌론 제국의 대규모 침공으로 마침내 예루살렘은 점령되고, 정복자 느부갓네살은 여호야긴 임금을 비롯하여 많은 지도층 인사들과 장인(匠人)들을 바빌론으로 끌고 갔는데, 이것이 바로 1차 유배이다.(2열왕 24,10-17) 이때 사제인 에제키엘도 포로들과 함께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바빌론은 여호야긴의 삼촌인 시드키야를 임금으로 내세운다. 그는 의지가 약하고 우유부단했던 남왕국 유다의 마지막 임금으로, 그의 재위 동안(기원전 597-587년) 왕국은 친바빌론파와 친이집트파 그리고 독립파 등이 벌이는 정쟁에 휘말려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기원전 593년경 에제키엘은 포로로 잡혀간 지 5년째 되던 해에 바빌론 남쪽의 성읍 니푸르 부근에 있는 유프라테스강의 수로 가운데 하나인 ‘그발강’ 가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언자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한편 고국에서는 기원전 589년 예레미야 예언자의 반대(예레 27장)에도 불구하고 시드키야 임금이 이집트의 지원 아래 띠로, 시돈과 동맹을 형성하여 왕국의 독립을 시도한다. 그러나 기원전 587년 대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온 바빌론 제국의 느부갓네살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됨으로써 남왕국 유다는 멸망하게 된다.(2열왕 25,1-7) 이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종교적 중심지였던 성전은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유배를 떠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2차 유배이다.

 

당시 유배지에서 이러한 민족적 비극을 맞았던 에제키엘은 개인적으로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에제 24,15-19) 그 후에도 예언자는 유배의 시련 가운데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신앙의 위기에 봉착했던 동족들을 향해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한다. 그의 예언 활동은 기원전 571년경까지 계속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에제 29,17), 나머지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2. 예언자 에제키엘

 

에제키엘은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강하게 하신다.’란 뜻을 가진 그의 이름처럼 특히 유배 시대 초기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그들의 잘못된 삶의 결과로 겪게 된 유배의 혹독한 시련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듭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이끌었던 예언자다.

 

본래 사제였던 에제키엘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유배 때 바빌론으로 잡혀가 생활하던 중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예언자로 활동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출신배경은 그의 선포 내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관건이 된다. 왜냐하면 그가 비록 유배지에서 활동하였지만 그의 선포는 예루살렘과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그리고 장차 하느님께서 그 곳에서 이루실 일들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제키엘은 ‘가슴속에 두 가지 영혼을 담고 있는사람’이라 묘사되듯이 상이한 특성들을 함께 내포하고있는 독특한 예언자이다. 즉 그는 이스라엘의 멸망을 준엄하게 선포하면서도 구원의 희망을 전하였던 하느님의 사자(使者)였고, 여러 환시를 보고 때로는 탈혼상태에 빠지면서도(에제 1,1.4이하; 3,10-15) 명철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학자였으며, 엄격한 규범을 준수하는 사제인 동시에 그러한 것들을 초월하는 예언자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에제키엘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말을 통한 선포와 함께 환시와 다양한 상징적 행위들을 사용했다는 점도 다른 예언자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라 하겠다.

 

 

3. 선포 내용의 구조

 

에제키엘 예언서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스라엘의 민족적 비극인 기원전 587년의 왕국 멸망과 유배를 전환점으로 하여 심판의 예고(첫째 부분)에서 구원 선포(셋째 부분)로 넘어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사이에 놓여 있는 둘째 부분에는 남왕국 유다의 멸망과 연관된 이웃 나라들에 대한 예언이 수록되어 있다.

 

 

4. 예언자의 소명

 

예언서의 첫 부분인 1-3장은 에제키엘 사제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의 하느님 체험과 예언자로서의 사명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1) 소명의 시기와 장소(1,1-3)

 

하느님께서 에제키엘에게 처음 말씀을 내리시고 당신의 예언자로 선택하신 것은 여호야긴 임금의 유배 제5년, 즉 기원전 593년이었다. 이때 에제키엘의 나이는 30세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1,1 첫머리에 제시되는 ‘제 삼십년’이란 표현을 그의 나이와 연관시켰던 3세기 오리게네스 교부 이래의 해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리고 소명을 받은 장소는 유배지 바빌론에 있는 유프라테스 강의 지류인 ‘그발강’가이다. 따라서 에제키엘은 1차 유배시기에 유배지에서 예언자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것이다.

 

2) 하느님 현현 체험(1,4-28)

 

에제키엘은 환시 가운데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 환시란 하느님 현현의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에제키엘은 신비로운 형상들을 목격하게 되며, 그들 머리 위 궁창 위에 있는 어좌에 앉아 계시는 ‘주님 영광’의 형상을 보게 된다. 이처럼 종교적으로 부정한 땅인 유배지 바빌론에 하느님의 영광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하느님 현존에 대한 기존의 사상을 뛰어 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때까지 유다인들은 하느님이 예루살렘의 성전에만 현존하시는 것으로 믿어왔으나(1열왕 8,11),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은 장소적 제약에 얽매이시지 않는 초월적이신 분, 온 땅의 지배자이심이 계시된 것이다.

 

3) 하느님의 부르심(2,1-3,15)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현존을 목격하고 땅에 쓰러져 있는 에제키엘을 “사람의 아들아, 일어서라.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2,1)하고 부르신다. 여기서 ‘사람의 아들’이란 흙으로 빚어진 인간의 한계, 부족함을 함축하고 있는 개념으로 ‘하느님의 영광’과 대조를 이룬다. 즉 에제키엘은 인간의 실존적 제한성을 지닌 채 하느님의 도구로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당신의 결정을 나타내는 말씀, 즉 ‘비탄과 탄식과 한숨’이 적혀 있는 두루마리를 건네시면서, “네가 보는 것을 받아먹어라. 이 두루마리를 먹고, 가서 이스라엘 집안에게 말하여라.”(3,1)하고 이르신다. 이에 에제키엘이 그 두루마리를 먹으니 “꿀처럼 입에 달았다.”(3,3)고 묘사되고 있는데,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모신 예언자가 체험한 내적인 충만함을 의미한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그를 이마가 단단하고 마음이 굳은 자들, 당신의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는 반항의 집안, 곧 이스라엘에게로 파견하신다.

 

4) 이스라엘의 파수꾼(3,16-27)

 

이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이 예언자로서 수행해야 할 사명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파수꾼임을 밝히신다. 본래 파수꾼이란 성(城)의 망루에 서서 외적의 침입을 발견하고, 성안의 백성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에제키엘 역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잘못을 징벌하기 위해 의도하고 계시는 심판을 미리 경고함으로써, 이스라엘로 하여금 악한 길을 버리고 참다운 하느님 백성으로서 살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간 빛, 2002년 11월호, 송재준 마르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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