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동식물] 84 - 늘 푸른 에셀나무
메마른 광야에서 꿋꿋하게 생존 위성류의 관목 에셀나무는 지중해 연안지역에서 중앙아시아와 북쪽으로는 중국에 이르는 지역에 걸쳐 염분도가 높은 사막, 바닷가, 산악지대와 건조한 땅에서 자란다. 가뭄, 토양 염분도, 염수 침입 등에 잘 견디어 바닷가의 보호막이나 사막지대에서 방풍림으로 쓰인다. 이스라엘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록수 에셀나무는 다른 식물이 모두 말라죽어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 귀한 녹음수이다. 거친 환경에서 에셀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뿌리를 땅속 30m까지 뻗어 지하수를 흡수하는 능력에 있다. 수관이 둥글고 울창하며 가지는 가늘지만 능수버들처럼 늘어지는 성질이 있다. 잎은 작고 가는 것이 비늘처럼 빽빽하게 겹쳐서 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잎이 증산작용을 하지 않기에 수분증발이 억제되어 사막 같은 건조지대에서도 푸르게 잘 견디는 것이다. 꽃은 작고 분홍색이며 무리지어 피는데, 가지 끝에 매달리거나 줄기에서 곧바로 피기도 해 겉으로 보기에 식물체가 깃털을 모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에셀나무는 아브라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무다. 하느님께서는 나그네살이하는 아브라함을 늘 지켜주시고 축복해주셨다. 이를 알게 된 그라르의 임금 아비멜렉은 아브라함과 동맹을 체결하자고 나선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맹세한 아브라함은 이번에는 아비멜렉의 종들이 자신의 우물을 빼앗은 사건을 따지며 우물 소유권 계약을 맺는다. 이후로 두 사람이 계약을 맺고 맹세한 그 곳을 브에르 세바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브라함은 브에르 세바에 에셀나무를 심고 하느님을 찬미했다(창세 21,22-33). 에셀나무는 사울과 다윗 얘기에도 등장한다. 사울은 무리들의 우두머리가 된 다윗을 죽이기 위해 부하들과 함께 그를 쫓는다. "사울이 다윗과 그 부하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사울은 기브아의 높은 지대에 있는 에셀나무 아래에서 손에 창을 들고 앉아 있었는데, 모든 신하가 그 주변에 둘러서 있었다"(1사무 22,6). 또한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사울이 묻힌 곳이 이 나무 밑이다(1사무 31,13). 아브라함의 기념수와 사울 왕의 수목장이 된 것도 건조한 기후에 잘 견디는 생명력 때문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성경에서 에셀나무를 강인한 생명력 혹은 영원한 생명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 메마른 광야에 꿋꿋하게 서있는 에셀나무는 황량한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고 증거해야 하는 그리스도교인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평화신문, 2008년 3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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