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식물] 79 - 거룩한 향료 유향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선물 유향은 올리브과에 속하는 유향나무의 수액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다. 유향나무는 키가 3~10m로 자란다. 줄기나 가지에서 자연분비되는 액은 고무처럼 말랑하고 투명하며 동그랗게 방울이 진다. 이 액이 공기에 닿으면 굳어져서 광택이 나며, 마찰하면 가루가 나와 백색 반투명체가 된다. 유향의 색깔은 흰색, 황색, 황갈색 등이며 백색유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힌다. 줄기에서 유백색 액이 나오는 모양이 젖과 같아 유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훈향료나 향수의 재료로 쓰이며 한의학에서 몰약과 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약성은 온화하고 독이 없으며 맵고 쓰다. 기혈을 잘 돌게 하고 진통효과가 뛰어나고 관절의 동통을 다스리는 약재로도 쓰인다. 로마의 황제 네로가 왕비 포파에아의 장례식 때 도시 전체가 1년 동안 쓸 양의 유향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종교의식에 사용했으며 유다인 성전에서는 방향제로 쓰였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의 총명함을 듣고 그를 만나러 올 때 많은 유향을 바쳤다고 한다. 유향 향기를 흡입하면 고요하고 안정된 침착한 상태가 된다고 해 옛날부터 치료제로 쓰였다. 유향은 몰약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옛날부터 귀하게 쓰인 향료로도 값비싼 무역품이었다. 유향은 오늘날도 정교회의 종교의식에서 향료로 쓰고 있다. 유향은 별을 따라서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들이 몰약과 함께 가져온 선물로도 유명한데 귀한 향료로 성경에 여러 번 등장한다.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몰약은 장례 때 방부제로 쓰였지만, 유향은 제사의식의 분향제나 화제, 소제에 쓰이는 거룩한 향료로 사용했다(레위 2,1-2). 안식일에 드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한 영원한 언약의 빵 위에 정결한 유향을 두어 기념물로 삼기도 했다(레위 24,7). 야훼의 장막 안 증거궤 앞에 두는 지극히 거룩한 가루향을 만들 때에 유향을 섞어 만들게 해서 그 향기를 가장 거룩한 것으로 다루었다(탈출 30,35-36).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 거룩한 가루향의 배합법을 알려주시며 거룩하게 다룰 것을 명하신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향기를 즐기려는 사람은 자기 백성에게서 잘려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신다(탈출 30,34-38). 그 정도로 유향을 귀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또한 거룩한 유향은 죄악을 생각하게 하는 제물에는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민수 5,11-15). 유향은 성소에 쓰는 기물이나 제물들과 함께 귀중한 보물처럼 다뤘다(1역대 9, 29-30). 이스라엘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더욱 귀했던 유향은 다른 나라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사와야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유향을 귀한 선물이나 진상품으로 올리기도 했다(창세 43,11). [평화신문, 2008년 1월 2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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