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67) 신자 성화 · 교회 보호 위해 사목서간 집필 이단자에 대한 언급 역시 이 순서를 뒷받침한다. 티모테오 2서 2장 17·20절에선 이단자인 히메내오스와 필레토스가 아직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티토서 3장 10절에선 이단자들이 고집을 부릴 경우 출교시키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티모테오 1서 1장 20절을 보면 히메내오스가 사탄에게 이미 넘겨진 것으로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바오로 개인에 대한 언급이 티모테오 2서 4장 9-20절에는 비교적 많이 나오는 반면에 티토서에선 점차 줄어 3장 12-15절에만 간략하게 나오며 티모테오 1서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목서간은 티모테오 2서-티토서-티모테오 1서의 순서로 쓰여졌다 하겠다. (3) 집필 목적 사도 바오로가 활동하던 시기의 신자들은 예수께서 곧 재림하신다는 종말-묵시적인 기대 사상에 젖어 세상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를 지니게 됐다. 그러나 예수 재림이 지연됨에 따라 사도 이후 시대에는 이 종말 기대사상이 수정돼야 했고 세상에 대한 태도 또한 달라져야 했다. 이제 교회는 공동체 내로 눈을 돌려 신자들에게 종말 때까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가르쳐야만 했다. 그리고 교회가 세상에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교회질서와 교계제도를 확립할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또한 교회는 이단이라는 교회 내의 혼란과 박해라는 교회 밖의 위협에 대처하면서 교회를 보호하고 신자들이 이단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신앙생활에 충실하도록 가르쳐야 했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지역 교회들에서 직분에 걸맞은 사목자들을 임명하고 신자들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순종이 교회를 지키는 일임을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신자들이 시민생활의 의무와 관련해서도 모범적 생활을 하도록 권고해야만 했다. 바오로가 설립한 교회들에서 활동하던 바오로의 후계자인 어느 무명 그리스도인은 이 같은 목적을 갖고 사목서간을 집필한 것이다. 티모테오 1서 내용 서간의 머리말인 인사(1,1-2)에는 바오로 친서와는 달리 감사의 말이 나오지 않고, 바오로가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가 된 것은 “구원자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 예수님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 한다. 서간의 본문(1,3-6,19)에서 바오로는 같은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요(1테살 1,1 2코린 1,1 필리 1,1), 협력자인 (사도 18,5 19,22 1테살 3,2 필리2,19 로마16,21) 티모테오에게 에페소에 머물면서 그곳의 일부 사람들에게 그릇된 교리를 가르치지 말도록 지시하라는 임무를 맡긴다(1,3). 바오로는 에페소에 있는 티모테오에게 곧 갈 수 있게 되길 바라지만 늦어지게 될 경우에 대비해 그동안 티모테오가 에페소에 있는 하느님의 집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지시한 것이다(3,14.15). 당시 에페소 교회 신자들은 “신화나 끝없는 족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1,4). 여기서 말하는 “신화나 끝없는 족보”는 확실한 내용을 알 수 없으나, 티토서 1장 14절에 나오는 “유다인들의 신화, 그리고 진리를 저버리는 인간들의 계명”이라는 표현을 보면 이단자들이 들먹인 구약성경의 이야기와 족보를 가리키는 것 같다. 사실 에페소 교회는 거짓 율법교사 때문에 모세의 율법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었다(1,7-11). 티토서에 의하면 이 거짓 교사들은 할례받은 자들로(1,10), 유다인들의 신화와 진리를 저버리는 인간들의 계명에 정신을 팔고(1,14) 족보를 논하고 어리석은 논쟁·분쟁과 율법논란을 일삼는 자들이었다(3,9). 이 거짓 율법교사의 대표적인 인물은 히메내오스와 알렉산드로스이다(1티모 1,20 2티모 2,17-18 4,14). 바오로는 2-3장에서 교회질서를 언급하면서 신자들에게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하게 살 것을 요구한다(2,1-3).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길 원하시기 때문에(2,4) 교회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오로는 계속해서 예배 때 갖춰야 할 올바른 자세를 언급하면서(2,8-15) 남자들에게는 성을 내거나 말다툼하지 말고 기도에 힘쓸 것을 요구한다(2,8). 그리고 당시 교회에서 부유한 여자 신자들에게 금이나 진주, 값비싼 옷이 아니라 선행으로 치장하고 예배 때 조용히 순종하는 자세를 배우라고 교훈한다(2,9-15). [가톨릭신문, 2009년 6월 14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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