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49) 인류 구원의 힘은 하느님 · 예수님 사랑 4) 의화 바오로가 언급한 구원개념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의화’다. 바오로에 따르면 인간은 율법을 지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되었다고 한다. ‘의화’에 대해서는 이미 ‘의화론’을 다루면서 소개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다. 로마서 3장 24~25절에 나타난 구원개념들 이외에도 바오로가 사용한 구원개념들이 친서 여기저기에 실려 있는데, 그 대표적인 개념들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1테살 2, 14; 4, 16; 갈라 3 ,26), “자유”(로마 6, 18~22; 7, 3; 8, 2·21), “화해”(로마 5, 10~11; 2코린 5, 18~21) 등이다. 사도 바오로가 사용한 다양한 구원개념들에 들어있는 의미는 ‘하느님 사랑’과 ‘예수님의 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바오로는 로마서 5장 8절에선 하느님의 사랑을, 2코린 5장 14절에선 그리스도의 사랑을 논한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 8).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한분께서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그리하여 결국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고 우리가 확신하기 때문입니다”(2코린 5, 14). 로마 5장 8절과 2코린 5장 14절의 말씀을 종합하면 온 인류를 구원한 힘은 하느님의 사랑과 그 사랑을 십자가에서 이룩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바오로에 의하면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기 전에는 모두 죄인들로서 종의 신분으로 살았는데 하느님의 사랑으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녀의 신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오로는 로마서 8장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자녀의 신분이 된 감격을 장엄하게 선언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저희는 온종일 당신 때문에 살해되며 도살될 양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8, 35~39). 바오로 사도가 쓴 편지 이외에 이와 같은 사상이 분명하게 언급된 곳은 요한 1서 4장 6~8절이다.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우리의 말을 듣고, 하느님께 속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진리의 영을 알고 또 사람을 속이는 영을 압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그리스도인의 삶 : 로마 12, 1~15, 13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믿음만 강조하고 실천에 대한 가르침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하지만 바오로는 자신이 쓴 편지 전반부에서는 올바른 믿음을 강조하고 후반부에서는 올바른 실천을 강조했다. 특히 로마서 12장 1절부터 15장 13절까지에서 바오로는 로마교회 교우들에게 윤리적 차원에서 충고를 한다. 바오로는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을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교우들에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도록 권면한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로마서 13장 8~10절과 갈라티아 5장 14절에 나오는 이웃사랑의 가르침이 마르코 12장 28~34절에 나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가톨릭신문, 2009년 2월 8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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