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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풀이: 성서 시대 로맨스와 사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4 조회수2,414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성서 시대 로맨스와 사랑

 

 

성경에는 야곱과 라헬의 이야기(창세 29,18), 삼손과 들릴라(판관 16,4), 그리고 사무엘의 부모인 엘카나와 한나의 사연(1사무 1,5)과 같이 남녀 간의 애정을 표현하는 구절들이 가끔 나온다.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만큼 여인의 사랑은 대부분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예외적으로 ‘솔로몬의 노래’라고 불리는 아가서에는 여인의 사랑이 직접적이고도 강렬하게 표현되어 눈길을 끈다(1,7 :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이여, 내게 알려 주셔요. 당신이 어디에서 양을 치고 계시는지 한낮에는 어디에서 양을 쉬게 하시는지. 그러면 나 당신 벗들의 가축 사이를 헤매는 여자가 되지 않을 거예요”). 사실 아가서의 에로틱한 문체 때문에 라삐들이나 교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고, 하느님과 이스라엘 민족의 사랑, 하느님과 교회의 사랑이라는 비유로 풀어내면서 정경에 포함되게 되었다. 그러나 아가서처럼 익명이 아니라 실제로 사랑에 빠진 대표적인 성서의 여인은 다윗의 왕비 미칼일 것이다. 사울의 둘째 딸 미칼은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직접 언급된 유일한 여인이다(1사무 18,20 : “한편 사울의 다른 딸 미칼은 다윗을 사랑하고 있었다”). 미칼의 헌신적인 사랑이 사실 다윗이 왕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에게는 비참한 말로가 되어 다가왔다. 다윗과 사울 모두 미칼의 사랑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다윗이 전쟁에서 죽기를 바란 사울은 미칼을 주는 조건으로 필리스티아 인의 포피 백 개를 요구했고, 깊어지는 미칼의 사랑 때문에 다윗을 두려워했었다(1사무 18,28-29).

 

결국,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망치고 난 뒤에 사울은 미칼을 라이스의 아들 팔티에게 주어 버렸다(1사무 25,44). 사울이 죽은 후 다윗은 팔티의 아내가 된 미칼을 되찾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지극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차지한 왕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2사무 3,12-15). 성경에는 다윗이 미칼을 사랑했다는 표현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요나탄을 몰래 만난 것처럼 미칼을 만난 것도 아니었고, 사울에게 쫓겨 다닐 때 데리고 간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귀족 공주와 민족 영웅이었던 서민 청년 사이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아버지를 배신하면서까지 연인을 사랑했지만, 끝내 그 사랑을 되받지 못한 비운의 여인. 그러나 어쩌면 자신이 가졌던 애정 때문에 이 모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듯하다.

 

[2012년 9월 2일 연중 제22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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