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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성경 속의 인물: 구리 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14 조회수4,506 추천수1
[성경 속의 인물] 구리 뱀


구리 뱀 이야기는 민수기에 나온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을 향했다. 기적을 체험했던 그들인지라 믿음에 힘이 있었다. 하지만 광야생활이 길어지자 불평이 시작된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것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를 이 광야에서 죽일 셈이냐?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게 해다오.”(민수 21,5) 이스라엘의 생존은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하느님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불뱀이 나타난 것이다. 물리면 고열에 시달리다 죽었기에 불 뱀이라 했을 것이다. 두려움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겁먹은 백성들은 뉘우치며 도우심을 청했다. 이렇게 해서 주님의 계시가 모세에게 내렸다. 구리로 만든 뱀을 장대에 달아놓고 쳐다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불 뱀에 물린 자들이 살아났다. 구리 뱀을 쳐다보자 통증이 가시고 나았던 것이다. 원래 이스라엘은 형상을 만들어 섬기는 것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민족이었다. 그런 행동은 율법에 금지되어 있었고(탈출 20,4) 예언자들의 제지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유다인들은 형상을 만들어 섬기는 것을 좋아했다는 말이 된다.

이때의 체험 역시 놀라웠을 것이다. 그래서 구리 뱀을 만들어 섬기는 풍습은 왕국분열 이후까지 내려왔고 기원전 7세기 때 정리된다. 당시 임금이었던 히즈키야는 개혁정치를 내세워 모든 형상들을 파괴했던 것이다. 이때 모세의 구리 뱀도 조각나서 없어진다(2열왕 18,4). 훗날 요한복음 작가는 구리 뱀 사건을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미리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했다(요한 4,14).

성경에서 뱀은 하와를 죄에 빠뜨리는 유혹자로 등장한다. 이후 유혹을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고 사탄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이다. 뱀은 자연계에 서식하는 파충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윤리적으로 사악한 생물이 아닌 것이다. 그런 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적 문화가 그런 시각을 만들었을 뿐이다. 성경의 문학적 표현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2012년 3월 18일 사순 제4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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