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35. 티토에게 보낸 서간,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티토에게 보낸 서간은 티모테오 서간과 그 내용과 신학사상은 물론이고 문체와 어법까지 비슷하다. 사목자(바오로)가 사목자(티모테오, 티토)에게 보내는 서간인 만큼 그 내용과 어투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티토 서간은 3장에 불과한 짧은 분량이다. 하지만 사목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지, 이단자에 대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오늘날 사제와 교회 지도자들이 명심하고 묵상해야 할 내용이 많다. 그럼 그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감독은 하느님의 관리인으로서 흠잡을 데가 없어야 합니다. 또한 거만하지 않고 쉽사리 화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술꾼이나 난폭한 사람이나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손님을 잘 대접하고 선을 사랑해야 하며, 신중하고 의롭고 거룩하고 자제력이 있으며, 가르침을 받은 대로 진정한 말씀을 굳게 지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티토 1, 7~9) 사제들을 물론이고 레지오 마리애 단장님들, 그리고 사목회장님들, 단체장님들, 구역반장님들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가르침은 계속된다. “그대 자신을 모든 면에서 선행의 본보기로 보여 주십시오. 가르칠 때에는 고결하고 품위 있게 하고 트집 잡을 데가 없는 건전한 말을 하여, 적대자가 우리를 걸고 나쁘게 말할 것이 하나도 없어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하십시오.”(티토 2, 7~8) 티토 서간은 이어 이 모든 가르침을 ‘이웃을 위한 태도’로 결론 맺고 있다. 이웃을 위한 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행’이다. “하느님을 믿게 된 이들이 선행을 하는 데에 전념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선행은 사람들에게 좋고 유익한 것입니다.”(티토 3, 8) 이어 이단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어리석은 논쟁과 족보 이야기, 분쟁과 율법 논란을 피하십시오. 그러한 것들은 무익하고 헛될 뿐입니다. 분파를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한 번 또 두 번 경고한 다음에 관계를 끊으십시오. ”(티토 3, 10) 티모테오에게 보낸 서간과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은 티모테오, 티토 서간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히브리 서간은 발신자도 없고 수신인도 없다. 그리고 바오로사도 편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시작 인사도 없다. 따라서 히브리 서간은 편지라기보다는 어느 누가 강론한 것을 정리한 강론집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히브리서는 철저하게 그리스도 중심의 편지다.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 아주 길게 설명을 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그 결론에 대한 서술을 하고, 독자들의 실천을 요청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그래서 구분상 이 서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장부터 4장까지는 하느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사업을 완성하실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원은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짐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대 명제는 다음 4장 14절부터 10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사제직을 언급하고 있다.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을 십자가의 제사에서 온전히 봉헌하신 그리스도가 멜키세택의 직분을 잇는 대사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내용이 마지막 10장에서 13장, 3장에 걸쳐 나온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 제물로서 당신을 봉헌하셨듯이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에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믿음으로써 꿋꿋하게 이겨나가야 한다. 대사제직에의 동참은 고통과 시련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이 고통에 우리는 꿋꿋이 이겨 나가다 보면 하느님으로부터 더 큰 은총을 받을 것이다. 이로써 바오로 사도의 친필 및 가명 서간이 모두 끝났다. 복음서에 이어 또 하나의 큰 산 하나를 넘은 셈이다. 당초 이 연재 글은 요한 묵시록에 초점을 맞추어 쓰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복음서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성경 뒷부분에 있는 공동서간과 요한 묵시록은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왔다. 그래서 대부분 신자들은 복음서와 바오로 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동서간과 요한 묵시록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다. 복음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요한 묵시록과 공동서간도 신약성경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대부분 신자들이 밟아 본 일 없는 미지의 신약성경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7년 9월 16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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