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33) 소 : 경제 번영과 쇠퇴 비유에 사용 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송아지, 황소, 암소 등으로 부르고 용도에 따라 육우, 일소, 젖소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성실과 근면, 우직함과 충성심의 상징인 소는 우리민족에게 단순한 가축 이상 존재였다. 농사일을 위한 필수적 노동력이었고, 일상 생활에서는 운송 수단이었으며,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목돈을 장만할 수 있는 비상 금고 역할까지 했다. 고대 문명국은 일찍부터 일소를 사육했는데 메소포타미아는 기원전 4500년, 인도는 기원전 2500년, 중국은 기원전 2200년 께 소가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농경생활을 해온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시대인 502년 소를 이용한 우경(牛耕)을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우경의 발달은 소와 관련된 농기구 발달을 가져왔는데 삼국사기를 보면 백성들이 우차법을 이용해 수레를 끌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으면서는 효율적 밭갈이를 해 생산력이 크게 향상됐다. 당시에는 농업 기술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근동에서 황소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고 강한 힘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는 맏이로 난 소, 그에게 영예가 있어라. 그의 뿔은 들소의 뿔. 그 뿔로 민족들을 땅 끝까지 모두 들이받으리라. 에프라임의 수만 명이 그러하고 므나쎄의 수천 명이 그러하리라"(신명 33, 17). 성경에서 소는 경제적인 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소들은 밭갈기나(1사무 11,5) 타작이나 수레 끌기(1사무 6,7), 우유와 고기 등 식량 공급원이었다. 또한 소는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사용됐다(레위 3,1). 그래서 소는 경제 번영과 쇠퇴를 이야기할 때 적절한 비유로 사용됐다(창세 41,1-13). 또한 소는 풍요의 상징이었기에 반대로 하느님 진노하심의 표시가 가축 감소나 소멸로 나타나기도 했다(예레 5,17). 아모스 예언자는 사마리아 귀부인들의 지나친 무절제와 게으름을 비난하면서 그들을 "바산의 암소들"로 비유했다(아모 4,1). 바산의 암소는 그 우량함으로 유명했다. 또한 송아지가 제멋대로 뛰는 특성으로 주님의 날에 압제로부터 풀려 나온 하느님 백성의 모습을 묘사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말라 3,20). 하느님께서 소를 보호하신다는 이미지는 하느님 축복으로서 소 이미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침략자 곡의 멸망을 언급할 때 그들 잔치가 바산의 살진 짐승을 먹는 잔치와 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너희는 용사들의 살을 먹고 세상 제후들의 피를 마실 것이다. 그들은 숫양과 어린 양, 숫염소와 송아지, 모두 바산의 살진 짐승이다"(에제 39,18). 시편 저자도 이스라엘 적들을 "바산의 힘센 소"(시편 22,13)로 비유한다. 또한 성경에서 송아지가 우상숭배라고 하는 나쁜 이미지에 사용된 것(탈출 32,1-6)은 아마도 이집트 신 아피스나 황소나 송아지를 타고 나타나는 가나안 신들에 대한 관습 때문으로 보인다. 소는 값비싼 가축이었기에 송아지를 먹는다는 것은 가장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일이었다(루카 15,23). 올 한해 우리도 소의 인내와 충직함을 닮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평화신문, 2009년 1월 1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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