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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태오 복음5: 죽음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임금(마태 27,27-54)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1-07 조회수4,078 추천수1

[도란도란 성경이야기] 마태오 복음 (5)

 

 

마태오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모습들 - 죽음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유다인들의 임금, 예수님(마태 27,27-31.35-44.50-54)

 

신약 성경의 네 복음서는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사건을 전하는 데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마태21-28; 마르11-16; 루카19,28-24,53; 요한12,12-20,19). 그 이유는 모든 복음서의 저자들이 복음 역사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사건을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시점부터 점차 수난 이야기가 시작될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예루살렘은 대순례가 행해지던 곳으로(시편122 참조), 후기 예언자들은 그곳을 종말론적 심판의 장소라고 말했습니다(요엘4,9-21 참조).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서 당신 백성에게 하신 약속이 이루어지고 성경의 말씀이 성취되어야 하는 곳은 바로 예루살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들어서시며 이제 하느님의 계획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알리십니다.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일이 일어난 것이다(마태21,4).”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께서 겪으신 온갖 수난 역시 구약의 예언들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이사야서에 나오는 고난 받는 주님의 종의 모습입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53,2-12 참조).’

 

그리고 마태오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조롱하는 구경꾼들의 입을 통해 ‘하느님을 신뢰한다고 하니, 하느님께서 저자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 내 보시라지(마태27,43).’라며 시편 말씀을 인용합니다.

 

“주님께 맡겼으니 그분께서 그자를 구하시겠지. 그분 마음에 드니 그분께서 구해 내시겠지(시편22,9).”

 

이처럼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구약 성경의 예언자들을 통하여 이미 예고되었던 사건임을 유다인들이 떠올리도록 합니다.

 

“예언자들이 기록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마태26,56).”

 

예수님께서는 구약 성경에서 이미 예언된 대로, 온갖 수난과 죽음을 기꺼이 침묵 중에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의 계획을 완성하십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 앞에서 보이신 침묵은 체념하고 고통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인 자의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신뢰와 희망 속에서 인간의 모든 죄를 대속하려는 희생과 겸손의 침묵이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그에 따른 신기한 현상들을 지켜보던 로마의 백인대장과 병사들은 마침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태27,54).”

 

그들의 고백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객관적으로 결론짓는 고백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죄목으로 사형 판결이 난 예수님을 조롱하고 모욕하던 그들이 이제는 예수님께 대한 신앙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써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이야말로 참된 유다인들의 임금이자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예수님의 승천 이후 약 50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유다인들은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며 그리스도교와 갈등 관계에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유다인들은 그리스도교의 기반이 예수님의 부활 사건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예수님의 부활 사건이 터무니없이 날조된 사건이라고 비방하여 그리스도교를 무너뜨리려고 책동하였습니다(마태28,11-15 참조). 이에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은 이런 상황으로 약해진 그리스도교 공동체 신자들의 신앙을 깊게 하고 유다인들의 억지에 대응하기 위하여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사건을 상세하고 길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은 당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던 그리스도인들에게 굳은 신앙을 가지고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욕심이나 인간적인 조건 없이 십자가 위에 계신 겸손과 희생의 임금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를 현재에 구현하는 복음적 삶입니다.

 

* 참고문헌 : 성서못자리 그룹공부교재 「마태오 복음」, 2010, 기쁜소식, 125-150쪽.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1년 10월호, 사목국 성서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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