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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의 인물: 라합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03 조회수4,247 추천수2
[성경 속의 인물] 라합


마태복음 1장은 예수님의 족보 이야기로 생소한 이름들이 많다. 히브리 발음이라 혀도 잘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읽는 이유는 물론 예수님 때문이다. 누구든 이 대목을 처음 접하면 흥미를 잃는다. ‘누가 누구를 낳고’ 하는 말이 40번 이상 반복되는 대다, 이들이 나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흥미 있는 분들도 많다. 라합도 그런 인물 중의 한 분이다. 족보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예수님과 연관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아브라함과 예수님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족보 이야기의 결론은 ‘예언의 성취’에 있다.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이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족보에는 가문을 대표하는 남자와 대를 잇는 맏아들만 기록했다. 그런데 마태복음에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그것도 모두가 이방인 여인들이다. 구세주의 출현에는 세상 모든 이가 동참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라합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라합은 예리코의 창녀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유다 지파 족장의 맏아들 살몬의 아내가 되고 보아즈의 어머니가 된다.(마태 1,5) 보아즈는 룻의 남편으로 다윗 임금의 증조부다. 라합은 ‘넓다. 광대하다’라는 말뜻을 지녔다고 한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호수아기 2장에는 예리코 성에 잠입하는 두 명의 정탐꾼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 라합의 집에 묵었다. 그들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한 사람은 분명 ‘살몬’이었다.

고대 가나안의 고급 창녀들은 대저택을 소유했으며, 유곽을 운영했다. 그들의 집은 노래와 춤과 술을 제공하는 도시의 명소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신전의 여인’을 겸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개신교 성경에서는 라합을 창녀가 아닌 ‘기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가나안 사람들은 ‘아세라’ 혹은 ‘아스타롯’이라 부르는 여신을 숭배했다. 그녀가 다산과 풍요를 지배한다고 믿었고 ‘바알 신의 아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종교예식 중에는 사제와 ‘신전 여인들’간의 성적 행위가 있었다. 구약의 이스라엘이 끊임없이 바알 우상에 빠지고 예언자들은 줄기차게 견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스타롯은 그리스로 건너가 ‘아프로디테’가 되었고 로마에서는 ‘비너스’로 바뀌었다.

라합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탐꾼을 숨겨준다. 하지만 낯선 사내들이 ‘신전 여인’의 집에 숨어들었다는 첩보가 왕에게 들어갔다. 왕도 라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즉시 메신저를 보내 정식으로 신고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라합은 옥상에 숨겨두고 메신저들을 따돌린다. 탄로 나면 일가족이 몰살되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라합은 왜 목숨을 걸고 이들을 구해 주었을까? 놀랍게도 그녀는 야훼 신앙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주님께서 이 땅을 당신들에게 주셨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당신들에 대한 두려움에 싸여 있습니다.”(여호 2,9) 라합은 여러 통로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최신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예리코 성이 함락될 때 그녀는 구원되었고 훗날 정탐꾼 중의 한 사람이었던 살몬과 혼인하게 된다.

[2008년 9월 21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삼천포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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