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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민수기: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8-26 조회수3,157 추천수1

말씀과 함께 걷는다 : 민수기 -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고대 그리스도교 세계 안에서 어느 날부터 이러한 척박한 사막이 큰 관심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몇몇 열성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더 깊은 고독과 침묵의 삶을 찾아 사막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도인들은 사막이나 광야가 바로 사탄의 소굴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그들은 사탄을 직접 대면하기 위해 그곳으로 기꺼이 나아갔던 것이다. 당시 그들의 모든 관심은 오로지 주님께로만 향해 있었다. 사막은 이중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삭막함, 거칠고 메마름, 황폐함, 그러나 동시에 그곳은 변형의 용광로와도 같이 우리의 존재를 정화시켜 주님을 만나게 하는 은총과 축복의 장소이기도 하였다”(허성준, 《사막에서 길을 묻다》, 생활성서, 20쪽).

 

14,17 “그러니 주님,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제발 당신의 힘을 크게 펼치시기 바랍니다. 18 ‘주님은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충만하며 죄악과 악행을 용서한다. 그러나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고 조상들의 죄악을 아들을 거쳐 삼 대 사 대까지 벌한다.’ 하셨으니, 19 이집트에서 여기에 올 때까지 이 백성을 용서하셨듯이, 이제 당신의 그 크신 자애에 따라 이 백성의 죄악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백성은 민족 구원의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하느님의 주도권을 신뢰하지 못하고, 이집트로 돌아가자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에 모세는 다시 중재 기도에 나섭니다. 성경에서 모세의 기도는 매우 자주 언급됩니다. 한 민족을 구원하고 형성하는 대업을 이루는 모세의 생애에서 기도는 단연 1순위를 차지합니다. 모세는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백성을 기도의 힘으로 날마다 끌어안으며 자기 역할을 수행합니다.

 

모세가 백성과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풀어가는 비결은 그가 맺는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백성을 위해 투신하는 것 이상으로 하느님께 몰입하는 모세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우선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지도자는 무엇보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탄탄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받은 사명의 완수 여부는 기도에 달렸으며, 기도하는 지도자는 그가 갖는 하느님과의 유대로 더욱 신뢰받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동안 보여 준 표징들을 보고도 믿지 않고 당신을 업신여기는(민수 14,11 참조) 이들을 없애 버리고 모세에게서 새로운 민족을 만들겠다고 하십니다. 이에 모세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신 하느님의 명성이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끝없이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본성을 근거로 백성을 위해 간청합니다. 탈출 34,6-7에서 하느님 친히 선포하신 당신 속성에 의지하여 백성의 죄악을 용서해 달라고 청합니다. 백성이 잘했다거나 무슨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약속에 충실하고 자애가 충만하시니 당신의 본성에 따라 백성을 용서해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멸하지는 않겠다고 대답하시지만, 당신을 믿지 않고 업신여긴 자들은 약속의 땅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백성이 거듭 배신하는데도 거듭 용서하며 당신의 약속을 이행하십니다. 불신앙과 불순종으로 미래가 단절될 수 있는 이스라엘을 용서하고 강복의 미래를 열어 주시는데, 약속의 성취를 위해서는 하느님께서도 칼렙과 같이 ‘다른 영’을 지닌 사람이 필요합니다(민수 14,24 참조). 사심없이 하느님께 ‘올인(all in)’하는 사람이 마침내 약속의 땅 가나안에 ‘골인(goal in)’할 수 있습니다.

 

14,40 다음 날 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자, 우리가 잘못하였으니, 주님께서 말씀하신 그곳으로 올라가자.” 하면서, 산악 지방의 고지대로 올라갔다. 41 그러나 모세는 말하였다. “너희는 어쩌자고 주님의 분부를 거스르느냐? 이 일은 성공하지 못한다. 42 주님께서 너희 가운데에 계시지 않으니, 너희가 적에게 패배하지 않으려거든 올라가지 마라.”

 

불신앙으로 당신을 업신여긴 이들은 모두 약속의 땅에 들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을 것이라는 하느님의 심판을 전해 들은 백성은, 하느님의 심판을 피하고 자기들 힘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갈 양으로 산악 지방의 고지대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만류했습니다. 그들의 처신이 하느님의 뜻과 무관하며 주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아 패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계약 궤가 진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민수 14,44 참조) 주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계시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민수 14,42 참조). 이스라엘은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 때에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모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산악 지방으로 올라간 그들은 크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유목민 아말렉족과 정착해서 살고 있던 가나안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이스라엘인들을 호르마까지 격퇴시킨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심판에 승복하지 못하고 자기들 힘으로 약속의 땅을 차지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또 한 번 하느님을 거역하고 공동체를 떠나 마침내 죽음을 맞게 된 것입니다.

 

16,8 모세가 코라에게 말하였다. “레위의 자손들아, 제발 들어 보아라. 9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너희를 이스라엘의 공동체 가운데에서 가려내셔서, 당신께 가까이 오게 하시어 주님 성막의 일을 맡기시고, 공동체 앞에 서서 그들을 보살피게 하셨는데, 그것으로는 모자란다는 말이냐?”

 

16장에는 지도자에게 반항하는 두 가지 사건이 소개됩니다. 하나는 아론의 사제적 권위에 도전하는 코라와 레위인들의 반항이고, 다른 하나는 모세의 통치권에 맞서는 다탄과 아비람의 반항입니다.

 

코라는 레위인의 대표자입니다. 코라를 선두로 하는 레위인 무리가 사제의 권위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성막에서 대사제의 위치는 맨 위에, 책임이 있는 사제는 중간에, 책임을 맡지 않은 낮은 계급의 사제와 레위인들은 바닥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코라와 그의 추종자들은 사제직을 요구하며 온 공동체가 다 거룩하니 성막 봉사에서 이루어지는 차별이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민수 16,3.10 참조). 그들의 요청은 단순히 아론과 그의 사제적 권위에 대한 반역일 뿐 아니라, 사제직을 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반항이며 공동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 됩니다.

 

레위인들은 병역에서 면제되어 성전에서 지내며, 전례 봉사와 회중을 돌보는 직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레위인들을 선택하시어 당신에게 가까이 올 수 있게 해 주셨으며, 그것이야말로 레위인들의 본질적 소명이자 행복입니다. 시편 저자는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행복합니다, 당신께서 뽑아 가까이 오도록 하신 이! 그는 당신의 뜰 안에 머물리이다. 저희도 당신 집의 좋은 것을, 거룩한 당신 궁전의 좋은 것을 누리리이다”(시편 65,5).

 

레위인들은 자기들이 받은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기는커녕, 사제직을 갖겠다고 난리입니다. 주님을 섬기고 백성을 돌보는 사명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제직을 받은 이들을 시기하고 탐욕을 부립니다. 그들의 반항하는 소리를 듣고 모세는 하느님과 온 회중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습니다(민수 16,4 참조). 모세는 매우 겸손한 사람이었기에(민수 12,3 참조), 주님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민수 16,5 참조).

 

당신의 뜻에 따라 직책을 맡기시는 하느님을 불신하고, 받은 선물을 겸손한 마음으로 지킬 줄 모르는 이들은 언제라도 그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야망은 권위를 가진 이들을 망가뜨립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바치는 제사로 그들을 처벌하십니다. “그러자 주님에게서 불이 나와, 향을 바치던 이백오십 명을 삼켜 버렸다”(민수 16,35). 이로써 공동체를 모으고 거기 현존하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드러남과 동시에 모세의 정당성이 입증되었습니다.

 

[성서와함께, 2010년 9월호, 서효경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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