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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삼손,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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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07 조회수123 추천수0

[하느님 뭐라꼬예?] ‘삼손’,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 (1)

 

 

영웅의 탄생, 하느님의 선택

 

입타에 이어 ‘입찬’이 7년간, 이어 판관 ‘엘론’이 10년간, 판관 ‘압돈’이 18년간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일하였습니다. (압돈은 40명의 아들과 30명의 손자가 다 나귀를 타고 다닐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고 판관기는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그밖에 전해오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하느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러 버림을 받아 40년 동안 필리스티아인들의 압박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이때 태어난 인물이 그 유명한 ‘삼손’입니다.

 

“삼손은 필리스티아인들의 시대에 스무 해 동안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일하였다.”(판관 15,20) 판관기는 이렇게 삼손을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구원하기 위해 보내주신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관으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은 삼손을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판관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삼손의 아버지는 ‘단’지파 ‘초르아’ 출신의 ‘마노아’였는데, 그의 아내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었고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천사가 아내에게 나타나 ‘이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앞으로 조심하여 술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 하고 덧붙여 말하였습니다. “아기의 머리에 면도칼을 대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 될 것이다. 그가 이스라엘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구원해 내기 시작할 것이다.”(판관 13,5)

 

천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손은 그 자신이 하느님께 직접적으로 특별한 소명을 받아 일한 사람이 아니라, (일찍이 그 부모에게 끼쳐진) 하느님의 섭리로 잉태되고 자라나 장차 이스라엘 자손들을 구원할 사람이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하느님께서는 삼손에게 이스라엘을 구원할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시지 않고, 그의 사적인 복수심을 이용해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괴롭히는 필리스티아인들을 물리치심으로써) 이스라엘의 구원을 이루신 것이지요.

 

‘나지르’는 히브리말로 ‘가려내다’ ‘봉헌하다’를 뜻하는 동사의 명사형으로서 ‘하느님을 위하여 자신을 따로 떼어 놓은 사람’,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사람’이란 뜻을 지닙니다. 판관기는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란 표현을 통해 삼손이 필리스티아인을 몰아낼 특별한 사명을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고 태어났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판관기가 말하는 나지르인이란 삼손의 경우처럼 ‘하느님께서 선택하여 자신을 봉헌하게 된 사람’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구약이 말하는 나지르인에서 ‘스스로를 하느님께 봉헌한 사람’이란 의미도 있듯이,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을 나지르인으로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고, 그러한 삶의 기간적인 면에서 ‘평생 봉헌’ 외에도 일정 기간을 약속하고 지키는 ‘한시적 서약의 봉헌’도 생겨났습니다. 오늘날 수도회로 말하자면 ‘종신서원’과 ‘유기서원’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의 나지르인은 초기 교회에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특별한 서약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교회직무를 수행하는 이들 중에 ‘나지르인의 서약’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들은 금욕과 고행의 생활을 하도록 뽑힌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충성심으로 그러한 엄격한 삶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이었지요. 나지르인이 하느님께 서원할 경우 지켜야 할 생활 수칙 등 관련된 법에 대해서는 민수기 6장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에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이미 하느님의 선택으로 세례를 받고 새로 태어난,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겠다고 다짐한 사람입니다. 그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봉헌을 기념하는 매번의 미사에서 우리 자신도 함께 봉헌하는 ‘새로운 나지르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하느님의 선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새롭게 봉헌하는 노력을 더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준비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나지르인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아버지 마노아의 기도와 봉헌

 

하느님의 사람에게서 자신의 아이가 ‘모태에서부터 죽는 날까지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 될 것’이라는 말을 아내에게 전해 들은 마노아는 아이의 장래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고, 자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찾아온 하느님의 천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말씀이 이루어지면, 그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되며 또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판관 13,12) 이에 삼손의 어머니가 지켜야 할 사항을 다시 강조한 주님의 천사는 (마노아의 청을 받아들여 바쳐진 번제물과 함께) 제단의 불길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태양’을 뜻하는 삼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하느님의 복을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이제 삼손이 ‘초르아’와 ‘에스타올’ 사이의 ‘단의 진영’에 있을 때 하느님의 영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삼손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고 힘쓴 삼손 부모님들의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를 위한 기도’를 드릴 때 하느님께서 자녀들을 위해 맡기신 사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삼손의 행동, 하느님의 섭리

 

‘팀나’라는 곳은 유다지파의 영토 가까이 있는 곳으로서 후에 단지파의 성읍이 되는 도시였습니다. 삼손은 이 ‘팀나’에 들렀다가 그곳에 사는 필리스티아 여자 하나를 보고 반해서 그 여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여달라고 청하였지요. 이에 부모는 삼손에게 말하였습니다. “네 동족의 딸들 가운데에는 여자가 없어서, 할례받지 않은 필리스티아인들에게 가서 아내를 맞아들이려 하느냐?”(판관 14,3) 그래도 삼손은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자손이 동족이 아닌 이방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려 한 것이지요. 하지만 삼손이 고집을 피운 이러한 잘못된 결혼은 판관기의 해석에 의하면 하느님의 계획에 의한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일이 주님께서 하시는 것인 줄 몰랐다. 그분께서는 필리스티아인들을 치실 구실을 찾고 계셨던 것이다. 그때에는 필리스티아인들이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었다.”(판관 14,4)

 

그리하여 삼손은 그 부모와 함께 팀나로 혼인할 여자를 만나려 내려갔습니다. 삼손이 팀나의 포도밭에 다다랐을 때, 힘센 사자 한 마리가 달려들었지만 주님의 영이 삼손에게 들이닥쳐 찢겨 죽었습니다. 얼마 뒤에 삼손이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려 다시 그곳으로 가다가 일전에 죽은 사자를 보니 그 시체에 벌 떼가 모여 있고 꿀도 고여 있었습니다. 삼손은 그 꿀을 따서 먹고 부모에게도 가져다드렸습니다.

 

삼손은 혼인잔치에 함께 한 30명의 필리스티아 젊은이들에게 속옷과 예복 30벌을 걸고 수수께끼를 내었습니다. “먹는 자에게서 먹는 것이 나오고 힘센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소. 이는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이오?” 이 수수께끼를 도저히 풀 수 없었던 젊은이들은 나흘째 되는 날 삼손의 아내를 협박하여 결국 답을 찾아내었습니다. “꿀벌이 (죽은) 사자에게 달려들어 그를 먹고 꿀을 만들어 내니, 결과적으로 힘센 사자에게서 다디단 꿀이 나온 것이오.”

 

이에 삼손은 그들이 자신의 아내를 꾀어내어 답을 얻어낸 것을 알고서는 분노하여 아스클론 사람 30명을 쳐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은 사람들의 옷을 벗겨 수수께끼를 푼 자들에게 주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른 삼손이 화를 내며 자기 아버지 집으로 올라가 버리자 삼손의 아내는 혼인 때 들러리를 서준 동료의 아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삼손의 복수심이 움트게 되었습니다.

 

이방인인 필리스티아 사람을 아내로 맞아들이려 했던 삼손은 뜻하지 않게 그들의 원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삼손을 도구로 사용하실 상황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 모든 일은 결국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삶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지나온 삶의 자취에서 하느님의 계획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11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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