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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14: 폭풍전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09 조회수3,809 추천수1

[유대인 이야기] (14) 폭풍전야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재도 계속 발굴중인 예리코 유적. 유대민족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에서 만난 예리코는 그 역사가 기원전 7000년까지 소급될 정도로 오래된 성읍도시였다.

 

 

기원전 49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이탈리아 북부로 진격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라틴어 : alea iacta est).

 

기원전 1200년 경, 유대인들은 주사위를 던진다. 유대민족 최초의 군사령관인 여호수아가 군사를 이끌고 요르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진격한 것이다.

 

이번 전쟁에 유대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 칼자루를 움켜 쥔 여호수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호수아의 본명은 ‘호세아’, 아버지 이름은 ‘눈’, 지파는 에프라임이다. 모세는 여호수아를 상당히 총애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호수아는 시나이산에서 모세의 경호를 담당하던 호위대장이었다. 여호수아라는 이름도 모세가 지었다(민수 13,16 참조). 모세는 광야에서 아말렉족과의 전쟁으로 유대인들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을 때 여호수아에게 군대를 주고 싸움에 임하도록 한다. 이 전쟁에서 여호수아가 모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탈출 17,8-13 참조). 결국 모세는 죽기 전 유대민족의 새 지도자로 여호수아를 세웠다(신명 34,9 민수 27,15-23 참조).

 

드디어 요르단강 도하작전이 시작됐다. 문제는 거센 물살이었다. 백성들이 거센 물살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가나안 민족이 공격해오면 문제가 심각했다. 신속하게 강을 건너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계약궤를 멘 사제들이 강가에 이르러 발을 담그자 갑자기 물이 멈춰선 것이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갈대바다를 무사히 건넜듯, 그렇게 요르단강도 안전하게 건넜다(여호 3,14-17 4,1-11 참조).

 

여호수아는 강을 건넌 뒤, 백성들에게 첫 파스카 축제를 지내도록 했다. 또 모든 백성이 하느님과의 계약의 표시로 할례를 하도록 했다(여호 5,2-12 참조). 이는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수많은 전투가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르단 강을 건너자 예리코성이 나타났다. 예리코 공격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닮았다. 오랜 유목 생활을 해온 유대인들로선 농경 정착생활을 해온, 그래서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가나안 남부 토착민들과 정면대결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가나안 남부를 우회, 요르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의 허리를 동쪽에서부터 자르고 들어가는 작전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예리코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영국의 여류 고고학자 캐슬린 캐니언 박사가 1952~58년 발굴한 결과에 따르면 예리코의 역사는 기원전 7000년까지 올라간다. 예리코는 초기 청동기시대부터 완벽한 성읍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좋은 징조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여호수아는 마치 삼국지의 유비가 조자룡을 얻듯 뛰어난 장수를 얻었으며(여호 5,13-15), 예리코 내부로부터의 협조자도 얻었다(여호 2,1-24 참조).

 

유대민족이 예리코 공격을 위해 요르단강을 건넌 위치.

 

 

유대인들의 침략 소식을 접한 예리코 사람들은 철저한 수성(守成) 작전으로 대응했다. 성문을 열고 벌판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성전을 택한 것이다. 면밀한 대응이 필요했다. 어설픈 공격은 피해만 부를 뿐이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요르단강을 건너기 전 이미 예리코에 두 명의 척후병을 파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실마저 예리코의 정보망에 발각됐다. “예리코 임금에게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몇 사람이 이 땅을 정찰하려고 오늘 밤에 이곳으로 왔습니다’라는 보고가 들어왔다”(여호 2,2).

 

예리코 임금은 비상령을 내리고 스파이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특수 검거조가 편성됐다. 궁지에 몰린 두 척후병은 성벽과 붙어있는 집에 사는 라합이라는 기생의 집에 숨어들어 있었다. 그리고 라합은 척후병들을 숨겨주는 것은 물론, 탈출까지 돕는다. 그리고 “내가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으니, 당신들도 호의를 베풀겠다고 맹세해 주십시오”(여호 2,12)라고 말했다. 이에 두 척후병은 집 창문에 진홍색 줄을 매달아 놓으면 예리코 성이 함락되더라도 라합의 집은 무사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무사히 여호수아 진영으로 돌아왔다.

 

여호수아는 조금 전 예리코 성 내부의 정황을 자세히 살피고 돌아온 두 척후병의 보고를 받았다. 여호수아는 크게 숨을 들이킨다. 민족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요한 결전의 날이 밝아오고 있다. 이제 날이 밝으면 예리코를 공격할 것이다.

 

“달빛은 어둠을 제대로 사르지 못했고, 어둠은 달빛을 마음대로 물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달빛과 어둠은 서로를 반반씩 섞어 묽은 안개가 자욱이 퍼진 것 같은 미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예리코는) 켜켜이 싸인 묽은 어둠의 장막에 가려 자취가 없었다”(조정래 「태백산맥」 1부 1권 11쪽).

 

그 어둠 속에서 여호수아가 하느님의 계시를 기억해낸다.

 

“내가 너에게 분명히 명령한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여호 1,9).

 

[가톨릭신문, 2009년 5월 10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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