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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마침내 시나이산자락을 떠나다(민수 10,1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8 조회수2,369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마침내 시나이산자락을 떠나다(민수 10,11)

 

 

우리가 시나이산에 머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른세 번째 순례에서 서른일곱 번째 순례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시나이산을 오르거나 시나이산자락에 머물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 순례에서 모세는 빛나는 얼굴로 시나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어지는 본문(탈출 35-40장)은 모두 성막의 건립에 관한 것입니다. 성막의 건립이 온전히 하느님의 명령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성경 저자는 지루하다고 할 만큼 탈출 25-31장(성막 건립에 관한 하느님의 명령과 지시)의 내용을 거의 글자 그대로 되풀이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였다”는 구절도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렇게 하여 드디어 성막이 건립됩니다. 그들이 이집트를 떠난 후 둘째 해, 첫째 달 초하룻날이 되는 날이었습니다(탈출 40,17). 성막이 완성되었을 때 모세는 이 성막 앞에서 거룩하신 하느님께 합당하도록 거룩하게 사는 법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 가르침이 담긴 책이 바로 레위기입니다. 탈출기의 마지막 사건은 둘째 해 첫째 달 초하룻날에 일어났고, 민수 1,1은 둘째 달 초하룻날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므로, 레위기는 성막이 세워진 다음 한 달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위기에는 유다인의 삶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요소들을 규정하는 법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아이들의 종교교육을 위하여 제일 먼저 레위기를 읽게 한다고 합니다.

 

레위기에서 다루는 내용은 성막에서 이루어질 희생제사(1-7장), 사제 임직식(8장), 성막의 봉헌(9장), 아론의 아들들의 잘못과 죽음(10장), 음식에 관한 규정(11장), 정결례법(12-15장), 대속죄일(16장), 성결법전(17-26장) 등입니다. 레위기의 성결 법전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시간과 장소, 행위에 있어서 거룩함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특히 레위기 19장에는 거룩함에 대한 윤리적인 이해를 반영하는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유명한 계명이 들어 있습니다(19,18).

 

레위기 다음에 이어지는 책은 민수기입니다. 민수기라는 제목은 이 책이 인구조사로 시작되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민수기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두 차례의 인구조사를 하였습니다(1장과 26장). 민수기를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첫째 부분은 광야로 떠나기 이전에 시나이산에서 보낸 시기를 다루는 본문(1,1-10,10)이고, 둘째 부분은 시나이산에서 모압 평원에 이르는 여정을 다루는 본문(10,11-22,1)이며, 셋째 부분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을 다루는 본문(22,2-36,13)입니다.

 

민수 10,11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은 둘째 해 둘째 달 스무날에 마침내 시나이 광야를 떠납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시나이산자락에서 거의 일 년 정도 체류한 셈이 됩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여정의 출발은 그들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여정을 시작하고 중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여정의 출발을 알리는 나팔 신호는 오직 사제들만이 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름이 천막에서 오르면 이스라엘은 길을 떠났고, 구름이 내려앉는 곳에 진을 쳤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삶의 주도권을 전적으로 하느님께 드린 채 하느님의 섭리에 의존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으면서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는 표징들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과연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일상의 삶 안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결정을 내릴 때 어떤 목소리가 가장 강합니까?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까? 혹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입니까?

 

[2022년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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