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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12: 율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09 조회수4,009 추천수1

[유대인 이야기] (12) 율법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법중의 법’

 

 

율법은 유대인들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민족적 통일성을 상실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다. 한 유대인이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서 자녀에게 율법을 읽어주며 기도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시나이산 밑에 모여 있다. 우왕좌왕하고 있다. 규율도 없고, 질서도 없다. 이때 유대인들의 희망, 모세는 하느님으로부터 ‘법(法)중의 법’을 받는다. 십계명(十誡命)이 그것이다.

 

십계명의 원형은 탈출기 20장 2-17절과, 신명기 5장 6-21절에 나타난다. 가톨릭교회는 이를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라틴 교부들의 전통에 따라 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탈출 20,2-6) ②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20,7) ③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20,8-11) ④ 부모에게 효도하여라(20,12) ⑤ 사람을 죽이지 마라(20,13) ⑥ 간음하지 마라(20,14) ⑦ 도둑질을 하지 마라(20,15) ⑧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20,16) ⑨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20,17) ⑩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20,17)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랍비들의 전통에 따라 ① 나는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 ② 내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20,3-6) ③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20,7) ④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20,8-11) ⑤ 부모에게 효도하여라(20,12) ⑥ 사람을 죽이지 마라(20,13) ⑦ 간음하지 마라(20,14) ⑧ 도둑질을 하지 마라(20,15) ⑨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20,16) ⑩ 남의 아내와 재물을 탐내지 마라(20,17)로 나누고 있다. 유대인들의 십계명은 가톨릭교회 십계명과 달리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안식일 규정’을 첨부하는 반면, ‘남의 아내와 재물에 대한 욕심’은 한 계명으로 묶었음을 알 수 있다.

 

유대민족의 헌법인 이 십계명은 이후 파생되는 모든 세부 법전들의 모태가 된다. 유대인들에게 이 법률(율법)은 곧 하느님의 법이었다. 따라서 율법을 위반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죄를 짓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연히 법이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법은 ‘그 정도 죄는….’이라는 정상참작이 가능하지만 율법에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모세 시절, 다른 민족들의 법전에는 남편이 간통한 아내를 용서할 수 있었지만, 율법에서는 여자는 물론이고 여자와 간통한 남자도 모두 사형에 처해졌다(신명 22,22-24레위 20,10).

 

그런데 경제사범의 경우는 정반대다. 당시 다른 민족들의 법은 경제 관련 사범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하고 있지만 유대인들은 관대했다. 예를 들면 ‘밤손님’은 다른 민족들의 법에선 사형을 언도 받았지만, 율법은 재산권만 박탈당했다. 사람의 생명은 신성한 것이기에 경제적 문제로 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율법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할례’다. 훗날 바오로 사도가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그리스계 그리스도인들의 할례문제를 놓고 베드로 사도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할례는 유대인들의 표지였고, 그 자체였다. 할례는 당시 가나안 토착민족을 비롯한 인근 다른 민족들에겐 없었던 풍습이다. 일부 이집트인들이 위생 문제로 인해 할례를 하기는 했지만 유대인들처럼 할례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할례의 방법에서도 유대인들은 돌로 만든 칼로 시행하는 전통, 곧 아브라함까지 소급되는 전통을 고수했다(탈출 4,25여호 5,2-3).

 

할례와 함께 유대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게 하는 뚜렷한 또 하나의 표지가 ‘안식일 규정’이다. 안식일 규정의 배경을 놓고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민족이라는 선민의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당시로선 휴식의 날을 별도로 정해 하루 종일 쉰다는 것은 획기적 발상이었다. 유대인들이 인류에게 ‘휴식의 날’이라는 개념을 선물한 것이다.

 

학자들은 유대인들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민족적 통일성을 상실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저력의 원천으로 율법을 꼽고 있다. 유대역사가 살로 배런(S. Baron)은 이렇게 말했다. “확장과 정복이라는 정치적인 힘보다는 인내라는 종교적이고 민족적인 힘이 유대인들의 신앙과 관습의 시금석이 되었다.”

 

당시 다른 민족들은 싸움과 정복, 강력한 무기 등을 통해 스스로의 강한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인내를 바탕으로 종교적이고 민족적인 힘을 발휘, 생존에 성공했다. 그 힘의 원천이 바로 율법이다.

 

일부에서 율법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예수도 율법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다만 율법을 완성하려했을 뿐이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예수는 또 율법의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바리사이파의 질문에 ‘율법의 통합’을 말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36-40)

 

[가톨릭신문, 2009년 4월 26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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