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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풀이: 창 옆의 여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3 조회수3,201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창 옆의 여인


- 고대 이스라엘 창문(왼쪽).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소녀 시절 품었던 꿈들이 생각난다. 자율학습이 끝난 후, 하늘 밑 창가에서 상상했던 푸른 소망들은 지금도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창문은 꿈을 주는 매개체이자 하늘을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아마 필자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비슷한 의미를 주었으리라.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시각이 변한 것처럼, 고대 이스라엘의 창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과 거리가 먼, 색다른 이야기를 제공한다.

성경을 보면 궁정 여인들은 항상 창문 옆에 있었다. 가난한 여인은 창 옆에 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성경에서 창 옆 사연이 많은 여인은 단연 사울의 딸 미칼이었고, 아버지의 미움을 받는 다윗을 구하기 위해 창문으로 탈출시키고, 다윗이 왕이 된 후에는 언약 궤를 가지고 들어오는 다윗이 춤추는 것을 창 옆에서 내려보며 조롱했다.

다윗에 대한 사랑이 냉소적 비웃음으로 바뀌기까지 여러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창문이 여러 번 등장한다. 또 다른 창문 이야기가 판관기 4~5장에도 나온다. 드보라와 가나안 장군 시스라 사이에 타보르 산 전쟁이 있었고, 패하여 도망가던 시스라는 켄 족 여인 야엘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아들의 전사를 알지 못한 시스라의 어미는 아들이 언제 오나 창 밖으로 목을 빼고 기다린다. 시스라의 이미지가 좋고 나쁨을 떠나, 아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는 시대를 막론하고 같았을 것이고, 애타는 어미의 마음이 창문을 타고 전율처럼 전해져 온다. “시스라의 어미가 창문으로 내다보며 소리쳤네. 그의 병거가 왜 이리 더디 오느냐? 병거의 말발굽 소리가 왜 이리 늑장을 부리느냐?”(판관 5,20). 이 창문 이야기들이 흥미 있는 것은 고대 시대 창문이 단순한 환기 목적이 아니라 신분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비싼 재료로 집을 지은 후 구멍을 내어 창을 만드는 것은 가난한 이는 누릴 수 없는 사치였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조그만 사물에도 나름대로 숨겨진 사연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2012년 6월 10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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