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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16: 하혈하는 부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15 조회수4,452 추천수1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16) 하혈하는 부인

 

 

마르코 복음서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 제자들은 매우 긍정적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제자들의 부정적 모습도 함께 나타난다. 4,1-8,21은 예수님께서 본격적으로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시는 장면을 전한다. 여기에서 보이는 제자들의 부정적 모습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에 대한 몰이해를 잘 드러낸다. 이 모티프는 특히 갈릴래아 호수에서 일어난 두 사건, 즉 풍랑을 가라앉히신 4,35-41과 물 위를 걸으신 6,45-52에서 뚜렷이 표현된다.

 

이러한 문맥에서 작은 등장인물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1-3장에서 묘사된 작은 등장인물들의 특징과 역할을 비교했을 때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하혈하는 부인 이야기를 함께 읽고자 한다.

 

 

5,24ㄴ-34 읽기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 댔다.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사의 손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다. 그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군중에 섞여 예수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과연 곧 출혈이 멈추고 병이 나은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곧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군중에게 돌아서시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반문하였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 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십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누가 그렇게 하였는지 보시려고 사방을 살피셨다. 그 부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나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다 아뢰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① 단락 나누기

 

마르코 복음서의 이야기꾼은 한 장면의 이야기를 다른 장면 안에 삽입(intercalation)하는 문학 기술(literary technique)을 사용한다. 그 대표 본문이 바로 5,21-43이다. 이는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이야기 안에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신 장면을 삽입한 경우이다.

 

5,21은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다시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으로 가신 상황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이어서 22절에는 회당장 야이로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딸이 죽게 되어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야이로에 관한 이야기는 24절에서 갑자기 중단된다. 새로운 등장인물인 하혈하는 부인에 관한 장면으로 바뀐다. 이 부인이 치유된 후 복음서의 이야기꾼은 35절부터 다시 야이로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5,21-43은 두 작은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A-B-A′라는 샌드위치 구조를 이룬다. 이 문학 기술은 야이로와 부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부각시켜 각 등장인물의 인물 묘사를 더욱 뚜렷하게 표현한다. 여기서 삽입된 본문 5,24-34을 문학적 단일성을 가진 하나의 단락으로 설정한다.

 

② 본문 자세히 읽기

 

본문의 문학 양식은 치유 기적사화이다. 그리고 문학 구조는 (1)상황 묘사: 24-26절, (2)문제 발생: 27-28절, (3)문제 해결: 29-33절, (4) 결과: 34절로 구성된다.

 

회당장 야이로의 간청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그와 함께 나서신다.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 댔다. 그때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여인이 등장한다. 이야기꾼은 그 여인의 상황과 조건을 상세히 설명한다. 여인에 대한 소개는 앞서 소개된 야이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둘은 모두 작은 등장인물이다. 그러나 야이로는 이름으로 소개되지만 하혈하는 부인은 이름 없이 소개된다. 야이로는 유다인들의 종교 공동체에서 회당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지도자이다. 그와 반대로 하혈하는 여인은 제의상 부정不淨하여 종교 공동체에서 소외당한 사람이다. 야이로에게는 열두 살짜리 딸이 있지만, 여인은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여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야이로는 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으나, 여인은 자기 병을 치료하느라 더욱 가난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점과 함께 공통점도 발견된다. 둘 다 절망스러운 상태에서 도움 받기를 원한다. 야이로의 딸은 죽기 직전이고 하혈하는 부인의 고통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둘은 모두 예수님을 신뢰하고 있다. 그 신뢰는 예수님께서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셨다고 믿는 데서 비롯된다. 야이로는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리는 반면, 여인은 군중이 많아 혼잡한데도 예수님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받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즉 야이로는 드러나게 도움을 청하고 여인은 드러나지 않게 행동한다.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자 ‘곧바로’ 여인의 출혈이 멈추고 병이 나았다(29절 참조). 여인은 자신이 치유된 것을 알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신다. 그래서 누가 손을 대었는지 물으신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밀쳐 대는 군중을 언급할 뿐이다. 여기서 치유 사실을 알고 있는 여인과 예수님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제자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33절에서 여인은 두려워 떨며 나와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한다. 두려움은 4,41의 제자들과 5,15의 게라사인들의 부정적 모습을 표현한다. 그러나 여인은 두려움을 이기고 예수님 앞에 엎드린다(prosevpesen). 이 동작은 22절에서 야이로가 예수님 발 앞에 엎드린 행동을 연상케 한다.

 

34절은 본문의 결과에 해당한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고 말씀하신다. 여인을 “딸아(qugavthr)”라고 부르시며 당신의 깊은 자비를 드러내신다. 야이로가 병든 딸을 돌보듯이 예수님께서는 도움이 필요한 여인을 돌보신다. 그리고 여인의 믿음을 인정하신다. 이 믿음이 여인을 위한 구원의 근거이다. 28절에서 여인은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swqhvsomai)” 하고 생각하는데, 바로 그 구원이 여인에게 왔다. 이 구원은 23절에서 야이로가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바랐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을 참된 믿음의 본보기로 제시하신다. 여인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권위를 가지고 계시다고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의 믿음은 군중이 밀쳐 대는 상황에도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댄 행동으로 표현되었다. 여인은 두려움을 극복한 믿음의 모델이지만, 제자들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예수님의 평화와 건강에 대한 말씀은 여인의 몸이 치유되었을 뿐 아니라 그 내면까지 온전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하혈하는 여인은 변화를 경험한다. 변화를 위한 전환점은 바로 여인과 예수님의 만남이다.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고통 받았고, 하혈하여 제의상 부정했고, 사회에서 소외되었으며, 가난하고 희망 없이 살았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난 뒤에는 용기가 생기고 겸손하고 솔직해졌다. 마침내 여인은 치유되고 구원되었다.

 

③ 문맥 살피기

 

4,1-8,21의 문맥에서는 제자들의 긍정적 모습뿐 아니라 부정적 모습이 잘 드러난다. 제자들의 부정적 면은 몰이해, 겁, 두려움, 믿음 없음, 깨닫지 못함, 완고한 마음 등으로 표현된다. 4,13에서 비유로 가르치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이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겠느냐? 그러면서 어떻게 모든 비유를 깨달을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신다. 4,40에서 풍랑을 가라앉히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후에 제자들은 “빵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이다”(6,52).

 

[성서와 함께, 2011년 10월호, 송창현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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