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6. 이스라엘의 역사와 하느님의 나라 예수님은 왜 이땅에 오셨을까 복음을 읽다보면 예수는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가르치고, 또 설교하고, 비유를 들어 이해시키고, 기적을 베푸신다. 그런데 우리는 핵심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예수가 행한 이 모든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 가르치시고, 기적을 베푸셨는가.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인가. 예수님은 무엇을 가르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는가. 우리들의 삶의 형태도 다양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식사하고 일터에 나가 일을 하고 또 성당에 나가서 미사도 드린다. 또 봉사활동도 하고 공부도 한다. 어떻게 보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 때문에 이 활동들을 하는가”하는 점이다. 그럼 예수의 활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하느님 나라’를 위한 것이다.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여행하시고, 가르치시고, 기적을 베푸셨다. 하느님 나라를 알리기 위해 전 생애를 바치시다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 오늘은 이스라엘 백성 역사 속에 드러나는, 구약성경 전체 속에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하느님 나라’란?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불림 받았을 때가 기원전 1850년경이다.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이사악 야곱 시대를 거쳐 요셉시대에 이집트로 팔려가 430여년간 노예생활을 한다. 이후 모세의 인도로 기원전 1250년경에 이집트를 탈출, 40년간 광야생활을 하다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된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처음으로 열리는 시대가 판관시대(기원전 1200년경)다. 판관시대 막바지,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세우면서 왕정시대(기원전 1030년)가 열린다. 그런데 여기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왕을 세워 달라고 한 점이다. 이스라엘인들의 진짜 왕은 누구인가. 당연히 하느님이다. 정작 진짜 왕 하느님을 두고 인간의 왕(세속적 왕)을 세워달라고 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세속적인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하느님은 사무엘에게 “너희 임금은 하느님 밖에 안 계시는 데 너희들 왕을 세워 달라고 그러니 너희가 세워 달라고 하는 그 왕 때문에 너희들이 갖은 고통과 억압을 받으리라”(사무엘 하 8장 참조)고 했다. 이 예언은 맞았다. 사울 다윗 솔로몬 시대를 거치면서 이스라엘 민족은 처음에는 융성했다가 점점 나락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에는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느님 나라’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솔로몬이 기원전 972년에서 933년까지 약 40년 동안 왕권을 잡는 동안 예루살렘 성전을 세웠다. 하느님 성전을 세우는 바로 이 때에 나타나는 개념이‘하느님은 왕이시다’라는 것이다. 이 내용은 이사야서 44장 6절, 이사야서 52장, 시편 47편 8절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백성들은 이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하느님 나라’가 아닌 ‘세속의 나라’를 추구한 것이다. 결국 북부 이스라엘과 남부 유다가 모두 멸망해, 모든 백성이 바빌론 포로로 끌려가게 된다. 이 시점에도 “세속적인 왕에게 귀를 기울이지 말고 근본적으로 만왕의 하느님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가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려진다(이사 1, 10 참조). 기원전 200년 경 나타난 묵시문학에도 ‘하느님의 왕정’이라는 개념 및 용어가 등장한다. 하느님의 왕정은 하느님의 진정한 통치를 의미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강대국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몸을 숙일 수 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하느님이 우리를 해방시켜주실 것이고 우리를 낙원으로 부를 것이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하느님의 왕정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굳게 믿고 그 시기를 두 손 모아 기다린 것이다. 이 시점에 예수가 세상에 왔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했다. 예수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주님의 기도, 탈렌트의 비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탕자의 비유 등 실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또 죽은 이를 살리시고, 물 위를 걷는 등 수많은 기적을 베푸셨다. 예수 가르침과 기적, 모든 것의 핵심은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 손꼽아 기다려온 그 ‘하느님 나라’였다. [가톨릭신문, 2007년 2월 11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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