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10) 칼 : 하느님의 심판 혹은 말씀 - 마사치오 작 '성 바오로' 피사 국립박물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전야인 6월 28일 저녁,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 특별한 등(燈)이 켜졌다. '바오로의 해'가 시작되었음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등불이다.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 앞에는 사도 바오로가 칼과 성경을 들고 있는 상이 서 있다. 이처럼 바오로의 성화에는 곧잘 칼이 등장한다. 바오로를 상징하는 칼은 그가 선포한 하느님 말씀의 능력과 생명력을 나타낸다. 칼은 옛날의 중요한 전쟁 무기였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칼은 주로 전쟁을 묘사하는 이야기에서 자주 나타난다. 칼에 맞아 쓰러진다고 하면 전쟁에서 패배를 뜻한다. "나는 이곳에서 유다와 예루살렘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겠다. 그들을 원수들 앞에서 칼에 맞아 쓰러지게 하고,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 손에 죽게 하겠다. 또한 그들의 시체는 하늘의 새들과 땅의 짐승들에게 먹이로 내어 주겠다"(예레 19,7). 이사야 예언자도 평화가 오는 것을 칼과 창을 농기구로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 또한 칼을 사용하는 것을 사람들 사이의 유혈과 다툼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어찌하여 너는 주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주님이 보기에 악한 짓을 저질렀느냐? 너는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를 칼로 쳐 죽이고 그의 아내를 네 아내로 삼았다. 너는 그를 암몬 자손들의 칼로 죽였다. 그러므로 이제 네 집안에서는 칼부림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를 무시하고,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의 아내를 데려다가 네 아내로 삼았기 때문이다"(사무 하 12,9-10). 칼은 하느님의 심판을 상징한다. "주님의 칼은 피로 흥건하고 기름기로 덮여 있으며 어린 양과 숫염소들의 피에, 숫양들의 콩팥 기름에 젖어 있다"(이사 34,6). 잘못을 행하는 자를 벌주고 처형하는 정부의 권력을 칼의 이미지로 묘사되는 대목도 있다. "지배자는 그대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하느님의 일꾼입니다. 그러나 그대가 악을 행할 경우에는 두려워하십시오. 그들은 공연히 칼을 차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악을 저지르는 자에게 하느님의 진노를 집행하는 그분의 일꾼입니다"(로마 13,4). 칼이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해악과 상처를 사람들에게 끼치는 모든 것들을 상징하는 데 사용되기 했다. "저는 사자들 가운데에, 사람을 집어삼키려는 것들 가운데에 누워 있습니다. 그들의 이빨은 창과 화살, 그들의 혀는 날카로운 칼입니다"(시편 57,5).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말은 비수 같다. "이웃에게 해로운 거짓 증언을 하는 자는 방망이와 칼과 날카로운 화살과 같다"(잠언 25,18).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칼에 비유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능력 때문에 칼에 비유되었던 것이다. "그분께서 내 입을 날카로운 칼처럼 만드시고 당신의 손 그늘에 나를 숨겨 주셨다. 나를 날카로운 화살처럼 만드시어 당신의 화살 통 속에 감추셨다"(이사 49,2).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의 마옴 가장 깊은 곳까지 미치며 삶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우리의 삶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평화신문, 2008년 7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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