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21) 품위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는 법 바오로는 혼인을 죄로 여겨 독신으로 살지만 자제력이 약해 사창가를 드나들며 불륜에 빠진 교우들에게 혼인하라고 권면한다. 바오로는 혼인을 죄라고 가르치는 광적인 금욕주의자들로 인하여 교우들이 혼란에 빠질세라 혼인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불륜의 위험이 있으니 모든 남자는 아내를 두고 모든 여자는 남편을 두십시오.”(7, 2) “그러나 자제할 수 없으면 혼인하십시오. 욕정에 불타는 것보다 혼인하는 편이 낫습니다.”(7, 9) “그러나 그대가 혼인하더라도 죄를 짓는 것은 아닙니다. 또 처녀가 혼인하더라도 죄를 짓는 것은 아닙니다.”(7, 28) “어떤 사람이 자기 약혼녀에게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열정까지 넘쳐 혼인해야 한다면,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그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니, 그 두 사람은 혼인하십시오.”(7, 36) 바오로는 남자나 여자 모두 혼인하는 일은 결코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한 가지 부부관계의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다. 그것은 부부관계에 있어서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여 상대방의 성적욕구를 채워주라는 것이다(7, 3.4). 그러나 부부 중 한 사람이 기도에 전념하려고 얼마동안 절제의 시간을 요구하면 그 뜻을 존중하라는 것이다(7, 5). 2) 독신 바오로는 1코린 7장에서 혼인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될 수 있으면 혼인하지 말고 독신으로 살라고 권면한다. 바오로가 처음부터 독신이었는지 아니면 혼인했다가 상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코린토 전서를 쓸 당시에는 홀몸이었음이 분명하다(7, 7.8 ; 9, 5). 바오로는 자신의 독신생활을 내세우면서 교우들이 자신처럼 독신으로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다.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아지기를 바랍니다” (7, 7) “혼자 사는 이들과 과부들에게 말합니다. 그들은 나처럼 그냥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7, 8) “이와같이 자기 약혼녀와 혼인하는 사람은 잘 하는 것이지만, 혼인하지 않는 사람은 더 잘하는 것입니다.”(7, 38) 바오로는 독신생활을 권고하면서 필요한 한 가지 조건, 곧 절제의 은사를 언급한다(7, 7). 절제의 은사를 받은 사람만이 독신생활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7, 2.9). 바오로가 독신생활을 권장하면서 내세우는 동기는 두 가지, 곧 종말론적인 동기와 신앙적인 동기이다. 종말론적인 동기에 의하면, 때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 세상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독신으로 지내라는 것이다. “형제여러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7, 29)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7, 31) 신앙적인 동기에 의하면, 독신으로 살 때만이 세상 걱정이나 배우자의 일에 얽매이지 않고 주님의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분이 걱정없이 살기를 바랍니다. 혼인하지 않은 남자는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하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혼인한 남자는 어떻게 하면 아내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세상일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이 갈라집니다. 남편이 없는 여자와 처녀는 몸으로나 영으로나 거룩해지려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혼인한 여자는 어떻게 하면 남편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세상일을 걱정합니다. 나는 여러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이 말을 합니다. 여러분에게 굴레를 씌우려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서 품위 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7, 32~35) 바오로는 혼자 사는 이들과 과부들(7, 8. 9. 39. 40), 미혼자들(7, 25~28) 약혼자들(7, 36~38)에게 까지도 가급적 혼인하지 말고 독신으로 살아가라고 권면한다. [가톨릭신문, 2008년 7월 6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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