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2 - 복음서의 등장 인물들 복음서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란 여러 등장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의 줄거리로 구성한 것이다. 복음서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복음서에는 예수님, 세례자 요한, 제자들,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 군중 등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여러 등장 인물들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주인공이다. 복음서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수님이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예수님에게 일어난 사건, 즉 예수 사건을 이야기로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르코 복음서의 첫머리는 이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에 관한 복음의 시작”(마르 1,1). 복음서는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기쁜 소식으로 전하는 글이다. 복음의 주된 내용은 예수님이고, 그 복음을 전하는 방식은 이야기라는 문학적 형식을 통해서이다. 등장 인물의 분류 하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분류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이다. 첫째, 큰 등장 인물(major character)과 작은 등장 인물(minor character)로 나눌 수 있다. 큰 등장 인물은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인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여러 장면의 사건들에 등장한다. 복음서의 큰 등장 인물로는 예수님, 제자들, 그리고 반대자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과 함께 제자들은 복음서 이야기의 주요 등장 인물들이다. 예수님의 반대자들도 주요 등장 인물인데, 여기에는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 헤로데 당원, 헤로데, 원로들, 수석사제들, 대사제, 최고 의회, 사두가이들, 로마 군인들, 빌라도 등이 포함된다. 반대자들은 주인공 예수님과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들이다. 이와 같이 복음서 이야기는 예수님, 제자들 그리고 반대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줄거리가 구성되어 있다. 작은 등장 인물은 이야기의 줄거리 구성에서 주변 인물들이다. 이들은 중심 인물들과는 대조되는 보조적인 인물로서 등장하는 횟수도 매우 적다. 복음서의 작은 등장 인물은 대부분 고유한 이름없이 어떤 나병환자, 어떤 중풍병자, 어떤 과부, 어떤 백인대장 등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회당장 야이로, 예리코의 바르티매오와 자캐오, 키레네 사람 시몬,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등 고유한 이름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둘째, 평면적인 등장 인물(flat character)과 입체적인 등장 인물(round character)로 나눌 수 있다. 평면적인 등장 인물은 이야기의 줄거리 안에서 성격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정적(靜的)인 인물이다.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한 인물이다. 복음서에서 대표적인 평면적인 등장 인물은 예수님과 반대자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예수님은 한결같고 일관성이 있는 인물이다. 반대자들도 변함없이 예수님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이야기의 한 장면에 반대자들이 등장하면 독자는 그들과 예수님 사이의 갈등을 예상할 수 있다. 입체적인 등장 인물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성격이 변화하는 동적(動的)인 인물이다. 복음서에서는 제자들과 군중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따라 나섰던 제자들은 그분이 체포되시는 순간 모두 버리고 도망간다. 그리고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환호했던 군중은 나중에 그분을 십자가 형에 처하라고 외친다. 셋째, 전형적인 등장 인물(typical character)과 개성적인 등장 인물(particular character)로 나눌 수 있다. 전형적인 등장 인물은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공통적인 성격을 가진다. 복음서의 등장 인물 중에서 예수님의 반대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 헤로데 당원, 사두가이들, 로마 군인들은 당대의 다양한 종교적, 정치적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예를 들어 마르코 복음 12,18-27에서 예수님과 부활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는 사두가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종교 그룹의 주장을 대변한다. 개성적인 등장 인물은 한 개인으로서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예를 들어 마르코 복음 12,28-34에 나오는 어떤 율법 학자는 예수님의 반대자인 대부분의 율법 학자들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진다. 또 로마 군인이지만 마르코 복음 15,39의 어떤 백인 대장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한다. 그리고 바리사이며 최고 의회 의원인 니코데모는 예수님에 대하여 호의적이다.(요한 3,1-21; 7,50-52; 19,38-42) 등장 인물과 독자 독자인 우리는 복음서 이야기의 다양한 등장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즉 그들이 이야기의 줄거리 구성 안에서 어떻게 인물 묘사(characterization)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복음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인 복음사가는 각각의 등장 인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말하기(telling)도 하고, 다른 등장 인물들과의 관계 안에서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기(showing)도 하기 때문이다. 복음서의 이야기 안에서 다양한 등장 인물을 만나는 독자는 어떤 반응을 나타낸다. 어떤 등장 인물에 대하여는 공감(sympathy)하기도 하고, 다른 인물에 대하여는 반감(antipathy)을 가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독자는 등장 인물과 긍정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부정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독자는 이야기의 등장 인물들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독자가 어떤 등장 인물과 하나가 되기(empathy)도 한다. 이것은 강한 동일화의 관계인데, 독자가 등장 인물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여 독자는 이야기 세계 안으로 들어가 그 등장 인물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복음서 이야기의 등장 인물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복음서의 이야기를 읽을 때 만나는 다양한 등장 인물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류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등장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등장 인물들에 대하여 독자인 우리는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우리는 복음서 이야기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월간 빛, 2009년 2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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