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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열왕기 상하권: 벌은 주지만 사랑을 거두지는 아니 하리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3 조회수3,436 추천수1

[성서의 세계 - 구약] 열왕기 상하권 : 벌은 주지만 사랑을 거두지는 아니 하리라

 

 

사무엘서와 열왕기는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는 그의 나라를 영원히 든든하게 다지리라. 내가 친히 그의 아비가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라. 만일 그가 죄를 지으면 나는 사람이 제 자식을 매와 채찍으로 징계하듯 치리라. 그러나 내 사랑을 거두지는 않으리라”(2사무 7,12-15).

 

이스라엘의 운명을 쥐고 있는 두 강대 세력 에집트와 아시리아가 무력했던 당시 솔로몬의 40년 통치 기간은 유다 역사에서 가장 영광스럽던 시기였다(11장). 이 시기는 성읍을 재건하고 경제 부흥을 꾀하고 성전을 건축하는 등 개혁의 호기였던 것이다.

 

“평화의 왕”으로서 영광을 떨쳤던 솔로몬은 다윗의 또 다른 후손 즉 십자가에 달려 우리의 평화가 되시고(에페 2,14), 부활의 힘으로 자신의 왕국을 세우셨던 그리스도를 예시한다. 기도로 얻게 된 지혜로써 판결하는 솔로몬은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날 행하실 심판의 방법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 절차는 유죄 입증보다는 “마음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 있었고, 그 지혜의 첫 작품인 친어머니를 가리는 재판에서 아가를 칼로 자르라고 했던 것도 그러한 목적에서였다. 즉각 모성애가 발동되고 솔로몬은 명판결을 내린다. “그가 참 어머니다”(3,27).

 

솔로몬의 지혜는 사람들의 마음을 드러낼 뿐 아니라 세상의 비밀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다윗은 기도와 노래로 하느님께 그의 마음과 모든 산물을 바쳤다. 솔로몬은 잠언을 통해 세상의 비밀을 규명하려 했고, 따라서 이 세상에로 주의를 돌렸다. 하느님은 솔로몬에게 “바다의 모래벌판 같은 박식함”(4,29)을 주시어, 그는 “삼천 가지 잠언을 지었고, 모든 초목과 야수나 날짐승이나 기는 싱승이나 물고기를 모두 논하였다”(4,32-33). 그는 마치 살아 있는 백과사전 같아서 세상 사람들이 지혜를 들으려고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중 유명한 사람은 세바의 여왕으로서, 그녀는 “미리 생각하였던 문제들을 모두 물어보았고”, 솔로몬의 지혜를 듣고서는 “넋을 잃을 정도로 찬탄해 마지 않았다:(10,4-5). 솔로몬보다 더 위대한 그리스도께서는 “남쪽 나라의 여왕이 그들을 심판하러 일어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은 참으로 솔로몬의 모든 잠언들을 완성시킨 표지요 해답으로서 모든 잠언들보다 더 위대하다. 사람의 마음과 죄악의 가장 깊은 비밀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방인들이 세바의 여왕처럼 “미리 생각하였던 문제들을 물어보려고” 이곳 저곳에서 신약의 솔로몬에게 몰려왔다. 그들은 그분의 대답,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라”(루가 7,50; 8,48) 하시는 말을 듣고, 또한 그분의 활동 즉 소경이 보고 절름발이가 걸으며 …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것을 보고 넋을 잃어버릴 것이다.

 

솔로몬의 업적의 극치는 “하느님의 휴식처”인 성전이었다. 솔로몬의 성전은 이교도의 신전과는 달리 바로 유일하신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장소였다. 그러나 솔로몬이 시온산에 지었던 성전은 영원히 존속되지 못하였다. “만일 너나 너의 자손이 등을 돌리거나 다른 신을 받들어 예배하면 나는 나의 것으로 삼은 이 전을 내 앞에서 버릴 것이다”(9,6-7). 솔로몬은 등을 돌려버렸다. 1천 명의 외국 여인들과 사랑에 빠진 그는 하느님께서 주신 박식함을 세상의 덧없는 사랑과 바꾸어버렸고 다른 신들에게 눈을 돌렸다. 1천이라는 숫자는 물질 세계의 극치를 상징한다. 자신의 삶에서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었던 다윗이 나이들어 “매우 아리따운” 수넴 여자 아비삭과 잠자리를 같이했으나 몸을 섞지는 않았는 데 반해, 고통을 전혀 겪지 않은 솔로몬은 속세의 사랑에 묻혀 하느님의 사랑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왕위는 영원할 수 없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솔로몬)이 폭군으로 변해 갔다. 궁전의 영광은 백성들에게 견딜 수 없는 멍에가 되면서 반란이 시작되고, 설교자가 말하는 “그날”이 다가왔다. “은사슬이 끊어지면 금그릇이 떨어져 부서진다 … 그렇게 되면 티끌로 된 몸은 땅에서 왔으니 땅으로 돌아가고 숨은 하느님께 받은 것이니 하느님께로 돌아가리라. 설교자는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전도 12,6-8). 세상의 사랑 에로스가 솔로몬을 죽였다. 죽음보다 더 강한 헌신적인 사랑 아가페를 몰랐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죽자 아들 르호보암이 대를 이었지만 그는 아버지가 백성들에게 입힌 상처를 아물게 해주지 못했다. “선왕께서는 너희를 가죽 채찍으로 치셨으나 나는 쇠채찍으로 다스리리라”(12,14). 결국 나라가 반으로 갈라져 유다와 베냐민 지파만이 남부 유다 왕국에 남고, 나머지 10개 지파가 북부 이스라엘 왕국을 설립했다.

 

열왕기 상하권에서 두번째 주요부(1열왕 12,1-2열왕 17,41)가 두 왕국의 역사 대조표를 보여준다. 바로 하느님의 정의에 따른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하느님은 충성에 대해서는 보상을, 불충에는 벌을 주시며, 다윗에게 하신 약속, “내가 친히 그의 아비가 되고 … 그가 죄를 지으면 … 치리라. 그러나 내 사랑을 거두지는 않으리라”는 말씀을 성취하고자 하시는 것이다. 백성들의 불충을 보고도 하느님은 약속대로 “맏배”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으시면서, 결정적인 순간에서도 “나머지”를 남겨두셨다. 북부 이스라엘 왕국에서 가장 큰 위기는 아합과 그의 아내 이세벨이 통치하던 시기였다. 이세벨이 띠로의 신 바알을 섬기도록 남편을 부추겼다(16,29-33).

 

바로 그 순간 예언자 엘리야가 나타났다. 그의 사명은 자연을 의인화시킨 이교도의 바알들에 대항하여 하느님이 삼라만상의 주인이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야훼는 한 분 하느님이시다”라는 뜻을 지닌 그의 이름 엘리야가 이미 신앙 고백인 셈이었다. 가르멜산에서의 결정적인 그 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을 신뢰하는 그의 침착성과 평온함이 광란하는 바알의 예언자들을 물리쳤다. 하느님은 그 뒤 엘리야를 “과일나무 동산”이라는 의미의 가르멜산 승리의 극치로부터 망명과 좌절의 쓴맛을 느끼도록 사막으로 인도하셨다. 모세가 “하느님의 선하신 모습”(출애 33,19)을 보았던 그 바위에서 엘리야도 주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 있다. “크고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일어 산을 뒤흔들고 바위를 산산조각내었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지진 가운데도 … 불길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불길이 지나간 다음 조용하고 여린 소리가 들려왔다”(19,9-12).

 

수 세기 후 우리는 그리스도가 영광 속에 싸여 있을 때 “조용하고 여린 소리”가 다시 들리고 예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세와 엘리야를 발견한다(루가 9,31). “조용한 소리”는 우리의 죄악으로 굴욕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이사 53,5-7) 하느님의 어린 양을 가리킨다. 그것은 야고보와 요한이 “엘리야가 한 것처럼” 주님께서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사마리아 사람들을 불살라버릴 것을 제의했을 때 이를 책망하시던 “조용한 소리”였다. “사람의 아들이 온 것은 사람을 멸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려는 것이다”(루가 9,54-56). 엘리야의 영적 아들 엘리사(하느님께서 도와주셨다)도 그의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치료자와 위로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준(루가 6,17-19) 선한 의사를 예시한다.

 

열왕기 하권의 마지막 부분(18,1-25,36)은 다윗에게 한 약속 “… 그러나 내 사랑을 거두지는 않으리라”는 말씀을 하느님께서 실현코자 하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리아에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이어서 유다마저 바빌론에 의해 궤멸되면서 마지막 왕 여호야긴이 유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다윗 가문의 역사는 솔로몬이 지은 성전 파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호야긴이 풀려나 바빌론 왕으로부터 호의를 받는다는 기록으로 계속되면서, 죄는 밉지만 사랑을 거두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이 성취된다. (Pathways in Scripture에서 강동성 편역)

 

[경향잡지, 1988년 11월호, 다마수스 빈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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