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구약] 창세기: 높고 푸른 하늘과 궁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24 조회수5,797 추천수1
[구약의 세계 - 창세기를 처음 읽는데요] 높고 푸른 하늘과 궁창


10년 전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질타했습니다. “궁창, 벽공, 벽천, 벽허, 창공, 창천, 청천, 청허…. 이런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 편찬자에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푸른 하늘’을 뜻하는 한자어가 스물한 개에 달하지만, 정작 누구나 아는 우리말 ‘푸른하늘’은 사전에 없으니 그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 싶습니다. 그런데 스물한 개의 한자어 중에 성경의 창세기에서 본 낱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궁창’입니다.
 

‘궁창’은 창세기 1장 6절에 처음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물 한가운데에 궁창이 생겨, 물과 물 사이를 갈라놓아라.’” 그 뒤로 궁창은 구약성경에만 열여섯 번 나옵니다. 가톨릭 공용 《성경》이 나오기 전에 보던 공동번역 《성서》에 궁창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공동번역에서 궁창은 ‘창공蒼空’입니다. 그래서 공동번역을 읽던 분들에게 가장 낯설었던 말이 궁창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잠깐 눈을 돌려 개신교 성경을 펼쳐 볼까요. 개신교는 가톨릭과 달리 성경 번역본이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예배용 성경으로 읽히는 ‘개역개정’과 ‘개역한글’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가라사대)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공교롭게도 현대인에 맞게 번역한 ‘표준새번역’과 ‘새번역’은 궁창이 아니라 창공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역전 현상이 참으로 오묘합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는 ‘궁창’이라는 말이 놓여 있습니다. 하늘 궁芎, 푸를 창蒼. 사전에서는 ‘높고 푸른 하늘’이라고 풀이하는데, 이 뜻으로 몇 구절을 읽어 볼까요.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물 한가운데에 ′높고 푸른 하늘′이 생겨, 물과 물 사이를 갈라놓아라’”(창세 1,6). “하느님께서는 ′높고 푸른 하늘′을 하늘이라 부르셨다”(창세 1,8).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높고 푸른 하늘′에 빛물체들이 생겨, 낮과 밤을 가르고…’”(창세 1,14). 뭔가 어색하고 이상합니다. ‘높고 푸른 하늘’을 하늘이라 부르고, 하늘의 ‘높고 푸른 하늘’에 빛물체들이 생기고. 이쯤 되니 궁창은 그저 높고 푸른 하늘이 아닌 듯 보입니다.

궁창이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 우선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과정을 그림으로 보고자 합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창세 1,1)하십니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어둠이 심연을 덮었으므로 세상은 아주 깜깜할 것입니다. “빛이 생겨라”(창세 1,3)는 하느님의 말씀에 빛이 생깁니다. 빛에 의해 밤낮이 생기고 첫날이 지납니다.

둘째 날, 하느님께서 궁창이 생기게 하십니다. 그런데 1장 1절의 하늘과 달라 보입니다. 궁창이 물 한가운데에서 생겨나기 때문이죠. 궁창이 생긴다고 언급한 1장 6절 이전에는 세상에 물이 있었다거나 하느님께서 물을 만드셨다는 구절이 없는데 어떻게 물이 있을까요? 아무튼 하느님께서 “궁창을 만들어 궁창 아래에 있는 물과 궁창 위에 있는 물을 가르”(창세 1,7)십니다. 그 뒤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창세 1,8)십니다. 한처음에 하늘을 만드시고 다시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셨다니 무슨 뜻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어떻게 위아래로 갈릴 수 있을까요?
 
셋째 날 하느님께서 “하늘 아래에 있는 물은 한곳으로 모여, 뭍이 드러나라”(창세 1,9)고 말씀하십니다. 아쉽게도 하늘 위에 있는 물은 한곳으로 모이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넷째 날 하느님께서 “하늘의 궁창에 빛물체들이 생겨, 낮과 밤을 가르고, 표징과 절기, 날과 해를 나타내어라. 그리고 하늘의 궁창에서 땅을 비추는 빛물체들이 되어라”(창세 1,14-15)고 말씀하십니다. 이로써 큰 빛물체, 작은 빛물체, 별들이 생겨나 하늘 궁창에서 땅을 비춥니다(창세 1,17 참조). 다섯째 날 새들이 땅 위 하늘 궁창 아래를 날아다닙니다(창세 1,20 참조).

[성서와함께, 2012년 1월호, 성서와함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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