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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32: 유대교, 제도적 · 종교적 기틀 갖추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17 조회수5,295 추천수2

[유대인 이야기] (32) 유대교의 정착과 발전


유대교, 제도적 · 종교적 기틀 갖추다

 

 

유대민족이 하느님 신앙을 발전시키는 시점은 민족의 발전기가 아닌, 역경기였다. 유대인들은 바빌론 유배시기를 통해 하느님 유일신 신앙을 하나의 종교(유대교)로 정착, 발전, 정제시켰다. 사진은 나자렛에 있는 유대인 회당의 내부.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에는 빚 20원에 하와이 역부로 팔려간 방영근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욕설과 채찍질을 당하며 노예 같은 생활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낯선 하와이의 바다를 보며 한국의 바다를 그리워한다.

 

“참 바닷물도 징허게 넌 푸르고 맑네.”(10권 16장)

 

한국 바다보다 더 아름다워 오히려 낯선, 그 바닷가에서 방영근은 매일 고국으로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하와이 이민 1세대의 남다른 귀향의식을 읽을 수 있다.

 

바빌론으로 강제로 끌려간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나안 땅에서는 하느님 말씀을 거스르고, 때로는 우상도 숭배했던 유대인들이 유배지 바빌론에선 놀라울 정도로 강한 신앙심을 드러낸다. 50년이라는 짧은 포로기 동안 유대인은 신앙적 차원에서 놀라운 창조적 힘을 발휘한다.

 

“우린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유대 민족이야. 민족의 뿌리를 잃으면 안돼.”라는 집단 위기 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어딘가에 매달리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는 민족을 이끌 나라도, 다윗과 같은 지도자도, 민족을 대표해 하느님께 제사드릴 제사장도 없었다. 그동안 백성들의 여론을 모으는 등 구심점이 되어 오던 12지파도 모두 사라졌다. 유대인들은 이제 그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었다. 믿을 것은 오직 신앙이었다. 유대인은 과거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하느님께 ‘올인’(다걸기) 한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유대교로 부를 수 있는 제도적 종교적 틀이 이 시기에 형성된다. 일부 학자들이 유대교의 실질적 탄생과 형성을 아브라함 시대가 아닌 바빌론 유배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 대를 이어 전수되는 유대인 종교 교육의 형태가 최초로 나타난다. 할례는 가나안 땅에 있었을 때보다 더 엄격히 시행되었고, 안식일 개념도 강화되었다. 또 유대인들은 이때부터 정기적인 축제를 통해 매 절기들을 엄격하게 기념했다. 유대민족의 확립을 기념하는 과월절(파스카, 유월절)도 이 시기부터 정확히 지켜졌다. 정결법 식사법 등 신앙의 규칙들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고,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율법들이 낭독되고 암기되었다.

 

신명기의 다음과 같은 명령이 제대로 모습을 갖춘 것도 아마 이 시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 6,6-9) 유대인들은 이 신명기 말씀을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국가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국가를 잃은 유대인들이 점점 종교적 법치주의자들이 되어 갔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느님 유일신 신앙은 하나의 종교(유대교)로 정착, 발전, 정제되어 간다.

 

여기서 하나의 도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유대인들의 신앙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 4개를 꼽으라면 ▲ 아브라함 ▲ 모세 ▲ 바빌론 유배기 ▲ 제 2성전 파괴 이후를 들 수 있다. 아브라함과 모세의 시대에는 유일신 하느님 종교가 탄생했고, 뒤의 두 시대를 통해서는 유대교로의 발전과 정제가 이뤄졌다. 문제는 이 중요한 네 시기에 유대인들은 국가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국가를 운영했을 때는 오히려 종교의 순수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유대민족은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 급속히 부패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유대 민족의 최대 부흥기였던 솔로몬 시대에도 나타났다.

 

유대인들이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유대민족이 하느님 신앙을 발전시키는 시점은 민족의 발전기가 아닌, 역경기였다. 신비스럽게도 유대 민족은 역경에 처할 때마다 단호하게 스스로의 하느님 유일 신앙을 고수했으며 유대교 특유의 독특한 체제를 발전시켰다.

 

바빌론 유배 이전 유대인들의 단순한 유일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유배를 거치면서 체계화되고 규격화된 것이다. 특히 이 시기 유대인들은 예언자들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지키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희는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살게 될 것이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에제 36,26-28)

 

하느님은 이제 죽은 자들의 마른 뼈가 다시 이어져 그 위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가죽이 덮인 뒤 생기가 들어가 되살아나는 놀라운 섭리를 일으키실 것이다(에제 37,1-14 참조).

 

그 희망은 오래 지나지 않아 성취된다.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 군이 바빌론을 무혈점령한다. 이제 주인이 바뀌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은 역사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새로운 제국 페르시아가 등장했다.

 

기원전 538년,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왕이 세상이 깜짝 놀랄 발표를 한다.

 

[가톨릭신문, 2009년 10월 18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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