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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쥐엄나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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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8 조회수1,629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쥐엄나무의 교훈

 

 

루카 15장에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쥐엄나무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비유지요.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받고 탕진한 아들이 돼지치기가 된 뒤 배가 고파 돼지 밥이라도 바랐지만 얻지 못하였습니다. 여기서 돼지 밥으로 언급된 “열매 꼬투리”(루카 15,16)가 바로 쥐엄 열매입니다. 생긴 게 꼭 콩꼬투리 같아 우리말 성경에 그렇게 번역된 듯합니다. 이것은 껍데기를 먹는데요, 초콜릿 맛이지만 끝 맛이 떫어 인기 있는 열매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건강에 좋다고 찾는 이들이 늘었지만 말이죠.

 

쥐엄나무는 히브리어로 ‘하루브’, 영어로는 ‘케롭’입니다. 일명 ‘메뚜기 나무’로도 통합니다. ‘하루브’가 메뚜기를 뜻하는 ‘하가브’와 비슷해서 그런 듯합니다. 일부는 세례자 요한이 먹었다는 “메뚜기”(마르 1,6)를 쥐엄 열매로 보기도 하지요. 늦여름부터 갈색으로 완숙하는 이 열매는 많은 양을 거둘 수 있어 빈민의 구황작물이자 짐승의 사료였습니다. 그래서 고대에는 쥐엄나무가 가난의 상징이었지요. 그러다 캐롭 carob이 캐럿 carat으로 발전하며 부의 상징으로 바뀝니다. 고대에는 쥐엄 열매 씨가 무게를 재는 단위로 쓰였는데요, 이게 이후 보석의 단위로 신분(?)이 급상승하니, 과연 마태 19,30처럼 꼴찌가 첫째 된 셈입니다.

 

다만 쥐엄나무는 인내심을 요하는 나무입니다. 일흔 해가 지나야 첫 열매를 볼 수 있습니다. 탈무드(타아닛 23ㄱ)에 쥐엄나무의 이런 특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호니’라 하는 한 의인에 관한 것입니다. 호니는 “주님께서 시온의 운명을 되돌리실 제 우리는 마치 꿈꾸는 이들 같았네”(시편 126,1)라는 성경구절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바빌론으로 유배당한 백성의 ‘운명이 바뀌어’ 유배에서 풀려나는 데 일흔 해 걸렸는데(2역대 36,21) 어떻게 그것이 잠들어 꿈꾸는 동안 가능한지 연구하였답니다. 성경을 너무 자구적으로 해석한 사람 같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쥐엄나무를 심는 걸 보고 ‘그게 열매 맺으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심느냐?’고 호니가 물었답니다. 70년이라고 하자, 호니는 ‘당신은 70년을 더 살 자신 있나 보군요.’라고 했습니다. 그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 조상이 심은 쥐엄 열매를 먹었소. 이건 내 후손을 위한 거요.’ 그 뒤 호니가 밥을 먹고 깜빡 잠들었는데, 깨어 보니 어떤 남자가 열매를 모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호니가 그를 보고 ‘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냐?’고 물으니, 그의 손자라고 대답했습니다. 곧 호니가 잠든 동안 일흔 해가 흐른 셈이죠. 놀란 호니가 집으로 가자 아무도 그를 호니라고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호니는 슬퍼하며 하느님께 자비를 청한 뒤 쓰러져 죽었답니다.

 

이야기의 교훈은 이렇습니다. 고통스러운 유배에서 구원받는 과정은 길어 보였지만, 일단 지나고 나면 꿈을 꾼 듯 쏜살같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그냥 건너뛰려고 하면 그 안에 담긴 삶, 모든 추억을 잃게 된다는 것이죠. 이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70년 자란 뒤 열매를 맺는 쥐엄나무는 우리에게 ‘인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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