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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우박: 하느님 심판의 도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23 조회수6,451 추천수1

[성경 속 상징] (108) 우박 : 하느님 심판의 도구

 

 

하느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우박이다. 그림은 17세기 루벤스가 그린 ‘최후의 심판’.

 

 

가끔 한여름에 탁구공만한 우박이 쏟아져 애써 기른 농작물이 모두 망가졌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다. 우박은 어떻게 생기는가? 하늘에 떠있는 구름 속 높은 곳은 기온이 매우 낮다. 따라서 구름 속에서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작은 얼음 알갱이가 더 큰 얼음이 되고, 어느 정도의 무게가 되면 자연히 아래로 떨어진다. 이 떨어지는 얼음 알갱이가 눈이고, 떨어지다 도중에 녹으면 비가 된다.

 

또 내려오다가 강한 상승 기류를 만나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면 큰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우박이다. 예로부터 농경국가에서 우박은 극심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일순간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우박을 신이 노여워하는 표징이라고 생각했다.

 

성경의 무대가 되는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우박은 종종 폭풍을 동반한다. 그럴 때 내리는 우박은 포도 농사, 올리브 농사 등 각종 농사에 아주 치명적이다. 그래서 우박은 하느님께서 사용하시는 무기처럼 묘사된다. “모세는 파라오에게서 물러나 성읍을 나와서, 주님께 손을 펼쳤다. 그러자 우레와 우박이 멎고, 땅에는 비가 더 이상 쏟아지지 않았다”(찰출 9,33).

 

당시 사람들은 하느님이 심판하실 때 폭풍과 함께 우박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성경시대 사람들이 우박에 대해 황폐함, 공포의 이미지를 가졌던 것은 당연하다.

 

또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고대 사람들은 우박이 생기는 기상 현상을 알지 못했기에 하늘에 물과 눈, 얼음이 가득 찬 창고가 있다고 생각했다. “너는 눈 곳간에 들어간 적이 있으며 우박 곳간을 본 적이 있느냐?”(욥 38,22). 이 하늘 창고에 저장된 무기들은 하느님께서 전쟁의 날을 위해 준비하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께 이 무기들을 사용하시는 것을 우박과 숯불이 내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주님께서 하늘에 우렛소리 내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당신 소리 울려 퍼지게 하셨네. 우박과 불타는 숯덩이들을 내리셨네”(시편 18,14).

 

또한 우박은 미래에 오게 될 하느님의 심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자 하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이 열리고 성전 안에 있는 하느님의 계약 궤가 나타나면서, 번개와 요란한 소리와 천둥과 지진이 일어나고 큰 우박이 떨어졌습니다”(묵시 11,19).

 

성경은 우박을 하느님 권능의 상징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우박을 주관하는 분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박이 이집트 온 땅에서, 사람을 비롯하여 짐승에 이르기까지 들에 있는 모든 것을 쳤다. 들의 풀도 모조리 치고 들의 나무도 모조리 부러뜨렸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이 사는 고센 땅에만은 우박이 내리지 않았다”(탈출 9,25-26).

 

아울러 저주의 상징으로 우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너는 회칠하는 자들에게, 담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여라. 비가 쏟아지고 큰 우박들이 떨어지며 폭풍이 일어날 것이다”(에제 13,11). 이처럼 우박은 성경에서 다른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하느님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묘사됐다.

 

[평화신문, 2011년 3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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