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62) 뿌리 :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과 연관도 성경시대는 농업사회였다. 그래서 그들 삶은 식물을 재배하는 능력에 의존했다. 식물 성장은 견고한 뿌리조직에 달려 있다. 뿌리의 1차 기능은 식물체를 고정하고 물과 물속에 녹아 있는 무기염류를 흡수하며 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에서는 안정과 성장의 한 상징으로 깊게 뿌리 내린 식물 이미지를 사용한다. 또한 반대로 심판과 파괴를 위한 상징으로 말라버리고 뿌리가 뽑힌 식물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성경에서는 하느님을 신뢰하는 이들을 종종 물가에 심은 뿌리 깊은 나무에 비유한다. "그러나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예레 17,7-8).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무더운 날씨나 가뭄 중에도 잎사귀가 푸르게 남아 있으며, 계속해서 열매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의인들 믿음은 역경 속에서도 그들을 지탱시켜주며 하느님께서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신다. 구약성경은 때때로 이스라엘과 연관지어 뿌리 이미지를 사용한다. "당신께서는 이집트에서 포도나무 하나를 뽑아 오시어 민족들을 쫓아내시고 그것을 심으셨습니다. 당신께서 자리를 마련하시니 뿌리를 내려 땅을 채웠습니다"(시편 80,9-10). 그런데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약속을 어겼을 때 하느님 심판이 그 민족의 생명력과 우월함을 빼앗아 그의 백성을 뿌리채 뽑아버리셨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치셔서, 갈대가 물속에서 흔들리는 것처럼 만들어 놓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들의 조상들에게 주신 이 좋은 땅에서 이스라엘을 뽑아, 그들을 유프라테스 강 저쪽으로 흩어 버리실 것입니다. 그들이 아세라 목상들을 만들어 주님의 분노를 돋우었기 때문입니다"(1열왕 14,15).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에서 보면 하느님은 모진 심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을 보존하시며 기회를 다시 주신다. 그리고 예언자들을 통해서 이스라엘이 다시 영광을 회복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호세 14,6). 이처럼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심판을 묘사하기 위해서 시들어 버렸거나 뿌리가 뽑혀 버린 식물 이미지를 자주 사용했다(호세 9,16). 예수님도 심판을 나타내시기 위해서 뿌리가 뽑힌 식물 상징을 사용하셨다(루카 3,9). 예수님께서는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심으로써 그 뿌리가 말라버리게 하셨다(마르 11,20-25). 이 나무는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 세대를 대표했다. 그 뿌리가 말라버린 것은 이 세대가 곧 경험하게 될 심판을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식물 뿌리가 바로 그 식물의 생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성경은 때때로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근원을 묘사하기 위해 이 이미지를 사용한다. 이사야에 따르면 종말의 가장 이상적인 왕은 이새의 '뿌리'로부터 나타날 것인데, 이것은 그가 다윗 혈통으로부터 나타날 것을 의미한다(이사 11,10).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을 뿌리에 묘사했다(로마 11,16). 그는 또한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종류의 악의 뿌리라고 경고했다(1티모 6,10). [평화신문, 2009년 10월 1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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