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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풀이: 에스테르와 하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4 조회수2,540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에스테르와 하렘

 

 

아랍 모슬렘 문화에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은밀하면서도 흥미로운 여인들의 구역이 존재한다. 네 명의 처까지 거느리는 일부다처제 아랍 사회에서 한 가정의 여인들이 사는 구역을 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었고, 아랍어 haram의 영향을 받아 harem “하렘”이라 부른다. 번역하면 “금지된 장소”라는 뜻이고, 외부인들 특히 외간 남자들이 들어올 수 없는 지역이다.

 

지금은 아랍 사회가 많이 현대화되어 남성주의 색채가 어느 정도 약화되었지만, 고대부터 하렘은 가족만을 위한 공간으로써 한 남편에게 얽혀 있는 여인들과 그 자녀가 생활했다. 그리고 하렘이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유일하게 하렘이 드러나는 곳은 에스테르기이다.

 

에스테르는 기원전 5세기 술 연회와 하렘이 대표적 문화 트렌드였던 페르시아에 살았다. 왕의 어머니가 보통 하렘의 수장을 맡았고, 왕비뿐 아니라 후궁, 첩, 자녀, 그리고 그들을 모시는 하녀들이 함께 살았다. 성경에 따르면 에스테르가 페르시아 하렘에 들어가게 된 것은 왕후 와스티가 폐위된 사건을 통해서였다(에스 1).

 

연회에서 술이 심하게 취한 왕이 왕후의 미모를 자랑하고자 호출했을 때, 그 굴욕을 견딜 수 없었던 와스티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한 나라 국모인 왕후를, 더욱이 “하렘”에 사는 자신의 아내를 창녀처럼 다른 남자들 앞에서 과시하려 했던 왕의 욕심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와스티가 폐위된 이후, 유다에서 유배되어 온 베냐민 지파 모로도카이는 입양하여 키우던 사촌 누이 에스테르를 왕후로 뽑히도록 하렘으로 보냈다(2,8). 에스테르의 원래 히브리 이름은 “하다싸”였지만, “이쉬타르” 바빌론 여신의 이름을 따서 에스테르가 되었다.

 

많은 처녀와 같이 하렘에 들어간 에스테르는 후궁 여인들의 규정에 따라 열두 달 후에 왕을 알현하기로 되어 있었고, 왕의 침실에 들어가기 합당하도록 향유와 발삼 등으로 목욕재계 했다(2,12).

 

사실 운좋게 에스테르가 왕후로 선택되었기 때문에 하만의 위협으로부터 유다 민족을 구하고 이야기는 희극이 되었지만, 다른 여인이 간택되었더라면 평생 하렘에 갇혀 남편이 찾아와 줄 날만 기다려야 했을 에스테르의 일생은 매우 불행했을 것 같다. 왕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 불림을 받지 못하는 처녀들이 허다했기 때문에(2,14), 어찌 보면 모르도카이는 사촌 누이를 걸고 참으로 위험한 도박을 했던 것이다. 필자가 이스라엘에 있으면서 둘째 부인, 셋째 부인으로 살아가는 아랍 여인들을 대하거나 눈을 제외하고 온몸에 부르카를 쓴 여인들을 볼 때면, 이전에 페르시아 하렘으로 들어간 에스테르가 생각이 난다. 다른 민족의 문화를 옳다, 그르다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내심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퍽 다행스러우면서도 그러한 삶에 익숙해져 버린 그녀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느껴진다.

 

[2012년 8월 5일 연중 제18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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