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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베텔과 단에 세운 금송아지(1열왕 12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30 조회수3,365 추천수2

역사서 해설과 묵상 (100)


“예로보암은 궁리 끝에 금송아지 둘을 만들었다. 금송아지 하나는 베텔에 놓고, 다른 하나는 단에 두었다.”(1열왕 12,28-29)

 

 

남쪽 유다 왕국은 유다 지파와 벤야민 지파가 연합한 나라였고, 다윗 임금의 후손이 계속 다스렸다. 북쪽 이스라엘 왕국은 유다 지파와 벤야민 지파를 뺀 나머지 열 지파가 연합한 나라인데, 임금의 가문이 수없이 많이 바뀌었다. 힘센 사람이 일어나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잡으면, 그전 임금의 가문에 속하는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왕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또 다른 힘센 사람이 나타나면 피의 숙청이 재차 이루어졌다. 그래서 7일짜리 임금(1열왕 16,15 지므리), 1개월짜리 임금(2열왕 15,13 살룸)부터 2년짜리 임금(2열왕 15,23 프카흐야)도 있고, 10년(2열왕 15,17 므나헴) 또는 41년 동안 다스린 임금(2열왕 14,23 예로보암 2세)도 있다. 

 

종교적으로 보아도 북왕국에서는 이방종교가 기승을 부렸다. 지리적으로 티로와 시돈이 가까웠고, 정치적으로도 아시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 놓인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순수하게 섬기는 신앙이 남쪽 왕국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엘리야, 엘리사 같은 정열적인 예언자가 북왕국에서 활동했던 것이다. 

 

열왕기 저자는 북쪽 왕국의 죄의 근원을 느밧의 아들 예로보암에 둔다. 북왕국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축제를 지내러 가지 못하도록 예로보암이 베텔과 단에 만들어 놓은 금송아지에서 모든 죄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임금은 궁리 끝에 금송아지 둘을 만들었다. 그리고 백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일은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스라엘이여, 여러분을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여러분의 하느님께서 여기 계십니다.’ 그러고 나서 금송아지 하나는 베텔에 놓고, 다른 하나는 단에 두었다. 그런데 이 일이 죄가 되었다”(1열왕 12,28-30). 

 

예로보암이 그 많은 장소 가운데서 하필이면 베텔과 단을 선택하한 이유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베텔은 남왕국에 가장 가까이 인접한 북왕국 최남단의 도시로서 판관시대부터 중요한 성소였다. 단 역시 판관시대부터 중요한 성소인데,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였다. 제일 남쪽과 제일 북쪽에 있는 중요한 성소를 선택해 거기서 예배하게 함으로써 예로보암은 자기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시키고, 아울러 백성을 자신의 왕국 안에 가둔다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특별히 예로보암은 비교적 뒤늦게 성소로 부각된 예루살렘(기원전 10세기 다윗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중요한 성소가 되었다)보다는 베텔과 단(기원전 12세기 판관시대에 이미 성소로 인정받았다)이 정통성 있는 성소라는 것을 강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로보암은 전통적인 두 성소에 금송아지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산당들을 짓고 레위 지파가 아닌 일반 백성 가운데서 마음대로 사제를 임명했다(1열왕 12,31 참조). 

 

열왕기 저자는 모든 죄의 근원이 바로 여기 있다고 판단하고, 예로보암이야말로 이스라엘 백성을 우상숭배로 이끈 괴수라고 보았다. 예로보암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이 주 하느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열왕기 저자의 이런 단죄는 예배장소의 단일성을 요구한 신명기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신명기 12장에서 보듯이 예배는 한 곳에서만 드려야 하는데, 베텔과 단을 성소로 지정한 것과 언덕에 산당들을 지은 것은 신명기의 규정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묵상주제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두시고 당신의 거처로 삼으려고 너희 모든 지파 가운데서 선택하시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신명 12,5). [2014년 6월 2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역사서 해설과 묵상 (101)


“그런데 이 일이 죄가 되었다. 백성은 금송아지 앞에서 예배하러 베텔과 단까지 갔다.”(1열왕 12,30)

 

 

예로보암이 베텔과 단에 세운 금송아지는 신명기 학파의 역사가에 의해 철저히 단죄되었다. 그래서 열왕기 상권 12장은 그 일을 죄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죄로 이끈 예로보암을 단죄했다. “예로보암이 혼자만 지은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까지도 죄짓게 한 그 죄로,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의 분노를 돋우었기 때문이다”(1열왕 15,30). 

 

모세오경, 그 가운데도 탈출기와 신명기는 우상을 만들어 섬기는 것을 철저히 금한다. 그러한 우상금지령의 신학적 배경은 시나이 산 계약 당시의 상황이다. “주님께서 호렙 산 불 속에서 너희에게 말씀하시던 날, 너희는 어떤 형상도 보지 못하였으니 매우 조심하여, 남자의 모습이든 여자의 모습이든, 어떤 형상으로도 우상을 만들어 타락하지 않도록 하여라”(신명 4,15-16). 고고학자들은 팔레스티나에서 무수히 많은 남자와 여자의 형상을 발굴했다(W. F. Albright, ‘팔레스티나 고고학’ 참조). 

 

사람의 형상으로 만든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금지령에 이어 신명기 4장은 짐승의 형상도 만들지 말라고 규정한다. “땅 위에 있는 어떤 짐승의 형상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어떤 새의 형상이나,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어떤 것의 형상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물고기의 형상으로도 우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신명 4,17-18). 

 

이 금지령은 필리스티아 사람들과 크레테 사람들의 그림에 특징적인 짐승, 곧 말과 염소, 새, 전갈, 물고기를 분명히 언급하므로 종교적인 의미가 있던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예술을 겨냥함이 틀림없다. 따라서 사람, 짐승, 새, 물고기 형상으로 우상으로 만들지 말라는 신명기 4장의 금지령은 주변 민족들 특별히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상징종교와 관련시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도기와 인장에 이런 짐승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적 증거로 보아서도 필리스티아 사람들과 고대 그리스 문화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므기또에서 발견된 그릇에 새겨진 그림이다. 이 그릇은 발굴된 지층의 위치 때문에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것으로 간주된다. 이 그릇에는 짐승들이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말 한 마리가 있고 말 위에 새 한 마리, 새 위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다. 아래에는 말 앞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으며 제일 위에는 전갈 한 마리가 있다. 말, 새 그리고 물고기와 전갈 문형은 장식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표상에도 관계된다. 똑같은 상징들이 에게해 쪽과 시리아 쪽에서 나온 인장들에서도 발견되었다. 에게해 인장에는 종려나무 가지 앞에 말이 있고, 말 위에 새가 있고, 물고기(돌고래)가 밑에 있다. 

 

이런 상징들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올림피아의 경기장에 관한 묘사를 보면 물고기, 새 그리고 말 사이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올림피아의 경기장 맨 끝에 뱃머리 형태의 커다란 형상이 있었다. 뱃머리 맨 앞 돌출부에 청동으로 된 돌고래가 있었다. 각 경기장마다 뱃머리의 중간 부분에 제단을 세워놓았다. 이 제단 위에 황금으로 된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할 때 이 독수리를 들어 올렸고, 모든 관중이 그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때 돌고래는 땅으로 내려졌다”(Pausanias, vi, 20,10-12). 따라서 고대 그리스에서 축제를 지내며 경기를 시작할 때 말, 새 그리고 물고기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상징이었다. 

 

이런 고고학적 자료들과 문헌들로 볼 때 우리는 말, 새, 물고기가 뜻하는 상징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징들은 그리스 종교에 관련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런 상징들이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예술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종교적 상징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묵상주제 

 

주변민족들의 외적인 상징에 관련된 종교 특별히 필리스티아 사람들의 상징종교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유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속적인 것이었다. 구약성경은 그러한 우상과 벌인 싸움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2014년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교황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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