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16.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세상이 편지 하나로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첫째 편지를 보낸 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살로니카 교회는 첫째 편지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단자들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었다. 바오로 사도가 둘째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얼마나 화가 많이 났을까. 실제로 이번 둘째 편지를 보면 바오로 사도가 평상시와 달리 아주 많이 화가 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지시합니다.”(2테살 3, 6)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명령조의 말은 또 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유명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2테살 3, 10) 사실 바오로 사도는 다른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는 명령하거나 지시하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명령할 수도 있지만, 사랑 때문에 오히려 부탁을 하려고 합니다.”(필레 1, 8~9)라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겸손하고 신자들에게 낮은 자세를 취하는 바오로 사도가 유독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는 강한 어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것이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그 화를 꾹 누른 채, 일단 편지의 시작은 칭찬하는 글로 시작한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 때문에 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러분의 믿음이 크게 자라나고 저마다 서로에게 베푸는 여러분 모두의 사랑이 더욱더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이 그 모든 박해와 환난을 겪으면서도 보여 준 인내와 믿음 때문에, 하느님의 여러 교회에서 여러분을 자랑합니다.”(2테살 1, 3~4) 하지만 칭찬은 이것뿐이다. 곧이어 질타와 호소가 이어진다. “누가 예언이나 설교로 또 우리가 보냈다는 편지를 가지고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말하더라도,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누가 무슨 수를 쓰든 여러분은 속아넘어가지 마십시오.”(2테살 2, 2~3) 그리고 나서 곧이어 “전통을 굳게 지키십시오”(2테살 2, 15)라고 말한다. 요즘도 다르지 않다. 요즘도 교회의 가르침을 잘못 배운 사람들이 성령을 받았다고 하면서 우리를 현혹한다. 어느 종교에나 이런 사람은 꼭 있다. 우리는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전통을 따르지 않는 교우는 멀리해야 한다. 교회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개인적으로 신자들을 이끌려고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여기에 또 하나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돈’이다. 각 단체들이 돈 때문에 많이 고통받고 분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교회 활동은 돈 없이 하는 것이다. 돈을 모으면 안 된다. 돈에 집착하는 단체, 또는 돈에 집착하는 단체장이 이끄는 단체는 어려운 길로 가게 되어 있다. 당시 테살로니카 교회에서도 그랬던가 보다.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2테살 3, 11)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2테살 3, 12)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모범을 따르라고 말한다. 자신은 아무에게서도 빵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고, 어느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수고하며 애써 노동을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서 친구를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직장을 위해서 또 성당을 위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모범을 보였는데 테살로니카 신자들은 종말론에 빠져 일도 안하고 있으니 흥청망청 놀기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2테살 3장 참조)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바오로 사도의 두 서간을 마쳤다.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향한 바오로 사도의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2테살 5, 28) [가톨릭신문, 2007년 4월 29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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