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묻고답하기

제목 가톨릭은 왜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가? - (4) 카테고리 | 천주교
작성자오성훈 쪽지 캡슐 작성일1999-10-25 조회수6,504 추천수8 신고

 

가톨릭은 왜 마리아를 공경하는가?

 

 

 

 

개신교에서는 마리아의 이름은 거의 들을 수 없다

 

 가톨릭 교회 밖에서는 마리아의 이름을 거의 들을 수가 없다. 그를 찬

미하는 찬송가도 없고, 하늘을 향해서 그의 전달을 구하는 기도도 없다.

그에 관해서는 그저 차갑고 야릇한 침묵만이 있을 뿐이다. 어머니 교회

에서 떨어져 나간 여러 교파에서는 마리아의 존재는 희미하여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다. 이와는 반대로 자모이신 성교회에서 성모 마리아는

잊혀진 존재이기는커녕 바로 하느님 다음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

이다.

 

 그러면 가톨릭은 왜 마리아를 공경하는가?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은

가톨릭은 마리아에 대해서 그리스도를 흠숭하는 똑같은 뜻으로 흠숭을

드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흠숭’이라는 것은 하느님께만 드리는 것이

며, 성인들에게는 ’공경’을 드릴 따름이다. 그런데 마리아는 성인들의

모후(母后)이므로 그분은 성인들보다 초월한 영광과 존경을 받아야 한

다.

 

 가톨릭이 마리아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근거는 네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곧 하느님의 어머니요, 종신토록 동정녀요,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된 분이요, 몸째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분이다. 첫째 마리아는 하

느님의 성자인 예수의 어머니이다. 그는 하느님의 전지(全知)하심으로

써 온 세상의 모든 여성 중에서 간선되어 유독(唯獨) 영광을 받기에 맞

갖은 분으로 뽑혔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어떤 특수한 임무를 맡기고자 어떤 사람을 뽑을

때에는 반드시 그 사명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성총과 성덕(聖德)을

주신다는 것은 성서에 지나칠 만큼 많은 실례가 쓰여져 있는 근본 원리

이다. 가령 하느님께서 모세를 히브리인의 영도자로 뽑았을 때 모세는

자기를 ’입이 둔하고 혀가 굳은 사람’이라고 주저하였다. 그러나 야훼

는 그 높은 직책에 필요한 자격을 모두 그에게 주시기로 약속했다. "네

가 입을 열면 내가 도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리라."(출애 4,

12).

 

 이와 마찬가지로 예레미야 에언자는 이스라엘을 위한 진리의 전달자가

되게끔 날 때부터 축성(祝聖)되었다. 요한 세례자는 메시아가 오시는 길

을 비추는 횃불이 되도록 이미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에 성령을 충만

히 받았다. 또 사도들은 각자의 숭고한 사명을 효과있게 성취하기 위한

말재주와 그 밖에 필요한 권능을 받았다.

 

 진정 성 바오로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자격을 주셔

서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새로운 계약을 이행하게 하셨을 따름입니다."

(2고린 3, 6).

 

 인류의 구속이라는 크나큰 사업에서 여러 사람이 맡은 직책이 이처럼

중대하였지만, 그럴지라도 마리아와 비교하면 마리아 이외의 모든 이는

거의 말이 되지도 않을 만큼 마리아의 직책은 특별히 중요하였다. 왜냐

하면 그에게는 여태껏 어떤 사람에게도 주어진 적이 없었던 예수께 대

한 가장 숭고하고 가장 거룩하고 가장 깊은 관계, 즉 어머니와 아들이라

는 관계를 맺어 주신 까닭이다. 이 숭고한 임무 달성을 위하여 전능하신

하느님은 마리아에게 온갖 성총과 은혜를 아낌없이 쏟아 주셨다. 그러므

로 그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존귀하며, 우리 사랑과 공경을 받기에 가장

합당한 분으로서 하늘의 모든 성인들 가운데 빼어난 분이시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 할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진리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 그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는 참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

리아는 그의 어머니일 수 없다. 둘째 그의 아들은 사람의 살을 입은 말

씀으로서 참하느님이시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하느님의 어머니일 수 없

다. 기본스 추기경이 지적했듯이 "바꾸어 말하면 복되신 성삼(聖三)의

둘째 위(位), 즉 신성 안에 영원으로부터 성부께 낳음을 받았으되 성부

와 동실체(同實體, consubstantial)인 하느님의 말씀은 때가 찼을 때 또

다시 동정녀의 몸에서 나셔서 그 어머니의 뱃속으로부터 그와 같은 실

체의 (same substance) 인간 본성을 취하셨다."(교부들의 신앙).

 

 어떤 이는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인간 본성(本性)의 어머니일 뿐이니 하

느님의 어머니일 수는 없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이런 반대에는 다음의

질문이 가장 좋은 대답이다. 즉 "우리의 어머니는 우리 영혼의 어머니인

가?"라고. 인간 본성의 보다 높은 부분, 곧 영혼은 전능한 하느님께서

직접 아무런 매개도 없이 창조한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머니를 단지 우리의 물질적 본성, 곧 우리 육신의 어

머니일 뿐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스 추기경의 말대로 "이 비교에서 알게 된 것처럼 어머니와 자식,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말마디는 인위(人位)에 관한 것이지 인위를 구성하

는 요소(要素) 또는 부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 몸의 어머

니, 내 영혼의 어머니’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누구든지 ’내 어머니’

라고 말한다. 이 말이야말로 지당한 것이다. 왜냐하면, 내 어머니는 살

아서 숨쉬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의 어머니이며,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

해 주신 영혼과 어머니의 뱃속에서 직접 나온 물질적 몸이 하나로 합친

내 인위(人位)의 어머니인 까닭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이 사람의

살을 입었다는 것은 지극한 신비가 자연 질서(自然秩序)에 반영될 수 있

는 한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성령의 그느르심 아래 흠숭하올 성삼위의 둘

째 위(位)에 대해서, 여느 어머니들처럼 실체의 인간 본성을 통교(通交)

함으로써 참말로 그의 어머니가 된다." (교부들의 신앙).

 

 

 우리 신심의 또 하나의 바탕이 되는 마리아의 둘째 특전(特典)은 그분

이 영원히 동정녀라는 점이다. 그는 예수의 어머니였으되 그대로 동정녀

였다. 그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성령으로 잉태되었기 때문이다. 성 마태

오는 하느님께서 보낸 천사가 요셉에게 전한 말을 이렇게 기록했다. "다

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 1, 20). 성 루가도

마찬가지로 그가 영원히 동정녀임을 증언했다.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

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

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

아였다."(루가 1, 26-27). 이처럼 온 인류 중에서 그만이 어머니요 동정

녀라는 이중의 영광을 한 몸에 누리는 유일한 분이다.

 

 

원죄없는 잉태

 

 복되신 동정녀의 셋째 특전은 그분이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된 분이

라는 점이다. 그분은 어떠한 본죄(本罪)의 티끌조차도 없었을뿐더러 하

느님 성총의 오직 하나의 기적으로, 아담의 자손으로서 누구든지 날 때

부터 타고 나오는 원죄가 없이 태어났다. 장차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 구세주에게 자신의 살과 피를 주기로 마련된 마리아에게 타락의

그림자조차도 있을 수 없음은 지당하고도 지당하다. 온 인류 가운데 오

직 그만이 홀로 이 각별하고 독특한 은혜를 입었다. 여기서 한 마디 주

의해 두고 싶은 것은 비신자들이 거의 모두 상상하듯 이 원죄없이 잉태

되심은 그리스도께서 하나의 사람으로서의 아버지와는 관계가 없이 기

적적으로 동정녀의 몸에 잉태되었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것은 마

리아께서 원죄가 없이 그 어머니에게 잉태되었다는 교리이다. 이 점을

특히 다짐해 둔다.

 

 이 교리는 비오 9세 교황이 믿을 교리로 선포한 것이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오직

하나의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인

하여 원죄의 티끌이 전혀 없음을 선포한다."(1854년 12월 8일, 교황 비

오 9세, ’Ineffabilis Deus’). 이 교리는 1854년까지는 가톨릭 교회에

서 공식적인 믿을 교리로 선포되지는 않았었지만, 실제로는 여러 세기

동안 교회 안에 전해 온 것이었다. 뉴먼 추기경이 ’교리의 발전’에서

지적했듯이 모든 교리가 1세기에 완전히 꽃핀 것은 아니다. 이 싹이 자

라고 발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였다.

 

 겨자 나무는 가지를 사방에 넓게 퍼지게 해서 길손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조그만 겨자씨가 잠세력(潛勢力)을 펼쳐 성숙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교리나, 삼위 일체, 속죄(贖罪)

등 그 밖에 지금은 개신교도 믿고 있는 여러 교리에 관해서도 이와 같다.  

비(非)가톨릭 작가 말록 씨가 적절하게 말했듯이 "교회가 교리를 하나씩

하나씩 펼치는 것은 마치 꽃봉오리에서부터 꽃이 만발하는 것과 같다. 이

것은 밖으로부터 제멋대로 보태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발전하는 것이

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심

 

 복되신 동정녀의 네 번째 특전은 몸째 하늘에 올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순결하고 티 없는 하느님의 어머니의 몸이 썩지 않고 하늘에 올림을 받

았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초대 교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믿어 온

이 신앙은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에 의해서 온 성교회의 믿을

교리로 공식 선포되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게 특별한 애정을 베푸신 전능하신 하느님의 영

광을 위하여, 또 영원 무궁세에 불멸의 임금이시며 죄악과 죽음을 쳐 이

긴 승리자이신 그의 아들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온 성교회의 기쁨과

환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간청의 기도를 거듭거듭 바쳤고 진리의 성령께

간구한 끝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복되신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권

위와 내 자신의 권위에 의하여 선언하고 선포하고 규정하오니, 원죄 없는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영원한 동정녀인 마리아는 이 지상 생활을 끝마치시

자 그 몸과 영혼이 함게 천상의 영광에 올림을 받으셨음은 하느님께서 계

시한 믿을 교리이다."

 

 이상 네 가지 바탕, 그의 네 가지 특전 외에도 마리아를 사랑하고 공경하

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곧 예수 그리스도 친히 그 어머니

인 마리아를 사랑하고 공경하였다는 사실이다. 구세주께서는 33년동안 이

세상에 사시는 동안 3년만 제외하고는 그 일생을 마리아와 가장 가깝고 밀

접한 관계를 지니고 사셨다. 하기야 주님의 처음 30년 동안의 생활에 관해

서 우리가 아는 바는 "아기는 날로 튼튼하게 자라면서 지혜가 풍부해지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있었다"라는 복음 말씀 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마리아의 말씀에 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나

아가 그의 모든 원의를 미리 행하였다. 그는 아들로서 온갖 사랑을 다하여

모든 애정을 쏟아 그를 사랑했다. 그는 어린 아기로서 그의 부드러운 품에

안겼고 그 동정녀의 가슴에서 젖을 먹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가슴에 쉬

고 향기 드높은 그 숨을 어머니의 분홍빛 볼에 불던 그 어린 아기는 다름

아닌 바로 전능하고 영원한 하느님이었던 것이다.

 

 이는 일찍이 허무(虛無)의 심연으로부터 우주를 존재하게 했고, 우리 길

을 비춰 주는 별들을 등불처럼 하늘에 매달아 준 바로 그 무한하고 전지

(全知)한 존재이시다. 이는 별들의 궤도를 당신의 수학(數學)으로 삼고,

하늘의 무지개를 당신의 화학(化學)으로 삼으며, 후세의 지질(地質)학자들

이 연구하고 읽도록 지층(地層)을 하나의 책으로 삼아 창조의 역사를 기록

한 저 무한한 창조주이시다. 사람의 살을 입으신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

도께서 친히 그 어머니 마리아에게 순명과 사랑과 정성을 다하셨다면, 하

물며 하와의 나약한 자손인 우리가 제아무리 주님의 모범을 본뜬다 하더라

도 주님보다 더 겸손되게 마리아를 사랑하고 공경하고 열애할 수 있을까!

 

 

 

괴상한 적개심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역사가 스토다드는 이렇게 관찰했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믿지 않는 이들이 복되신 동정녀 어머니를 업신여김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소위 복음을 받는다는 개신교 신자들이 구세주

의 복되신 어머니를 공경할 줄 모른다는 것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수가 없

다. 이 세상에 있어서조차 어떤 이의 어머니를 공경하지 않고 그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겠는가? 하물며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사랑하는 제자에게 그 어머니를 부탁한 성자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33년

이라는 일생 중 30년 동안이나 이 세상에서 충실히 어머니를 섬긴 그리스

도는 지금도 하늘에서 그 어머니를 사랑하며 공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호

라도 의심할 여지가 있는가? 그러므로 그 어머니를 진실로 공경하는 이는

그 아들도 공경하고 있는 셈이다. 마리아께 드리는 면류관은 예수의 발 아

래 놓여지는도다!"

 

 

 그리스 이교(離敎)와 동방 정교회의 대부분은 마리아를 공경하고 성모 마

리아의 전달을 구하는 점에 있어서 가톨릭과 발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일

반 가톨릭 신자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심지어 이슬람 교도들조차

도 대다수의 개신교보다 더 마리아를 존경하고 있다. (이슬람교에서 마리아

에 대한 공경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슬람에서 말하는 바와 가톨릭

의 신앙과의 차이에 관해서는 추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므로 상세한 이

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겠다.) 그러나 이처럼 복되신 동정녀의 사랑과 전달을

모르는 이들은 그들이 깨닫지 못하는 따뜻하고 맛스러운 맛을 그리스도교에

서 탈취해 버리는 것이다.

 

 구세주의 성모께 대한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망측한 적개심은 때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극단적이다. 영국 야마우스 교회의 목사였으나 가톨릭에 귀의

한 셧클리프 신부는 이 점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내 보좌 목사는

예수의 어머니에 관해서 ’그는 우리 마을의 착한 소녀보다 나은 점이 없

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고 설교했다. 틀림없이 이러한 사람은 전능하

신 하느님께서 그에게 베푸신 특별한 영예를 잊었을 뿐더러 그와 그의 아들

- 살을 입으신 성자 - 과의 특별한 관계를 망각한 자들이다."(Stoddard, Re-

building a Lost Faith, p.176-177).

 

 마리아의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인격은 전 시대를 통하여 세계 최대의 예

술 걸작품에 영감(靈感)을 주어 왔다. 지금 유명한 드레스덴 미술관에 걸려

있는 시스틴 마돈나의 그림은 모든 비평가들의 입을 모아 사람의 손으로

이룩된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라고 칭송받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 미

술가 라파엘로의 걸작품이다.

 

 

영감(靈感)을 주는 이상(理想)

 

 라파엘로는 젊었을 때 동정(童貞) 성모께 특별한 신심과 사랑을 갖고 있

었다. 그는 천사다운 아름다움과 순결한 동정녀의 이상이었다. 그가 정신

적 환상에 나타난 마리아의 모습의 존엄한 아름다움을 화폭(畵幅)에 옮기

는 일보다 더 열광적으로 노력한 것은 없었다. 화가의 붓이라는 거친 연장

을 무시하는 듯한 동정녀 어머니의 아기자기하고 영묘(靈妙)한 모습을 빛

과 그림자의 미묘한 배합과 빛깔의 교묘한 조화를 빌려 표현하고야 말겠다

는 것이 그의 평생 소원이었다. 드디어 1515년에서 1519년 사이에 라파엘로

는 마돈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영적 환상을 화폭에 옮기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 민족 예술이 꽃피었고 그림 예술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것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천고 불변의 걸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얼굴에는 동정녀의 끝없이 우아한 부드러움과 결

합한 어머니의 벅찬 사랑이 반영되고 있다. 그 부드럽고 아리따운 눈에서

천사처럼 순결한 영혼이 엿보인다. 관람객들은 그 그림의 이상한 아름다움

에 감동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천상의 아름다움에 황홀해지고 만다. 이

세상의 사물들은 이 그림이 보여 주는 저 세상의 천국을 일별하고는 매혹

되어 아주 시들어 버리는 듯하다.

 

 라파엘로가 마리아께 대한 신심과 마리아의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인격에

대한 묵상(默想)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머리 속에 그려진 환상의 신묘한

무지개를 꺼내어 바다에나 땅 위에 일찍이 없었던 빛깔로 화폭에 새겨 넣

었듯, 우리도 마리아께 대한 신심에서 영감을 얻어 인생이라는 다채로운

화폭에 우리 인격이 아름다움의 걸작품으로 태어나도록 해야겠다는 마음

이 저절로 우러난다.

 

 

 

 

가톨릭이 아닌 이도 칭송한다

 

 마리아는 그림이나 조각뿐 아니라 문학에도 영감을 주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의 테마는 마리아였다. 가령 워즈워드 같은 비신자 시인까

지도 마리아의 영광스러운 인격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노래를 읊

었다.

 

 

어머니 죄에 대한 생각의 그림자조차도 없는 동정녀의 가슴.

 

여인, 온갖 여인 중에 영광을 받은 분, 때묻은 우리의 유일한 자랑

 

대양(大洋) 한복판 물거품보다도 순결하고, 동녘 하늘의 새벽보다도 맑은,

 

새파란 달빛보다도 환상 깊은 장미로,

 

연연한 살이 하늘 푸른 바닷가에 스러지기 전에,

 

당신 모습 땅위에 비치는도다.

 

 

 

 가장 두드러진 현대 시인 중의 한 명인 키플링(Rudyard Kipling)도 우리

와 같은 신앙을 가지지 않았건만, 다음과 같은 감동스런 기도를 마리아께

바쳤다.

 

 

 

오 마리아, 슬픔으로 사무쳐 찔리신 이여,

 

내일 나를 내신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내 영혼

 

돌아보사 붙들어 도와 주옵소서.

 

사람마다 여인에서 태어났으니

 

참벗 참원수들 모두,

 

저마다 간절히 구하옵나니

 

마돈나여, 전달해 주옵소서.

 

 

 

 

이름 높은 역사가 렉키 또한 그리스도인이 아닌데도 역사적 사실에 맞부딪

쳐 복되신 동정녀의 이상이 서방 문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찬사를 하고 있다.

 

"세계는 여러 가지 이상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지만 여태껏 동정 성모 마리

아의 중세기적 개념만큼 건전한 영향을  끼친 것은 거의 - 아마 결코 - 없

다. 여성의 지위는 그 때문에 비로소 올바른 위치를 차지하기에 이르렀고,

 연약한 여성들의 존엄성과 여성의 슬픔의 존엄성이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

다. 이제 남성의 노예나 노리개가 아니며, 타락과 관능(官能)의 개념과 연

상되지도 않는 여성들은 동정녀 어머니의 사람됨에서 새 모습을 찾아 과거

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공경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새로운 인격을

갖게 되고 새로운 찬미를 받게 됐다.

 

 어둡고 무지하고 거칠던 시대에 이 이상은 과거의 거만한 문명에서는 알지

도 못할 부드러움과 순결의 개념을 불어넣었다. 여러 수도자들이 천상의 보

호자의 영광 중에 써 놓고 간 부드러움의 살아 있는 기록 속에, 또 여러 시

대 여러 곳에서 그의 본보기를 따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속에, 또 마리아

의 사랑 때문에 세속의 온갖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그의 축복을 받기에 맞갖

은 재계(齋戒)와 기도와 겸손한 사랑 속에 젖어 살았던 거룩한 성녀들 속에,

또 새로운 뜻의 존경, 기사도다운 경의, 부드러운 태도, 세련된 취미, 사회

사업 등 이런 것들 속에 성모 마리아가 끼친 영향을 엿볼 수가 있다. 유럽

문명의 가장 좋은 것들은 모두 이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또한 우리 문명의

가장 순결한 요소의 대부분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Lecky, History of

Rationalism, vol.1, p.225).

 

 

 그렇다 할지라도 마리아는 하나의 차디차게 죽은 빈(空虛) 추상적 존재라

든가, 그저 공경받을 이상적 존재라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어디

서나 공경받을 분이다. 그는 무한한 공간의 세계를 통해서 한줄기 빛이 간

신히 비쳐 오는 하늘 저 멀리 있는 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진실

로 우리의 어머니시며, 어머니로서의 사랑을 온통 쏟아 우리를 사랑하는

가장 가까운 우리 어머니이다. 어두운 밤 그림자에 놀라는 어린이가 엄마

품에 숨듯, 우리도 유혹에 부딪쳤을 때에 어머니인 마리아의 품에 숨으면

안전하다. 온갖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자 널리 펼치신 우리 어머니

의 손에 매달리기만 한다면, 뒤뚱거리는 우리 발걸음도 무사히 황금의 사

다리에 이르러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옥좌

(玉座)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 ’The Faith of Millions’ 中에서 -

 

 

 

 

 

 

 

 

 

갈현동에서

 

catholic knight 안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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