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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바오로 서간 해설28: 만찬례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공동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4 조회수2,667 추천수1

[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28) 만찬례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공동체

 

 

바오로는 코린토 교우들의 행위를 결코 칭찬할 수 없다고 하면서 누가 배가 고프면 집에서 미리 먹도록 하고 공동체에 모여서는 미리 먹는 일없이 서로 기다려야 한다고 권면했다.

 

“여러분은 먹고 마실 집이 없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입니까? 내가 여러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겠습니까? 여러분을 칭찬해야 하겠습니까! 이 점에서는 칭찬할 수가 없습니다.”(11, 22)

 

공동체가 모였을 때 다른 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먹는 행위는 가난한 이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교회를 업신여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바오로는 교우들에게 소위 애찬이라고 하는 공동체 회식과 그 뒤에 거행되는 성만찬이라는 성사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주었다.

 

성만찬례가 코린토 교우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성사적 축제임에는 틀림없으나 이 성만찬례 이전에 먹는 공동체 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직 성사의 실행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오로는 이렇게 ‘일상적인 삶’과 ‘성사’의 연관성을 중시했던 것이다.

 

바오로에 의하면 애찬을 올바로 행하느냐 못하느냐가 성만찬을 올바로 행하느냐 못하느냐를 결정짓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바오로는 11장 17~22절에서 코린토 교회의 이 같은 잘못된 성만찬 관행을 나무란 후 올바른 성만찬 전례를 거행하도록 자신이 전해 받은 성만찬기(11, 23~26)를 교우들에게 전해 주었다.

 

“사실 나는 주님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전해 주었습니다. 곧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바오로가 전해 받아 전해준 성만찬 전승은 23~25절이고, 26절은 바오로 자신이 전해준 성만찬 전승 이해를 표명한 말씀이다. 즉, 26절은 23~25절의 성만찬 전승에 대한 바오로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라 하겠다.

 

23~26절의 성만찬 전승에서 예수께서 빵과 잔을 나누는 행동 자체에는 특별할 게 없고 다만 빵과 잔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면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 곧 빵에 관한 설명어(23b. 24a절)와 잔에 관한 설명어(25a절)가 매우 독특하다.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면서 하신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에는 예수님의 죽음이 대속죄적 죽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시는 행동의 뜻은 그들에게 당신 자신을 주신다는 것이다.

 

곧, 예수께서는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예감하시고 제자들을 위해서 온 인류를 위해서 당신 목숨을 바치시겠다는 생각에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이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라는 잔에 관한 설명어는 예레미야 예언자가 이스라엘이 멸망한 때 희망의 지표로 예고한 새로운 계약이란 표상을 반영한 것이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탈출 24, 8) 이제 하느님께서는 장차 이스라엘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실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예레 31, 31~34).

 

예레미야는 장차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기억하실 것이며’(예레 31, 20), 당신 백성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텐데 이 계약을 맺음으로써 백성들의 죄가 사하여지고 백성들은 새로운 계약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장차 이스라엘과 맺을 새로운 계약은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에 새겨져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바오로는 1코린 11장 25절의 포도주 잔 설명어에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새로운 계약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서 완성되었다고 하였다.

 

예수께서는 새로운 계약을 세우기 위해서 죽으신 분이시며 따라서 만찬례를 행할 때마다 그리스도인들 사이에는 새로운 계약의 공동체, 곧 종말론적인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8년 8월 31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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