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57) “하느님은 오직 한 분이십니다” 바오로가 에페소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갈라티아 교회로부터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바오로를 반대하는 적수들이 교회 안에 들어와서 교우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할례를 요구했으며 바오로의 권위를 문제 삼았다. 그들은 예수님만 믿어서는 구원받을 수 없고 유다인처럼 할례도 받고 율법을 지켜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이단사상을 퍼뜨렸다(갈라 6, 11-17). 아마도 여러 교우들이 이들의 주장에 동조했던 것 같다. 이에 바오로는 53년경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여러분을 불러 주신 분을 여러분이 그토록 빨리 버리고 다른 복음으로 돌아서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1, 6)라고 교우들을 나무라면서 서둘러 갈라티아 교회에 편지를 써 보냈다. 바오로는 편지를 쓸 때면 서두 인사에 이어 감사기도를 드렸는데, 오직 갈라티아서를 쓸 때만은 인사만 하고(1, 1-5) 감사기도를 생략한 채 교우들을 질책했다(1, 6-10). 누가 이 불길한 소식을 에페소에서 선교하고 있던 바오로에게 가져왔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갈라티아 교회의 교우들이었을 것이다. 갈라티아서 뿐만 아니라 다른 서간들 어디에도 갈라티아 교회 교우들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바오로는 이 편지에서 이 세상에는 오직 하나 그리스도의 복음만 있을 뿐 다른 복음은 있을 수 없다며(1, 6-10), 자신이 이방인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경위(1, 11-24), 예루살렘 사도회의(2, 1-10), 안티오키아에서 바오로를 나무란 사건(2, 11-14)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유다교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갈라티아 교회 교우들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이전에는 “이 세상의 정령들”(4, 3) 아래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방인들이었다. 바오로가 갈라티아서에서 수준 높은 논의를 전개한 것을 보면 그들은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학자들은 갈라티아 교회 교우들이 이방인들로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교육받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교우들은 바오로의 설교를 듣고 삶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들은 이방신에 대한 경배를 중단하고 유일신교로 돌아섰으며, 신앙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시켰다. “전에 여러분이 하느님을 알지 못할 때에는 본디 신이 아닌 것들에게 종살이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알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게 그 약하고 초라한 정령들에게 돌아갈 수가 있습니까? 그것들에게 다시 종살이를 하고 싶다는 말입니까?”(4, 8-9) “중개자는 한 분만의 중개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한 분이십니다”(3, 20).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4, 6). 바오로 사도가 갈라티아서를 쓰게 된 것은 바오로의 적수들이 갈라티아 교회에 침투해 복음을 왜곡하여 교우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바오로는 적수들에게 직접 편지를 쓴 것은 아니다. 바오로를 괴롭혔던 적수들은 갈라티아서 이외에도 코린토후서와 필리피서에 등장한다. 적수들을 언급하는 그 대표적인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여러분을 불러 주신 분을 여러분이 그토록 빨리 버리고 다른 복음으로 돌아서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다른 복음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을 교란시켜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물론이고 하늘에서 온 천사라도 우리가 여러분에게 전한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저주를 받아 마땅합니다”(갈라 1, 6-8). “사실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가 선포한 예수님과 다른 예수님을 선포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은 적이 없는 다른 영을 받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아들인 적이 없는 다른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잘도 참아 주니 말입니다”(2코린 11, 4). “개들을 조심하십시오. 나쁜 일꾼들을 조심하십시오. 거짓된 할례를 주장하는 자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 2). [가톨릭신문, 2009년 4월 5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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