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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와스티와 에스테르 왕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4 조회수2,659 추천수1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와스티와 에스테르 왕비



에스테르기는?


본디 에스테르기 히브리말 본문은 167절로 되어있습니다. 칠십인 역은 거기에 109개의 구절을 첨가시킵니다. 아마도 칠십인 역자들이 히브리말 원본 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종교적 성격을 부여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히브리말 에스테르기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이 더욱 신빙성 있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첨가했다고 봅니다.


에스테르기 안에서 권력은?


크게 세 부류에 의해 권력이 좌우되고 있었습니다. 절대 권력은 크세르크세스 임금(히브리말로는 아하스에로스 임금)과 왕비가 쥐고 있습니다. 하만과 하만의 아내 제레스가 임금을 보필하며 그 밑에서 엄청난 권력을 누리고 있습니다. 유다인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 또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권력가는?


물론 크세르크세스 임금이었습니다. 그가 누리던 부귀영화는 다음 구절에서 잘 드러납니다. “크세르크세스 시대의 일이다. 이 크세르크세스는 인도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이르는 백이십칠 개 주를 다스리고 있었다.”(에스 1,1) 그는 대신들과 시종들을 위하여 백팔십 일 동안에 걸쳐 잔치를 베풉니다(1,2-9 참조).


크세르크세스 임금에게 닥친 첫 번째 위기는?


한 번은 임금의 내시 가바타와 타라 둘이 임금을 시해하려 한 사건이었습니다. 유다 사람 모르도카이가 이들의 음모를 알아채고서 임금에게 보고하여 사전에 처형시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임금이 모르도카이를 신임하여 궁전에서 봉직하도록 합니다. 한편 바로 그 사건을 계기로 하만은 모르도카이와 유다 민족을 증오하기 시작합니다.


임금에게 닥친 두 번째 위기는?


크세르크세스 임금의 왕비 와스티의 항명 사건입니다. 잔치 일곱째 날 크세르크세스 임금이 술로 얼큰해진 상태에서 아름다운 와스티 왕비를 부릅니다. “(임금은) 와스티 왕비에게 왕관을 씌워 어전으로 데려오게 하였다. 그의 용모가 어여쁘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백성들과 고관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었다.”(1,11) 그런데 와스티 왕비는 임금의 분부를 거절합니다. 어명을 어긴 것입니다. 이에 격분한 크세르크세스는 대신들을 불러 자문을 구합니다.


와스티 왕비는?


일곱 대신 가운데 하나인 므무칸이 말합니다. “와스티 왕비는 임금님만이 아니라, 크세르크세스 임금님의 모든 주에 살고 있는 대신들과 백성들 모두에게도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는 왕비의 일이 모든 부녀자들에게 알려져서, 그들이 ‘크세르크세스 임금님이 와스티 왕비를 어전으로 데려오도록 명령하셨는데도 왕비는 나오지 않았다.’ 하면서, 제 남편들을 업신여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와스티 왕비가 더 이상 크세르크세스 임금님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시고, 왕비의 자리는 그보다 나은 여인에게 주십시오.”(1,16-17.19) 이렇게 해서 와스티 왕비는 폐위됩니다.


와스티 왕비의 폐위는?


임금명령을 거역한 죄를 지었으니 폐위되어 마땅했던 것입니까? 그러나 어찌 보면, 그냥 항명 사건으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와 지위를 무시해버리고 남성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사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의 지위를 앞세워, 또한 대신들이 남성 단체의 힘을 바탕으로 당시 약자인 - 여성을 미끼로 - 아내들을 희생제물로 삼으려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대신들이 우려한 바는?


혹여 남녀평등 의식이 수많은 여성 사이에 퍼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남자들이 지녔던 기득권이 당연히 위태롭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남성을 대표하는 대신들이 두려워했던 바는 그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그리고 지금도 지니고 있는 내 위치와 지위에서 내려가기 싫었던 것입니다. 내 손에 쥐고 있던 권력을 놓기가 싫었던 것입니다. 요즈음 표현으로 ‘여성해방’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임금이 내린 명령은?


임금의 뜻이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일곱째 날 술로 기분이 좋아진 크세르크세스 임금은 .... 자신을 섬기는 일곱 내시에게 명령하여, 와스티 왕비에게 왕관을 씌워 어전으로 데려오게 하였다. 그의 용모가 어여쁘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백성들과 고관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었다.”(1,10-11)


왕비의 반응은?


다음 구절이 명료하게 전해줍니다. “그런데 와스티 왕비는 내시들을 통하여 전달된 임금의 분부를 받들어 나오기를 거절하였다.”(1,12)


왕비 와스티는 무엇을 싫어했습니까?


그녀는 남성들의 노리개 감이 되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오늘의 용어로 높은 신발 신고 잔뜩 꾸미고 ‘미인대회’에 나가 남성들 앞에 서서 그들의 눈요기 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와스티는 남자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기보다는 여성으로서 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임금의 제안을 거부한 것입니다.


왕비 와스티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그러한 삶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한 인격자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한 표현을 적극적으로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바라던 바를 실천했습니다. 술 취한 임금 앞에 불려나와 남자들의 노리갯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폐위가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요즈음 용어로 ‘여성해방운동’을 슬며시 펼쳤다고 볼 수 있을듯합니다.


모르도카이의 꿈은?


그의 꿈 전반부는 악몽이며 후반부는 길몽입니다. 전반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대한 용 두 마리가 서로 싸울 태세를 갖추고 다가오며 크게 으르렁거렸다. 그들이 으르렁거리자 모든 민족들이 의로운 민족을 치려고 전쟁을 준비하였다...... 의로운 민족 전체는 자신의 불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란에 빠져 이제는 멸망할 것을 각오한 채, 하느님께 부르짖었다.”(1,1⑤-⑨)

꿈 후반부는 길몽이었습니다. “그러자 마치 작은 샘에서처럼, 그들의 부르짖음에서 물 많은 큰 강이 생겨났다. 빛과 해가 솟아오르고, 비천한 이들이 들어 높여져 존대 받던 이들이 집어삼켜버렸다.”(1,1⑨-⑩)


에스테르 왕비를 통하여 길몽이 현실로?


먼저 하만이 유다인들을 페르시아 제국 안에서 몰살시켜야 한다고 선동하면서 반유다 감정을 유발시킵니다. 그러나 모르도카이가 하만의 계책과 세력을 꺾어버립니다. 에스테르 왕비가 앞장서게 됩니다. 이로써 비유다인과 유다인의 위치가 뒤바뀝니다. 운명이 뒤바뀐 것입니다. 하마터면 말살될 뻔했던 유다민족이 삽시간에 구원을 받게 됩니다.


무엇이 운명을 바꾸어줍니까?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지혜입니다. 소수 민족인 유다인들을 없애버리려는 하만은 악과 권력의 상징인물로서 참 지혜를 갖지 못했습니다. 반면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 왕비는 권력은 없었지만 지혜를 지녔습니다. 에스테르는 다음과 같이 주님께 빌어서 지혜를 얻게 됩니다. “주님...... 아브라함의 하느님 당신의 백성을 돌보아주소서...... 저희의 슬픔을 잔치로 바꾸어주소서..... .”(4,17⑧-⑩)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6월호, 
신교선 가브리엘(신부, 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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