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38) 사도직을 ‘화해의 직무’로 이해 ▲ 4, 10·11 :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으면서도 늘 예수님 때문에 죽음에 넘겨집니다. 우리의 죽을 육신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 ▲ 4, 17 : “우리가 지금 겪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환난이 그지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우리에게 마련해 줍니다.” ▲ 6, 3~10 : “이 직분이 흠 잡히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무슨 일에서나 아무에게도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일꾼으로 내세웁니다. 곧 많이 견디어 내고, 환난과 재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매질과 옥살이와 폭동을 겪으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또 수고와 밤샘과 단식으로, 순수와 지식과 인내와 호의와 성령과 거짓 없는 사랑으로,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힘으로 그렇게 합니다. 영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중상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우리는 늘 그렇게 합니다. 우리는 속이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진실합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인정을 받습니다. 죽어가는 자같이 보이지만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벌을 받는 자같이 보이지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슬퍼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늘 기뻐합니다. 가난한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많은 사람을 부유하게 합니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사도직을 화해의 직무로 이해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과 화해를 이루셨으며, 사도는 바로 하느님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신 화해의 사건을 전하는 봉사자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우리를 위하여 대신 죽으신(4, 4 ; 5, 14~15) 그리스도의 대속죄적 죽음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자유와 생명을 얻었으며(2, 16 ; 3, 6·17),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하느님과 화해하였다(5, 17~20). 따라서 하느님은 화해의 주재자시요 그리스도는 화해의 중보자이시며 사도들은 화해의 말씀을 전하는 화해의 봉사자들인 것이다(5, 18~21). 또한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하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를 선포하는 사도는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닌다고 말한다(4, 10~11). 사도는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환난·궁핍·목마름·배고픔·매맞음·감금도 수없이 당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죽을 위험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도는 어떤 경우에서든지 화해의 봉사자로서 지식과 인내와 호의와 거짓없는 사랑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내야 한다고 한다(6, 3~10). 바오로 사도가 고난을 당하면서도 인내하여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이 은혜로운 때요 구원의 날이며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5, 17 ; 6, 2). 루카복음 17장 7~10절에 “종의 처지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이 비유에 의하면 품꾼은 품삯을 요구할 수 있지만 종은 무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종은 일을 다 마치고 난 후에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7, 10)라고 할 뿐이다. 종이 주인의 분부대로 일을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거나 품삯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야말로 이 비유에 나오는 종처럼 자신의 사도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나서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오직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고 고백한 모든 사목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이라 하겠다. 서기전 3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쏘코(유다 지방의 한 마을) 출신 안티게노스 율사는 심온으로부터 성경을 해석하고 해석한 것을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전해 받고 후세에 감동적인 말을 남겼는데 그 뜻이 바오로의 사도관과 어울린다. “보상을 받으려고 주인을 모시는 종처럼 되지 말라. 오히려 보상을 받으려하지 않고 주인을 모시는 종이 되어라. 너희는 하늘(=하느님)을 두려워하라.” 그리스도인의 헌금 : 2코린 8 · 9장 2코린 8·9장은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구제활동에 관한 내용이다. 사도 바오로가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신자들을 위해서 이방인 신자들로부터 모금을 약속한 말씀은 갈라 2장 10절과 1코린 16장 1~4절 그리고 2코린 8·9장과 로마 15장 25~28절에 실려 있다. 바오로는 선교활동 내내 이 약속을 지키려고 애썼다. [가톨릭신문, 2008년 11월 16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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