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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아가: 해석의 종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6 조회수3,549 추천수1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아가 (5) : 해석의 종류

 

 

간절한 기도와 노력없이는 진정한 평화와 안정도 없어

 

참고 또 참아야 하는게 인생이라는 충고가 더없이 두렵게 느껴질 때,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죽음보다 더 피곤하고 무겁게 느껴질 때, 흔하고 평범한 인사말 『괜찮아요?』 『밥 먹었어요?』에도 왠지 눈물이 글썽해질 때…, 누구나 찾고 열망하는 것이 있다. 「구원」이다.

 

『사랑은 죽음을 이기게 하는, 세상에 드러난 신적 현존의 표지이다』. 필자의 졸역(拙譯) 「지상에서의 첫 번째 사랑」이라는 책 중, 아가서 부분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형태의 사랑은, 「하느님 사랑」이라는 절대적 계시를 알려주기 위한 하나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사랑은 구원의 또 다른 이름이요, 운명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이번 주에는 아가에 대한 여러 해석유형을 정리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1) 우의적 해석

 

우의적 해석(알레고리적 해석)방법이란 초세기 지식사회를 대표했던 알렉산드리아 학파가 사용했던 연구방법을 말한다.

 

유다인들과 초대 그리스도교회의 많은 학자들은 이 방법론을 적용시켜 아가의 남녀관계를 하느님과 이스라엘, 교회와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와 성령의 관계 등으로 해석했다.

 

물론 교회는 이러한 해석을 통해, 아가가 그저 관능적 연가일 뿐이라는 주장을 무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우의적 표현치고는 아가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은유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2) 자구적 해석

 

아가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 역시 존재했었다. 아가는 당시 대중적으로 유포되어 있던 민간 시가(詩歌)들 중의 하나로, 사랑의 노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가설 역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여성의 사회적 입장을 참작한다면,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연인을 찾아 나서고 모든 것을 주도하는 스토리가 실제적으로 가능했을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회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위에서, 아가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유형을 간략히 소개해보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가의 제작 목적과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이 경전(성서) 안에 들어와 있는 이상, 명백하게 종교적이고 신앙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아가를 신학적 견지에서 접근한다면, 구약성서적인 전통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가의 여주인공을 「신부」로 표현한 점은, 야훼 하느님과 당신 백성의 관계를 결혼관계로 묘사한 성서적 전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이사 54, 4~10; 62, 4~5; 예레 2, 2; 에제 16, 8; 호세 2장 등).

 

지혜문학 작품에서도, 지혜가 「여인-신부」로 의인화 되어 있음을 기억한다면, 아가의 「여인-신부」 모티브를 꼭 통속적 설정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음을 알게 된다.

 

아가는 무엇보다도 「연인들의 언어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계시」한다고 볼 수 있다. 원하는 대로 만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찾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느님께 갖는 마음의 반영이기도 하고, 삶과 자기 운명에 대해 갖는 마음이기도 하다. 곧 아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너와 나의 이야기, 그 사람과 그녀의 이야기,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이야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관계성」 안에서의 절실함, 갈구, 희망, 절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성을 위해, 저자는 주인공의 이름을 정확히 규명하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가를 읽는 모든 이들이 이 아름다운 노래에 자신의 삶을 동화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제발….

 

「제발…」이라는 말을, 내가 습관처럼 쓰고 있음을 발견한 적이 있다. 「제발...」로 시작되는 조마조마한 갈망과, 타인과 나 자신을 설득하려는 노력에 더 이상 자신이 없어졌을 때였던 것 같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동의하기 어렵고, 그런 일로 인해 삶에 대한 투지와 열정이 순식간 사라져 버릴 때, 그럴때는, 이제 더 이상 「제발…」이라고 빌어야할 일이 일어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하지만 간절한 기도 없이는 진정한 평화와 안정도 없음을 기억하기에, 그리고 그것이 곧 삶의 비밀이며 질서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 가을 좀 더 초연하게 내 삶과 주변을 사랑할 수 있기를, 제발..., 기원해본다.

 

[가톨릭신문, 2004년 9월 26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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