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38. 가톨릭(공동) 서간 (3) : 베드로의 첫째 서간 베드로가 누구인가. 예수님의 직제자이면서 수위권을 받으신 분, 바로 제 1대 교황님이시다. 그래서 이 편지, 베드로의 첫째 서간은 제 1대 교황의 첫 편지로 볼 수 있다. 최초의 ‘회칙’(回勅)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베드로는 한마디로 ‘무식한’ 어부였다. 고등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편지는 유려한 희랍어로 작성되어 있다. 베드로 사도는 희랍어를 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이 편지는 어떻게 된 것인가. 아마도 이 편지는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에 감명받은 사람, 또는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었던 측근, 혹은 수행비서에 의해 작성됐을 것이다. 실제로 베드로 사도는 “나는 성실한 형제로 여기는 실바누스의 손을 빌려 여러분에게 간략히 이 글을 썼습니다”라고 말한다(1베드 5, 12 참조). 예를 들어보자. 우리 교포 중에 많은 이들이 러시아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러시아에 편지를 쓰려한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에 살고 있는 교포 중에는 1세 뿐 아니라 2세도 있고 3세도 있다. 2세와 3세는 우리말을 잘 모를 것이다. 따라서 편지는 우리말이 아닌 러시아어로 써야 한다. 그런데 나는 러시아어를 모른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당연히 러시아어를 잘 아는 이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다. 베드로 사도도 마찬가지였다. 베드로 사도의 뜻과 영성, 신학사상을 잘 아는 수행비서 혹은 측근에게 부탁해 이 편지를 쓴 것이다. 이 편지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 ‘세례성사’와 ▲ ‘그리스도인 다운 삶’이 바로 그것이다.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생생한 희망’이라는 개념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고, 또한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상속 재산을 얻게 하셨습니다”(1베드 1, 3~4). “여러분은 썩어 없어지는 씨앗이 아니라 썩어 없어지지 않는 씨앗, 곧 살아 계시며 영원히 머물러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새로 태어났습니다”(1베드 1, 23~25). 여기서의 ‘생생한 희망’은 ‘새로 태어남의 희망’이다. 바로 세례성사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영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 태어나는 사람만이 예수님께서 죽었다가 부활하셨듯이 다시 부활할 수가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가장 궁극적인 희망은 ‘새로 태어나는 것’과 ‘부활’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올인해서는 안된다. 돈 많이 버는 것은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쯤 목표가 되어야 한다. 첫 번째 목표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다시 태어나, 부활의 희망을 갖는 것이다. 생생한 희망, 세례성사의 이야기에 이어,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육적인 욕망들을 멀리하십시오”(1베드 2, 11). “불의하게 고난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을 생각하는 양심 때문에 그 괴로움을 참아 내면 그것이 바로 은총입니다”(1베드 2, 19).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남편들도 아내인 여러분의 말 없는 처신으로 감화를 받게 하십시오”(1베드 3, 1).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 한결같이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많은 죄를 덮어 줍니다”(1베드 4, 8).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1베드 5, 5)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는 “여러분은 모두 생각을 같이하고 서로 동정하고 형제처럼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며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악을 악으로 갚거나 모욕을 모욕으로 갚지 말고 오히려 축복해 주십시오. 바로 이렇게 하라고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복을 상속받게 하려는 것입니다”(1베드 3, 8~9)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박해시기였던 당시로선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곳 ‘고난’을 의미했다. 베드로 사도는 이 고난까지도 감사히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여러분, 시련의 불길이 여러분 가운데에 일어나더라도 무슨 이상한 일이나 생긴 것처럼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여러분은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여러분 위에 머물러 계시기 때문입니다”(1베드 4, 12~14). 첫 교황께서 말씀하신다. 세례를 통해 부활의 ‘생생한 희망’을 갖고 그리스도인의 참 삶을 살아가라고. 그리고 그로인해 닥칠 모든 고난을 감사히 받아들이라고. [가톨릭신문, 2007년 10월 14일,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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