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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전기 예언서: 신명기 학파의 역사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5 조회수6,750 추천수0

[성서의 세계 - 구약] 전기 예언서 : 신명기 학파의 역사서

 

 

히브리어 경전(經典)은 모세 오경과 예언서와 성문서의 순서대로 크게 세 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둘째 부분인 예언서는 일반적으로 전기(前期) 예언서와 후기(後期) 예언서로 나뉜다. 전기 예언서는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 상하권 그리고 열왕기 상하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기 예언서는 보통 그냥 ‘예언서’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대예언서라고 불리는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에제키엘서, 다니엘서 그리고 12소예언서(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야, 요나, 미가, 나훔, 하바꿈, 스바니아, 하깨, 즈가리아, 말라기)로 구성되어 있다. 공동 번역은 라틴어 번역본의 순서를 따라 모세 오경 - 역사서 - 성문서(시서와 지혜서) - 예언서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전기 예언서는 약속의 땅 가나안 입주로부터 바빌론 유배, 즉 남왕국의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안에서 일어난 하느님과 선민(選民) 사이의 관계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익명(匿名)의 역사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역사 자료는 후기 예언자들이 활동한 그 역사적 배경과는 매우 대조되는 역사 배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즉 이 부분은 ‘예언서’라기보다는 하나의 ‘역사서’로서 더 뚜렷한 특징을 갖추고 있는데, 예컨대 이스라엘 그 왕정의 기원(起源)과 초기에 관한 ‘역사’ 그리고 왕국 분열로부터 북왕국의 멸망과 남왕국의 멸망에 이르는 시대 등에 관한 ‘역사’들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 작품들이 일종의 ‘예언서’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속에 나타나는 그 예언자들이 여러 역사 작품들을 편집하는 일을 했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에 생겨났다.

 

그런데 전기 예언서와 후기 예언서를 구별하는 주요 구별점은 결코 그 연대기적(年代記的) 순서에 있지 않고, 오히려 후기 예언자들이 그들의 예언을 문서화(文書化)한 반면에 전기 예언자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후기 예언자들은 일반적으로 문서 예언자, 문학 예언자, 경전(經典) 예언자, 정경(正經) 예언자라고 불린다.

 

우리는 전기 예언서 전체에 나타나는 의도적인 연속성을 볼 수 있다. 신명기 34장에서 끝난 모세에 관한 기사가 여호수아 1장 1절에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여호수아 24장에서 끝난 여호수아에 관한 기사가 판관기 11장 1절에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판관기의 후반부에서 “왕이 없으므로”(17,6; 18,1; 19,l; 21,25) 생긴 무정부 상태를 ‘의도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사무엘서 및 열왕기 사이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여호수아서(모세의 죽음 - 여호수아와 엘르아잘의 죽음), 판관기(여호수아의 죽음 - 왕정 제도 수립의 필요성), 사무엘서(사무엘 - 다윗 왕조말), 열왕기(솔로몬 - 여호야긴의 은총받음)는 결코 서론과 결론을 갖춘 각기 독립된 책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연속성 있는 사기(史記)가 되도록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전체 역사 설화는 가나안 정착 및 왕국 건설을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기회’가 어떻게 하여 배신과 반역으로 여지없이 탕진되었는가 하는 것을 보여 주려는 데에 더 열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외에도 전기 예언서는 그 설화의 시대 착오(時代錯誤), 이중 기사(二重記事), 모순 기사(矛盾記事) 등으로 인해서 복합적인 구성상의 성격을 현저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따라서 전기 예언서는 명백한 순서를 지닌 구조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전기 예언서의 여러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후대의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편집한 결과 때문이다. 이 편집자는 신명기 학파(申命記學派)라 불리고 있다. 그래서 전기 예언서 즉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 상하권, 열왕기 상하권은 ‘신명기 학파의 역사서’라고도 불리운다.

 

이 학파의 편집자들은 모두 공통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관점을 밝히고자 한 것이었다. 이들은 신앙의 관점에서 자기 민족의 역사를 해석하였으므로 유다 성서학자들이 그들을 “예언자”라고 부른 것은 정당하다. 이들은 먼저 설교하고 후에 글로 기록한 ‘후기 예언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전기 예언자들’이라 불리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역사에 있어서 하느님의 관여(關與)와 이 관여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답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따라서 이 관여와 응답만을 보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당신의 백성에게 무엇을 기대하셨으며, 백성들에게서 어떠한 응답을 받으셨는지 또 당신의 사랑과 지도에 대한 백성들의 죄스러운 반응을 징벌하시고, 또한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참을성 있게 그들의 탈선을 계속 바로잡아 주시며, 당신 자신의 길로 인도하시어 그들의 신비스러운 운명을 어떻게 실현케 하시는 가에 대해 계시된 하느님의 설명을 보고하고 있다.

 

대개 이 역사서들은 기원전 6세기 중엽 바빌론 유배로부터의 해방 무렵에 완성되었다. 이들은 기원전 13세기의 여호수아 시대부터 6세기 중엽의 유다의 마지막 왕인 여호야긴 시대까지 약 700년 간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국가의 엄청난 비극인 바빌론 유배를 당하여 많은 이스라엘인들 특히 정화되고 ‘남은 자들’은 여러 가지로 반성하게 되었다. 자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으리라고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느님의 약속과 다윗 왕조가 영원히 지속되고 세상을 통치하리라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기대는 국가의 정치적, 종교적 파멸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버린 듯했다. 나라까지 잃고 수많은 고통과 모욕 가운데서 처음에는 하느님을 원망하였으나 차차 눈을 자신들의 내부로 돌려 반성하게 되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우리의 왕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우리는 이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가.” 하고. 이렇게 자신들의 과거 역사를 처음부터 신앙의 관점에서 돌이켜보고 반성하게 된 결과로 태어나게 된 것이 이 전기 예언서들이다.

 

신명기 학파의 편집자들은 역사를 쓰고 싶은 열정 때문에가 아니라 남북 두 왕국의 몰락에 대해 신학적인 설명을 주자는 필요성 때문에 붓을 들게 되었다. 바빌론 유배를 당하여 그때부터(2열왕 25,27-30; 예레 52,31-34에 따르면 그 마지막 연대는 기원전 약 561년이다) 이 학파는 가나안 정복부터 유배 시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의 정치적 파멸이 그들의 나약함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의 힘의 결과임을 설명해 주기 위해서 그들에게 일련의 회고적인 역사적 이유들을 제시해 주고자 했다. 하느님은 수세기 동안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들이 회개하도록 경고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이 요구에 올바로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하느님의 심판이 그들에게 임했으며, 예언자들을 통한 심판의 말씀들은 모두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북부 이스라엘 왕국은 기원전 722년과 720년 사이에 멸망했으며(2열왕 17장), 남부 유다 왕국은 기원전 597년과 결정적으로는 587년, 두 차례에 걸쳐 유배를 겪었다. 이러한 관점은 과히 예언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역사서들은 정경으로서 완전하게 만들어진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은 갖가지 구전 전승(口傳傳承)과 문헌 전승(文獻傳承)이 방대하게 편찬된 편찬물이다. 즉 거기에는 여러 가지 민속 설화(民俗說話), 목격자의 전기(傳記), 역대 왕들의 연대기(年代記), 예언 계통의 사료(史料)들, 왕실 서고(王室書庫)의 여러 문서와 재산 목록, 납세 보고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대의 사학가들과는 달리 신명기 학파의 사가(史家)들은 갖가지 사료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자유롭고 통일된 줄거리로 구성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사료들은 통괄적으로 선택되어 연대적으로 배열되기도 하고 흔히는 저자의 교훈적 목적에 따라 적당히 배열되기도 했다. 이것은 특히 사료들의 단편들을 연결하여 이스라엘 군주제의 기원과 다윗의 초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무엘 상권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전기 예언서의 책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 역사의 심장에 해당하는 부분은 왕정(王政)의 기원과 그 초창기에 관한 설화로서 사무엘 상권에 있는 부분이다. 사무엘로부터 솔로몬에 이르는 이야기는 하나의 단일한 이야기이며 이것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 이야기의 중심부에는 다윗 왕국이 있다. 여호수아서와 판관기에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해서부터 왕정이 세워지기 이전까지 있었던 혼란과 격동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이스라엘 왕국의 남북 분열 시대의 사건들로부터(1열왕 12장) 북왕국의 멸망(2열왕 17장)에 이르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남왕국의 멸망에 관해서는 간단하게만 언급되어 있다(2열왕 22장).

 

전기 예언서의 각 책들이 다루고 있는 중심적인 주제와 그 연대는 다음과 같다.

 

여호수아서 : 약속된 가나안 땅의 정복과 분배(기원전 1250~1200년경).

판관기 : 그 후부터 왕정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스라엘의 상황(1200~1020년경).

사무엘 상하권 : 왕조의 탄생과 첫 왕들(예언자 사무엘, 사울, 다윗 : 1020~961년경).

열왕기 상하권 : 솔로몬부터 왕조의 멸망까지(961~587년경).

남북 분열(922년) - 이스라엘 왕국(922~722년).

유다 왕국(922~587년).

 

[경향잡지, 1993년 4월호, 박광호 베드로(대구 가톨릭 대학교 교수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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