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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역사 속에 묻힌 리스트라와 데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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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20 조회수203 추천수0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역사 속에 묻힌 리스트라와 데르베

 

 

– 데르베 주변 지역(BiblePlace.com).

 

 

소아시아의 내륙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서 복음을 전하다 쫓겨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아나톨리아 평원 서쪽 가장자리의 이코니온(코니아)에서 복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더 심한 박해를 받아 목숨을 잃을 위험에까지 처합니다. 바오로 일행은 이코니온을 떠나 리카오니아 지방의 리스트라와 데르베와 그 근방으로 피해 가서 복음을 전합니다(사도 14,1-7).

 

리카오니아는 남쪽으로는 킬리키아 지방 북쪽 경계인 타우루스 산맥, 동쪽으로는 카파도키아, 북쪽으로는 갈라티아, 그리고 서쪽으로는 피시디아와 프리기아 지방과 접한 소아시아 중남부 지방입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선교 활동을 하던 당시에 리카오니아는 로마제국의 갈라티아 속주에 속해 있었고 이코니온과 함께 리스트라와 데르베가 그 지방의 주요 도시들이었습니다.

 

 

리스트라 선교

 

이코니온에서 30km 남짓 남쪽으로 떨어진 리스트라는 로마 시대의 간선 도로 ‘비아 세바스테’가 통과하는 도시였습니다. 리스트라에서 복음을 전하던 바오로는 날 때부터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앉은뱅이가 자기 말을 귀담아듣고 있는 것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그러고는 그에게 믿음이 있는 것을 알고 그를 낫게 해 줍니다(사도 14,8-9).

 

– 에페소 박물관에 있는 제우스 두상(좌)과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있는 헤르메스 상(BiblePlace.com).

 

 

태생 불구가 제대로 걷는 것을 본 리스트라 주민들은 “신들이 사람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내려오셨다”라고 두 사도를 떠받들면서 바오로를 헤르메스, 바르나바를 제우스라고 부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최고 신이고,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아들로서 사신(使臣) 역할을 하는 신 또는 언변(言辯)을 관장하는 신이었습니다. 리스트라 주민들은 바오로가 주로 설교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하지만 군중이 그 지방 언어인 리카오니아 말로 말했기 때문에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사도 14,10-12).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 도시 제우스 신전의 사제가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가지고 군중과 함께 바오로와 바르나바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한 것입니다. 이를 본 두 사도는 자기들의 옷을 찢고는 군중 속에 뛰어들어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하면서 제지합니다(사도 14,13-14.18).

 

자기 옷을 찢는 행위는 극도의 분노나 슬픔의 표현이지만, 예수님의 재판 때 대사제가 자기 옷을 찢은 것에서 보듯이(마태 24,64-65), 이스라엘 전통에서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을 때도 옷을 찢었습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자기들을 신으로 모시려는 군중의 행위에 질겁해서 옷을 찢으며 말린 것입니다.

 

– 리스트라(BiblePlace.com).

 

 

창조주 하느님을 이야기하다

 

그런 다음 두 사도는 군중을 설득하면서 복음을 전합니다. 두 사람은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할 따름”이라면서 그것은 “여러분이 이런 헛된 것들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또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살아 계신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계속합니다. “지난날에는 하느님께서 다른 모든 민족이 제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좋은 일을 해 주셨으니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곧 하늘에서 비와 열매 맺는 절기를 내려주시고 여러분을 양식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 주셨습니다.”(사도 14,15-17)

 

이 연설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헛된 우상을 섬기지 말고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섬겨라. ② 하느님은 다른 민족들에게는 당신을 직접 계시하지 않으셨으나 삼라만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신을 알아보게 하는 길을 마련하셨다.

그런데 이 연설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언급이 없습니다. 이것은 연설을 듣는 군중이 이스라엘의 하느님과 메시아에 관해서 알지 못하는 이방인들, 곧 다른 민족 사람들임을 시사합니다. 어쩌면 바오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 곧 메시아에 관해 바로 이야기하는 것은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 리스트라 지명이 새겨진 돌기둥(BiblePlace.com).

 

 

돌을 맞고 데르베로 떠나다

 

이렇게 두 사도는 군중이 자기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못하도록 겨우 말렸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와 이코니온에서 유다인들이 몰려와 군중을 설득하고는 바오로에게 돌을 던진 것입니다. 그러고는 그가 죽은 줄로 알고 도시 밖으로 끌어내다 버립니다. 하지만 바오로는 일어나 도시 안으로 들어가 이튿날 바르나바와 함께 데르베로 떠납니다(사도 14,19-20).

 

데르베는 리스트라에서 동쪽으로 100km쯤 떨어진 도시로, 피디시아의 안티오키아에서 이코니온으로 이어지는 ‘비아 세바스테’가 리스트라를 거쳐 이곳까지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의 저자는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 이코니온, 그리고 리스트라에서와는 달리 데르베에서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선교 활동과 관련한 다른 특별한 사례를 거론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도시에서 복음을 전하고 수많은 사람을 제자로 삼았다”라고만 기록합니다(14,21).

 

– 언덕에 파묻힌 데르베.

 

 

하지만 이 짧은 구절이 시사하는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1차 선교 활동을 통해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초기의 실패, 중간의 온갖 고초와 어려움, 심지어 돌에 맞아 목숨을 잃을 위험에까지 처하지만, 마침내 수많은 사람을 제자로 삼음으로써 선교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1차 선교 활동을 마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왔던 길로 되돌아서 자신들을 파견한 안티오키아 교회에 돌아갑니다(사도 14,21-27).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좀 더 살펴봅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신으로 떠받들려고 했던 리스트라. 성공적인 선교 활동으로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생겨난 데르베. 리카오니아 지방의 이 두 도시는 그러나 오늘날에는 옛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월의 흐르면서 두 도시 모두 땅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입니다. 리스트라에는 9세기까지, 그리고 데르베에는 5세기까지 주교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만, 그 이후의 역사는 잊히고 말았습니다. 다만 인근에서 발견된 몇 가지 유물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리스트라와 데르베. 그러나 우리 믿는 이들에게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새롭게 일깨워 주는 성경의 도시들입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시다.’ 바로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 전해진 복음입니다.”(1베드 1,24-25)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2월호, 이창훈 알퐁소(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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