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13. 사도행전 신약성경 복음서의 핵심 주제는 ‘하느님 나라’(마르 1, 15 참조)라고 이미 말했다. 또 이 하느님 나라를 확장시키고 하느님 나라를 완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앞선 글에서 밝혔다. 이제부터는 사도행전과 서간에 대해 개략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사도행전은 굉장히 쉽다. 말 그대로 사도들의 행적을 담고 있는 성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수 사후 사도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몇 사도가 부활한 예수를 만나고 또 성령을 받게 되면서 상황은 급 반전된다.(사도 2, 1~13 참조) 벌벌 떨기만 하고 매일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확 바뀐 것이다. 그래서 확 바뀐 삶을 살기를 원하는 이들은 사도행전을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사도행전을 펴서 함께 읽어보자. 이제 사도들은 다락방에 숨어서 벌벌 떨기만 하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길거리로 나가서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한다. 베드로가 오순절 설교를 하고 첫 신앙공동체가 생긴다. 첫 신앙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첫 신앙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은 2장과 4장 두 번에 걸쳐 나오는데 함께 읽어보자.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주곤 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사도 2, 42~47)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사도 4, 32~37) 오늘날 소공동체 운동은 바로 이러한 초대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예수 부활 기적을 믿을 수 있다면, 이 땅에서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한 신앙 공동체의 구현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노력해야 한다. 이어 3장에는 장애인을 치유하는 베드로 사도 이야기가 나온다. 사도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확신에 차서 설교를 계속한다. 그러자 박해가 이어진다. 사도들은 자신들을 도울 믿음과 성령인 충만한 일곱 봉사자(부제)를 뽑는데, 그 중 한 명인 스테파노가 체포된다.(6장) 체포된 스테파노는 성령에 충만해 그리스도를 증거한 다음, 순교하게 된다.(7장) 8장부터 사울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사울은 훗날 그리스도교의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바오로 사도의 속명이다. 사울은 8장에서 교회를 박해하지만 9장에서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 큰 빛을 받아 개종을 하고 신앙을 갖게 된다. 이후 야고보의 순교(12, 1~5) 등 박해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바오로 및 바르나바의 파견(13, 1~3) 등 교회의 활발한 선교활동이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방인에 대한 선교가 계속되면서 교회의 정체성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할례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했다. 이방인들이 그리스도인이 될 경우, 유다인의 관습인 할례를 받아야 하느냐, 받지 않아도 되느냐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도들이 모두 예루살렘에 모여 회의를 하는데(15장) 이것을 우리는 제 1차 세계 공의회라고 부른다. 공의회에 참석한 바오로는 이방인들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강변했으며, 결국 공의회는 이방인의 할례를 유보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방인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 이들은 할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만약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오늘날 우리도 세례를 받을 때 의무적으로 할례 예식을 치러야 했을 지도 모른다. 할례 예외 규정은 당시 복음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 복음을 받아들이는 모든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강제했다면, 그리스도교 신앙 전파에 차질을 생겼을 것이다. 사도행전 15장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하느님은 늘 가톨릭 교회와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7년 4월 8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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